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코인 르네상스…'갈라파고스 韓' 투자자 해외에 다 뺏긴다

입력 2024-11-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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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연일 親가상자산 행보 불구
국내시장 법인투자 등 진흥책 전무
국내 거래소 글로벌 경쟁력 약화
현물ㆍ개인투자에 제한 경쟁력 상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연일 친(親)가상자산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국내 거래소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가 급부상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규제로 묶여 있는 국내 시장에 기관 및 법인, 외국인 투자 허용 등 진흥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때마침 찾아온 활황장 속에서 비트코인의 자산 가치와 시장성을 인정하고 관련 법·제도 개정 논의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20일 가상자산 전문 외신 더블록 등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차기 정부 상무장관에 친가상자산 인사인 하워드 러트닉을 지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러트닉은 글로벌 금융 회사인 캔터 피츠제럴드의 최고경영자(CEO)로 2021년부터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의 채권 포트폴리오 관리를 맡아온 가상자산 옹호론자다. 앞서 18일(이하 현지시간)에는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의 가상자산 거래소 플랫폼인 코인베이스의 브라이언 암스트롱 CEO와 만나 행정부 인사에 대해서도 논의할 예정이라는 소식도 전해졌다.

아울러 전날 미국통화감독청(OCC)이 블랙록의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인 IBIT의 옵션 상품을 승인하면서 19일 나스닥에서 거래를 시작했다. 해당 옵션은 첫날 거래 계약만 35만4000건, 총거래액 19억 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주식 시장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옵션까지 거래를 시작하자 비트코인이 9만4000달러를 돌파,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친가상자산 행보에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이 큰 변화를 겪는 상황이다.

반면 업비트와 빗썸 등 국내 대표 거래소의 글로벌 점유율은 대조적인 모습이다. 업비트는 지난해 7월 현물 거래량 298억 달러를 기록하며 바이낸스에 이어 글로벌 2위 거래소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점차 그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

20일(한국시간) 오후 3시 코인게코 기준 업비트와 빗썸의 24시간 거래량은 각각 64.7억 달러와 19.5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바이낸스의 313억 달러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미국 기관 거래를 담당하는 코인베이스 역시 58억 달러 거래량을 기록했고, 크립토닷컴과 바이비트도 각각 약 109억 달러와 72.7억 달러 거래량을 나타냈다.

업계는 국내 시장이 현물, 개인 위주로 형성된 점을 경쟁력 상실의 주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가 막혀 수요도 한정적이고, 선물거래나 마진거래 역시 불가능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해외거래소를 찾아 나선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스테이블 코인 거래량이 늘었고, 상승장에서 투자자들이 현물보다는 상품에 투자하고 싶은 욕구가 강할 것이라고 예측해 볼 수 있다”고 했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지난달 정무위 국감에서 “국내에서 해외 가상자산 시장으로 1년에 60조 원 이상이 나가는데, 해외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자금은 없다”고 말했다.

국내 투자 수요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김치프리미엄 역시 시장 활황에 올해 3월 10%를 넘겼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역프리미엄과 1%대를 오갈 정도로 줄어든 상황이다. 반면 미국 기관 투자 수요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코인베이스프리미엄갭은 19일(현지시간) 125.1을 기록하며 올해 3월 수준을 회복 중이다.

정부와 당국의 진흥책에 대한 의지가 명확하지 않아 보이는 것도 문제로 지목된다. 이달 첫 회의를 가진 국내 정책 자문 기구인 가상자산위원회는 ‘이해상충’을 이유로 업계에서 진흥책 의견을 냈던 인사들을 배제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친가상자산 인사를 단행하는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당국은 위원회를 이용자보호와 진흥책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 구성했다고 밝혔으나, 당시 업계에서는 위원들이 다소 생소하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한 국내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지속적으로 기관과 법인 투자 및 외국인 대상 영업이 가능하도록 해달라고 요구해 왔다”면서 “당장 내년 1월에 과세가 된다고 하면, ‘김프’도 거의 없는 상황에서 국내 거래소에서 투자할 이유가 더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어 “가상자산위원회 등을 통해서 진흥책들이 꼭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시장에 큰 자금이 돈다는 것은 이미 확인됐고, 아마도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 당국도 시장 진흥을 소홀히 하긴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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