한국공인회계사회(이하 한공회)의 차기 회장 선거가 오는 22일 실시되는 가운데 국내 주요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의 표가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에게 몰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배경은 현재 삼일PwC와 딜로이트 안진 등 국내 대형 회계법인들이 주요 현안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삼일PwC는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의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과 관련해 수뇌부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딜로이트 안진도 호텔롯데의 부여ㆍ제주리조트 헐값 인수 의혹에 개입한 혐의다.
이처럼 회계업계가 기업 부실 책임의 몸통으로 지목되면서 새 인물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부실 감사 분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인물에 표가 쏠릴 것”이라며 “업계 1위인 삼일PwC 등 대형 회계법인이 표를 응집하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한공회 회장 선거가 총회에서 현장 투표로 진행되는 것도 표 응집 가능성이 높은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한공회 회원은 1만8000명 정도지만 회장 선거가 현장 투표로 진행되는 탓에 투표 참여자는 4000~6000명 수준이다.
1300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청년공인회계사회(이하 청공회)는 지난달 전자투표 도입, 투표기간 연장, 평의원회 참여 확대 등을 담은 회칙개정안을 한공회에 제출했지만 평의원회는 이를 부결했다. 우리나라 회계사는 모두 한공회에 의무 가입해야 하기 때문에 청공회 회원 역시 한공회 소속이다. 한공회 평의원회는 80~120명 정도로 모두 중진들로 구성돼 있다.
국내 회계법인의 한 관계자는 “한공회는 퇴임 이후에 가는 자리라는 인식이 강해 젊은 회계사들은 이 조직의 회장 선거에 큰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며 “이 때문에 특정 계층의 의견이 집중 반영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밖에 정부의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이하 외감법)’ 개정 추진이 한공회 회장 선거의 쟁점으로 떠오른 것도 최 후보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정부는 오는 9월 외감법 개정을 통해 부실 감사 발생 시 현장 감사 담당자에게만 책임을 묻던 것을 해당 회계사가 속한 법인의 대표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에 후보들은 감사보수 안정화, 책임보험 공동계약제 도입 등 감사 업무 환경 개선을 공약으로 내놓고 있다.
한편 한공회 차기 회장 후보에는 최 전 장관 외에도 이만우 고려대 교수, 민만기 전 한공회 부회장이 출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