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에게 보고할 문서 사후 조작…관련자들에 허위 진술 요구
허위 출장 신청해 여비 수령하기도…사기 혐의 수사의뢰 예정
한국전력기술(한전기술) 간부 등이 자격 요건에 맞지 않는 직원을 해외지사장으로 선발한 뒤 점수를 조작해 자료를 제출하다 적발됐다.
2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한전기술은 최근 감사를 벌여 처장 A 씨 등이 보임 기준(2직급 이상)보다 낮은 직원을 해외지사장으로 뽑기 위해 선발 절차를 위반한 사실을 확인했다.
감사 결과 해외지사장 선발을 주관해 온 A 씨의 부서는 사전에 해외지사장 후보 풀을 마련하고, 면접관을 A 씨 1인으로 해 면접평가를 시행했다. 정성평가 시 평가 기준과 다르게 점수를 부여하기도 했다.
한전기술 사장이 지사장 후보자 중 직급 자격요건에 부합하지 않는 직원 B 씨를 제외하고 다시 알아보라고 지시했지만, A 씨 부서는 해당 직원을 재추천해 최종적으로 해외지사장으로 선발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사장에게 보고한 문서를 사후 조작해 지사장 선발 후보 중 B 씨의 점수를 3순위에서 1순위로 수정했다. 감사실의 조사에서도 조작된 자료를 제출했다.
이후 A 씨는 관련자들에게 지사장 선발 관련 심층 면접 당시 공동으로 평가한 것으로 허위 진술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한전기술 인사규정에 따르면 해외지사장은 2직급 이상(실장)으로, 지사의 현장업무를 지휘하고 총괄하는 책임자로서 회사를 대표해 그 나라에서 활동을 책임지는 역할이다.
아울러 감사실은 A 씨와 소속 부서원들이 출장을 허위로 신청해 여비를 부당하게 받은 사실도 파악했다. 업무수행을 위한 예산을 목적 외 용도로 사용한 셈이다.
애초 이번 감사는 내부 신고를 통해 이뤄졌다. 올해 초 해외지사장에 특정인을 앉히기 위한 A 씨의 절차 위반, 사후 문서조작 등을 지적하는 신고가 접수됐다. 또 A 씨의 거짓 진술 요구, 허위출장, 직장 내 괴롭힘 등을 주장하는 민원도 있었다.
한전기술 감사실은 변호사‧노무사 법률자문, 디지털포렌식 등을 활용해 △해외지사장 선발 △문서 사후조작 등 감사업무 방해 △처장의 부당한 업무 지시‧직장 내 괴롭힘 △사기 및 예산의 목적 외 사용 등 문제를 확인했다.
이에 A 씨와 팀장 등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허위 출장 등 사기 혐의가 있는 직원들에 대해서는 내부 절차를 거쳐 다음 달 중 경찰에 수사의뢰할 예정이다.
한전기술 관계자는 “유사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관련 규정 및 절차의 미비점에 대한 보완사항을 점검하고, 예산집행 등에 대한 내부 통제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