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령사회의 그늘...“도쿄 거주 노인 100만명 지방으로 보내라” 싱크탱크 주장에 열도 시끌

입력 2015-06-26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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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로 시설 부족…도쿄 노년층의 4분의 1이 독거 노인

▲일본 도쿄에서 한 노인이 거리를 거닐고 있다. 블룸버그

일본에서 고령화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도쿄 지역의 노인 100만명을 지방으로 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2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영향력 있는 싱크탱크인 일본정책위원회(JPC)가 이런 도발적인 주장을 내놓았다. 젊은 층이 도쿄로 이주해 인구 공백 위기에 놓인 각 지방은 노인을 보내야 한다는 JPC의 제안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는 고령화에 따른 ‘복지 위기’가 갈수록 심각해져 가는 일본의 상황을 나타낸다고 FT는 풀이했다.

JPC 보고서의 저자 중 한 명인 다카하시 타이는 “일본인 대부분이 고령화의 심각성을 모호하게 느끼고 있지만 세부상황은 잘 모른다”며 “우리의 목적은 도쿄가 고령화에 사회복지 측면에서 극단적인 문제를 안고 있음을 일깨우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는 고령화 속도가 일본 내 다른 지역에 비해서 둔화하고 있지만 앞으로 10년간 75세 노인 175명이 추가될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시골과 달리 도쿄 노년층의 4분의 1은 돌보는 가족이 없는 독거노인들이다. 반면 도쿄 지역 양로 시설 수는 일본 전체 평균의 절반에 불과하며 시설을 확대하는 것도 비용이 많이 들어 사실상 어렵다.

JPC는 훗카이도 북부의 아사히카와와 남쪽 미야코섬에 이르기까지 41개 지방도시가 충분한 양의 양로시설을 갖고 있다고 추산했다. 다카하시는 도쿄 노인들이 지방으로 옮기는 것이 자신의 이익과 부합한다는 점을 납득시키려 하고 있다. 그는 “1955~1970년 800만명이 시골에서 대도시로 이주했으며 그 가운데 도쿄는 약 400만명에 이른다”며 “노인이 되가는 이들 중 100만명이 다시 지방으로 내려간다면 도쿄 상황은 훨씬 좋아지고 그들 자신의 삶도 개선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노인들을 떠안게 될 신세에 놓인 지방 정치가들은 JPC의 주장에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야마구치 요시노리 사가현 지사는 “지방 이주 테마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지만 전부 노인에 대한 것뿐”이라며 “사람을 몰아내려는 움직임이 너무 강하다”고 꼬집었다.

다카하시는 “도쿄 지방정부가 양로시설을 짓지 않아 아낄 수 있는 많은 돈으로 노인들을 받아들일 지방도시를 지원해야 한다”며 “이는 지방도시에도 기회가 될 것이다. 첫째 부유한 은퇴자의 소비력 수혜를 누릴 수 있고 이들을 돌보기 위한 일자리 수요도 커지게 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일본판 ‘플로리다’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플로리다주는 미국에서 은퇴자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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