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월 세계 3대 에어쇼인 ‘2013 파리에어쇼’에 세계의 시선이 쏠렸다. 국내 방위산업체 퍼스텍과 유콘시스템이 파리에어쇼에 참가해 주요 생산품인 무인 시스템과 항공장비, 유도무기를 전 세계에 선보였다.
방위산업체 퍼스텍은 특화된 제어기술로 국내외 방위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이다. 비행기가 날아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상황에 따라 어떻게 날아가야 할지를 제어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퍼스텍은 항공기제어 비행조정장치, 지상사격발사 통제장비, 유도제어조준장치 등 하나의 두뇌 역할을 하는 전자와 기계가 결합된 메카트로닉스를 제어하는 핵심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과거와 달라진 위상… 굵직한 계약 연이어 = 올해 퍼스텍이 거둔 가장 큰 성과는 현대중공업과 맺은 계약이다. 퍼스텍은 지난 5월, 현대중공업에 255억원 규모의 기뢰부설 체계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지난해 총 매출의 28%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기뢰는 공 모양의 관 속에 폭약·발화장치를 갖추고 수중에 부설해 배를 폭파하는 무기다. 퍼스텍은 3000톤급 차기기뢰모부설함에 탑재되는 기뢰지휘통제장치, 탑재장비 등을 납품하게 된다.
퍼스텍의 자회사 유콘시스템 역시 올해 큰 성과를 거뒀다. 육군과 해병대 대대급에 소형 무인항공기 리모아이를 납품하는 4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회사 창립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최근에는 볼리비아 대통령 등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한 시험비행 행사에서 호평을 받기도 했다. 또 미국 방산물자 조달업체와 대미 수출 협약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맺는 등 국내외 시장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그러나 퍼스텍이 항상 승승장구의 길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과거 퍼스텍의 전신인 제일정밀공업 시절, 이 회사는 방산제품과 함께 민수사업인 현금자동지급기, 프린터 등의 생산에 주력했다. 그러나 부진한 성과가 이어지며 1998년 최종 부도 처리된 뒤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이후 퍼스텍은 대대적인 수술에 들어갔다. 비수익성 민수사업을 청산하고, 매출 비중이 낮은 방산부문을 집중 육성했다. 대기업 수준으로 연구개발(R&D) 인력을 대폭 확충해 현재는 그 비중을 방산업계 10위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전체 인원 중 30%에 달하는 연구인력과 2007년 준공한 기술센터는 퍼스텍 기술력의 산실이 되고 있다.
◇무인항공기·얼굴인식분야로 새 먹거리 창출 = 퍼스텍은 새 성장동력으로 무인항공기와 얼굴인식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퍼스텍은 지난 5월 볼리비아에서 소형 무인기 시험비행과 현장기술지원 행사를 진행했다. 당시 볼리비아 대통령은 이른 시일 내에 소형무인기의 구매를 추진하고 100대 이상의 현지 생산을 위해 유콘시스템과 협력할 것이라고 언급, 남미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마련될 전망이다.
생체인식 기술도 퍼스텍이 주목하는 블루오션 중의 하나다. 국내 얼굴인식 시장은 10여개의 업체가 알고리즘과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시스템통합(SI)과 과제 수행,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곳은 퍼스텍과 삼성SDS, 블루닉스, 워치비젼 등 일부에 불과하다. 회사 측은 국내 생체인식 시장 규모는 아직 미미하지만 인천공항 정보화사업, 생체인식 여권·비자 사업과 같은 정부 단위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어 가파른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고 기대했다.
◇완성품·민수사업 극대화… 글로벌 기업으로 꿈틀 = 퍼스텍은 38년간 축적된 방산 노하우를 바탕으로 기존 사업의 신규 수요 창출과 무인화사업, 얼굴인식사업 등 민수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2018년까지 2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민수사업 비중을 30%까지 확대해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방위산업은 그 특성상 군수요와 관련되어 있어 일반 소비재처럼 폭발적인 매출이나 이익 증대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퍼스텍은 부품사업체에서 체계사업체(완성업계)로 발돋움해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것을 1차 목표로 삼고 있다. 더불어 민수사업을 극대화하는데도 경영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전용우 퍼스텍 대표는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볼리비아 등에서 퍼스텍 제품을 수백대씩 상담하고 있다”며 “크게 동남아, 중동, 미국 시장을 눈여겨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여러 국경이 밀집된 동남아나 아프가니스탄은 경제적인 면에서 가능성이 많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