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필수 인프라 '데이터센터' 주민반발ㆍ전력수급에 제동

입력 2024-11-18 05:00 수정 2024-11-2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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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지는 장애물…정부, 구축 지원방안 잇단 발표

전자파 우려ㆍ인허가 문제 난항
지방 적극 유치 속 기업은 소극적
유럽도 물부족ㆍ환경문제로 반대
과기부, 부처간 협의 원스톱 처리
원전 등 전력확충 예산 증액 처리

정부가 주민 반발·인허가 지연 등으로 곳곳에서 늦어지고 있는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제도 개선에 나섰다. 다만 데이터센터를 세워도 장기적인 전력 수급 계획이 필요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윤석열 정부 과학기술·디지털 분야 성과 및 향후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데이터센터 구축 지원 방안을 밝혔다. 데이터센터의 전자파 유출량을 알리는 ‘전자파 신호등’을 세우고, 여러 부처의 인허가 과정을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부처 간 협의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급증하는 AI 인프라 수요 속에 곳곳에서 데이터센터 건설이 이뤄지고 있지만, 상당수 지역이 주민 반대와 인허가 문제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의 '2024년 상반기 데이터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에 준공된 데이터센터 용량은 36㎿(메가와트) 수준으로, 지난해 하반기 100㎿의 3분의 1에 그쳤다.

지역 주민이 데이터센터를 건설을 반대하는 건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주로 물 부족 및 환경 문제 등을 우려하는 유럽에서 지역 주민의 반대가 심하다. BBC에 따르면 영국 IT 기업 Digital reef는 런던 북동쪽 노스 오켄던 지역에 데이터 센터를 건설하려는 과정에서 주민과 시민 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데이터센터에 전자파가 발생해 혐오 시설로 되는 것은 맞지 않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홍보를 더욱 강화해야 되겠다"고 말했다. 송상훈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은 "전자파에 대한 우려와 관련해 전자파 신호등을 세워서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한 예산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과 달리 지방에서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기대하며 데이터센터 유치에 적극적이지만, 정작 기업은 소극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는 이용자의 위치와 가까워야 한다"면서 "클라우드 서버와 고객사 사이 물리적 거리를 줄여 지연 시간을 줄여야하므로, 보통 데이터센터를 수도권에 짓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전력 수급을 등을 고려해 관련법을 개정하며 데이터센터의 지방 유치를 유도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5㎿ 이상 전력수요가 전력 계통에 부담을 줄 경우 한국전력공사가 전기 공급을 거부할 수 있게 됐다. 또 산업통상자원부는 10㎿ 이상 전기 사용을 신청하는 전력계통 사업자는 전력계통영향평가를 받아야 하는 제도를 추진 중이다. 업계 반발이 커 지난 5월 행정예고했던 고시 안을 보완해 재행정예고했지만, 업계에서는 이 역시도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에 대한 실질적인 인허가로 작용해 업계 성장을 위축시킬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송창훈 실장은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여러 부처의 인허가 과정 등이 필요한데, 저희가 일종의 창구 역할을 해서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협의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안정적인 전력 수급도 문제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새로 만들어갈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기를 충당하려면 우리나라에 원전 53개 규모인 약 52.9GW(기가와트)의 전력 시설이 더 필요하다.

정부는 수조 원을 들여 국가 AI 컴퓨팅센터 계획을 세우고, 예산안도 대폭 증액하는 방안을 국회와 협의 중이지만, 구체적인 전력 수급 계획은 아직이다. 전력 수급 계획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데이터센터를 세워도 추후 전력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시장 조사기관 가트너는 2027년까지 전세계 AI 데이터센터의 40%에서 전력 가용성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을 13일 내놓았다.

전력 문제 역시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9월 구글은 아일랜드 더블린 남부에 새로운 데이터센터를 지으려 했지만, 지역 당국은 전력 그리드가 충분하지 않다며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이러한 움직임에 구글,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는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되는 말레이시아·베트남 등 동남아로 향하고 있다.

유상임 장관은 "지역 주민 반대, 전력망 문제, 시스템 노이즈 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이 우리 과기정통부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라면서 "산업부, 국토교통부 등 다른 관련 부처들과 이 문제를 같이 풀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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