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실적에 비상한 삼성E&A…삼성전자 반도체 투자 지연에 ‘진땀'[중견건설사 Up&Down⑤]

입력 2024-11-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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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E&A 사옥 전경 (자료제공=삼성E&A)
▲삼성E&A 사옥 전경 (자료제공=삼성E&A)
삼성E&A가 3분기 해외 건설시장에서의 굵직한 수주 건수와 화공 부문 일부 준공 단계 프로젝트에서의 이익 반영으로 준수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그러나 비화공 부문 실적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그룹사 요청에 따라 일부 공사가 지연되며 내년도 실적 성장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E&A는 올 3분기(연결 기준) 매출 2조3170억 원, 영업이익 2039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2조4782억 원) 대비 매출은 6.5%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32.9% 증가했다. 순이익은 1582억 원으로 1.5% 늘었다. 같은 기간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도 6.2%에서 8.8%로 개선됐다.

주요 화공 프로젝트의 종료단계 원가가 개선됐고 산업환경 부문의 안정적 수익구조도 이익률 개선의 이유로 작용했다는 것이 삼성E&A의 설명이다.

3분기 수주는 5924억 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누적 기준 11조5095억 원으로 연간 수주목표(12조6000억 원)의 91.3%를 채웠다. 이번 분기 말 기준으로 21조9000억 원의 수주잔고를 쌓으며 지난해 매출액 기준 약 2년 치에 해당하는 일감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특히 화공 부문(8조336억 원) 수주액이 전년(8446억 원) 대비 약 10배의 성장세를 보였다. 2분기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와 '파드힐리(Fadhili) 가스 증설 프로그램 패키지 1, 4번' 공사를 따낸 영향이다. 삼성E&A의 계약액은 60억 달러(약 8조 원)로, 창사 이래 최고액인 동시에 국내 건설사가 사우디에서 수주한 공사 중 최대 규모다.

올해 해외 수주 1위 건설사라는 칭호에도 한 발짝 가까워졌다. 삼성E&A의 올 3분기까지 해외 수주액은 총 79억887만 달러(약 11조1642억 원)로 2위인 현대엔지니어링(41억1308만 달러, 약 5조6000억 원)과의 격차를 벌렸다.

다만 연내 발주 예정이었던 다수의 해외 프로젝트가 수주 지연 상태다. 인도네시아 석유화학 플랜트 ‘TPPI프로젝트’(35만 달러, 약 4조8919억 원)은 내년으로 밀렸다. 기본설계(FEED)를 담당한 이후 시공에서의 유리한 입지를 선점했던 사우디 ‘알루자인 PDH/PP 프로젝트’ 또한 경쟁입찰로 전환됐다.

올해 안에 10만 달러(약 1조3980억 원) 규모의 말레이시아-페트로나스 ‘SAF’(지속가능항공유)나 아랍에미리트(UAE) ‘타지즈(TAZIZ) 메탄올 프로젝트’(15억 달러, 약 2조971억 원) 등 추가적인 해외 포트폴리오 구축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비화공 부문 부진도 약점 중 하나로 꼽힌다. 올해 1~3분기 삼성E&A의 누적 비화공 부문 수주액은 3조4758억 원으로 전년 동기(5조9124억 원) 대비 41.21% 줄었다. 3분기 비화공 부문 매출의 40% 이상은 삼성전자(28.4%)와 삼성바이오로직스(12.3%) 등 그룹사 발주물량에서 나왔다. 이 중 삼성전자 관련 매출액은 2조973억 원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반도체 투자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려는 흐름을 보고 있다. 당초 2030년까지 경기 평택시에 총 6개의 반도체 생산라인(P1~P6)를 조성할 계획이었으나 9월 P4·P5 공장 건설 일정을 내년 중순으로 미뤘다. 가동 중이던 P2와 P3 공장의 경우 일부 파운드리 생산라인 설비 전원을 내리는 ‘콜드 셧다운’을 시행했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핵심 그룹사의 투자 시기 조정에 따른 비화공 부문 성과 부진은 당분간 삼성E&A가 감내해야 할 문제”라며 “3분기부터 매출이 감소하는 등 실제 회사 실적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비화공 회복 기대감보다 화공 부문의 선전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시기”라고 말했다.

10년째 ‘응답 없음’ 상태였던 주주환원 정책도 부활해야 할 타이밍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삼성E&A는 2013년과 2015년 대규모 적자를 직면한 이후 배당가능이익을 충족하지 못해 2019년까지 배당 지급을 멈췄다. 2020년 말부터는 배당 지급 요건을 채웠지만 건전한 재무구조 달성과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 명목으로 내부 유보 상태를 이어갔다.

삼성E&A 관계자는 “동종 업체 수준의 재무 구조 달성과 부채비율 정상수준 회복을 목표로 하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을 포함한 다방면 고려를 통해 주주환원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2018년 이익 전환에 성공한 삼성E&A는 6년여 만에 글로벌 설계·조달·시공(EPC) 기업으로 성장했다”며 “과거와 달리 이익 규모뿐 아니라 이익 퀄리티까지 함께 올라왔음을 (주주에게) 증명하기 위해선 주주환원의 시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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