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뒤 홀로서기 성공한 DL건설…실적 회복으로 성장세 박차 [중견건설사 UP&DOWN③]

입력 2024-11-19 06:00 수정 2024-11-19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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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건설 CI. (자료제공=DL건설)
▲DL건설 CI. (자료제공=DL건설)

DL건설이 통합 5년 차를 맞아 중요한 갈림길에 섰다. 2020년 7월 삼호와 고려개발의 합병회사로 출발한 대림건설은 2021년 DL건설로 이름을 바꾸고 올해 5년째 순항 중이다. 무차입에 가까운 경영 기조로 회사의 ‘실탄’ 격인 현금성 자산을 불경기 속에도 풍부하게 보유 중이다. 반면 차입금은 적다. 여기에 주택 분야에서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창출하며 강세를 보인다. 올해 역시 상반기 일찌감치 수주 ‘1조 원 클럽’에 이름을 올리면서 대형 건설사 못잖은 경쟁력을 뽐냈다.

다만, 계속되는 부동산 경기 침체 영향으로 DL건설의 급격한 성장세에는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2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가 누적되고 있고, 상대적으로 높은 원가율 영향으로 DL건설은 물론 모회사인 DL이앤씨 실적까지 악영향을 주고 있다. 8월 지휘봉을 잡은 강윤호 대표의 DL건설이 성장세 둔화에서 벗어날지 지켜봐야 할 이유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DL건설은 최근 건설·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도 차입금을 최소한으로 늘리면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지속 중이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차입금과 사채는 올해 반기 기준 약 2706억 원으로 지난해 말 2898억 원 대비 192억 원 줄었다.

세부 내용을 뜯어보면 단기차입금 100억 원을 산업은행으로부터 ‘운영 자금’을 목적으로 빌렸고, 회사채가 200억 원 늘었다. 하지만 장기차입금과 비유동 차입금을 줄여 전체 차입금 규모는 줄었다.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5500억 원 이상을 보유 중이다. 이날 회사 공시에 따르면 올해 반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5598억 원으로 지난해 말 6371억 대비 773억 원 줄었다. 이익 잉여금은 올해 반기 기준으로 7127억 원 규모로 지난해 말 7154억 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 중이다.

부채총계는 지난해 말 9549억 원에서 올해 1조1288억 원으로 늘었고, 부채비율은 92.8%에서 110.0%로 17.2%포인트(p) 증가했다. 다만 순차입금비율(순차입금의존도)은 여전히 예금 등 현금성 자산과 자본이 차입금보다 더 많아 ‘없음’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 DL건설과 비슷한 체급의 중견 건설사의 재무 상태와 비교하면 더 돋보인다. 나이스신용평가사가 집계한 올해 상반기 기준 중견사 6곳의 순차입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평균 10%가량 늘었다.

이렇듯 최근 건설경기 악화에도 이런 탄탄한 재무구조를 유지한 이유로는 가장 먼저 DL건설의 주택시장 내 경쟁력이 꼽힌다. DL건설은 주택 분야에서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거두면서 회사 체급 대비 주택사업 내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회사는 상반기에만 총수주액 1조301억 원을 기록하면서 일찌감치 올해 수주 ‘1조 원 클럽’ 가입에 성공했다. DL건설에 따르면 올해 회사는 2월 713억 원 규모 서울 중랑구 ‘면목역4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모아타운)’ 사업 수주를 시작으로 같은 달 24일에는 공사비 6760억 원의 ‘천안 문화3·성황구역’ 재개발사업을 따냈다.

이 외에 상반기 서울에서만 모아타운 사업인 △고척동 모아타운 1구역(314억 원) △중랑구 면목역6구역 정비사업(565억 원) △중화역2-3구역(829억 원) △면목역6-1구역(792억 원) 등을 쓸어 담았다. 지방에선 6월 328억 원 규모 ‘청주 남주동1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올해 초 DL건설의 신용등급을 ‘A-·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건설 경기 위축에도 보유 수주잔고와 2022년의 대규모 공급 물량에 기반한 진행사업장의 기성 인식을 통해 당분간 안정적인 매출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강윤호 DL건설 대표. (사진제공=DL이앤씨)
▲강윤호 DL건설 대표. (사진제공=DL이앤씨)

이렇듯 통합 출범 이후 5년째 순항 중인 DL건설이지만 최근 적자에 발목이 잡히는 등 성장세 제동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순항하고 있는 수주물량의 상당 부분도 계열사인 DL이앤씨의 'e편한세상' 브랜드를 사용한 후광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최근 주택 시장에서 브랜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데 이미 시장에 안착한 브랜드를 같이 사용한 덕을 봤다는 것이다.

실제 DL건설은 건설사 시공능력평가 순위에서 2020년 17위로 시작해 2021~2022년 12위로 오른 뒤, 2023~2024년 13위에서 2년째 머물고 있다. 주택사업에 기반을 둔 매출 확대 전략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중론이다.

여기에 올해 2분기 DL건설은 영업손실 74억 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적자로 돌아섰다.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도 43억 원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86.4% 수익이 급감했다. 동시에 급등하는 공사 원가율도 DL건설의 실적 개선 움직임을 더디게 만든다.

올해 3분기 DL건설의 매출원가율은 92.2%로 2분기보다 3.4%포인트(p) 낮추는 데 성공했지만, 약 87% 수준의 원가율을 기록한 DL이앤씨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인다. 일각에선 올해 최종 실적이 적자 전환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8월 새롭게 취임한 강윤호 DL건설 대표의 책임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DL이앤씨의 완전 자회사인 DL건설이 적자를 기록하면 DL이앤씨 매출까지 직격탄을 맞는 구조인 만큼 DL건설의 실적 개선이 절실하다는 평가다. 증권업계 분석에 따르면 DL이앤씨 매출 중 DL건설 비중은 약 26%로 DL이앤씨 주택 매출 46%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DL이앤씨 내 경영관리 전문가로 평가받는 강 대표가 DL건설의 지휘봉을 잡으면서 모회사인 DL이앤씨와 조화도 기대된다. 이에 모회사와 수주 시장 내 역할 분담을 조율하고, 위험 관리와 사업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작업 등 DL건설의 체질 개선도 수행할 전망이다.

DL건설 관계자는 “2분기 적자는 회사의 일회성 비용 등 현장 위험을 선반영한 영향으로 3분기에는 흑자 전환한 상황”이라며 “올해 연간 기준으로 보더라도 BEP(손익분기점) 이상 수익은 당연히 거둘 수 있다고 내부에선 전망하고 있다. 올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종합심사낙찰제(종심제) 입찰 현장 수주도 성공해 내년 이후 매출 전망도 준수하다”고 말했다.

향후 주택 이외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망에 대해선 “주택 이외에도 데이터센터나 물류센터 등 여러 가지 방면으로 사업을 시도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사업 구성이 급변하긴 어렵지만, 일반 주택 사업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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