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야구 최강국 가리는 '프리미어12'…한국, 9년 만의 우승 가능할까 [이슈크래커]

입력 2024-11-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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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 12'에 참가하는 한국대표팀이 7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마지막 국내 훈련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 12'에 참가하는 한국대표팀이 7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마지막 국내 훈련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주관으로 열리는 국제 야구 대회 "2024 WBSC 프리미어12"가 10일(이하 한국시간)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습니다.

2015년 신설된 '프리미어 12'는 올해로 3번째 대회를 맞이했는데요. WBSC가 주관하는 '프리미어 12'는 WBSC 랭킹 상위 12개국이 경쟁해 최고의 팀을 가리는 대회입니다. 우리나라는 2015년 우승, 2019년 준우승을 차지하며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죠. 특히 2015년 일본을 상대로 4강에서 벌인 대역전승은 아직도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세계적인 스타가 된 당시 일본의 선발 투수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의 호투에 막혀 패색이 짙었지만, 0-3으로 뒤진 9회 마지막 공격에서 기적적으로 4점을 내 경기를 뒤집었죠.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은퇴)의 역전 2타점 적시타 장면은 아직도 많은 팬에게 짜릿한 감동을 주고 있는데요. 한껏 기세가 오른 결승전에선 미국을 8-0으로 가볍게 잡고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지난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한국은 9년 만에 다시 우승 트로피에 도전합니다. 하지만 이번 '프리미어 12'는 여태까지 치른 대회 중 가장 험난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주축 선수들의 부상 이탈부터 대회 규정 변경까지, 뭐 하나 쉬운 부분이 없습니다. 과연 이번 대회는 어떨지 13일 대만과의 첫 경기를 앞두고 살펴보겠습니다.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 야구 대표팀과 상무 야구단의 연습 경기. 6회말 상무 마운드에 오른 대표팀 투수 김택연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 야구 대표팀과 상무 야구단의 연습 경기. 6회말 상무 마운드에 오른 대표팀 투수 김택연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작 전부터 '부상 악몽'에 시달린 대표팀…김도영·김택연 등 활약 기대

이번 '프리미어 12' 대표팀은 류중일 감독이 지휘봉을 잡아 20대 선수들을 중심으로 꾸렸습니다. 이는 앞으로 있을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2028 LA올림픽' 등 국제 대회에서 연속성을 갖기 위함이죠. 실제로 대표팀 최종 명단 28인 중 30대 선수는 단 4명(박동원·고영표·임찬규·홍창기)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대회 시작 전부터 대표팀은 '부상 악몽'에 시달리고 있는데요. 가장 문제가 되는 포지션은 선발 투수입니다. 대표팀을 이끌어 나갈 좌우 원투펀치로 꼽히는 문동주(한화 이글스)와 이의리(KIA 타이거즈)가 2차 예비 엔트리에조차 들지 못했고, 대안이었던 원태인(삼성 라이온즈)과 손주영(LG 트윈스)도 포스트시즌의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부상으로 낙마했죠. 결국 대표팀은 명단에 없던 임찬규(LG)를 급하게 부르며 곽빈, 최승용(이상 두산 베어스), 고영표(kt 위즈), 임찬규로 이어지는 선발진을 구성했는데요. 물론 실력이 부족한 선수들은 아니지만, 부상으로 빠진 선수들을 생각해봤을 땐 아쉬움이 남는 것이 사실입니다.

타자 쪽에서는 구자욱(삼성)의 부상이 가장 아쉽습니다. 올 시즌 타율 0.343, 33홈런, 115타점으로 커리어하이를 보낸 구자욱은 대표팀의 중심을 잡아줄 타자로 기대를 모았지만, 포스트시즌 도중 당한 무릎 부상으로 이름을 올리지 못했는데요. 지난 시즌 홈런왕을 차지했던 노시환(한화) 또한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했죠. 거기에 핵심 선수로 분류되던 김혜성(키움 히어로즈)과 강백호(kt)마저 기초군사훈련으로 이번 대회에 참석하지 못해 타선의 무게감이 많이 떨어진 상황입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부분은 불펜입니다. 김택연(두산), 박영현(kt), 정해영, 곽도규(이상 KIA), 조병현(SSG 랜더스), 김서현(한화) 등 한국프로야구(KBO)에서 철벽을 자랑하던 투수들이 합류했습니다. 모두 최고 시속 150㎞대를 던지는 강력한 구위를 가져 대표팀의 뒷문은 든든할 전망입니다. 특히 고졸 신인 최다 세이브(19세이브)에 빛나는 김택연이 첫 성인대표팀 발탁 무대에서 어떤 투구를 보여줄지 팬들의 기대가 모이고 있는데요.

▲10일 오후 대만 타이베이 톈무야구장에서 열린 '프리미어 12' 한국 야구대표팀과 대만프로야구팀 웨이취안 드래곤스와의 연습 경기. 1회말 2사 한국 김도영이 안타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오후 대만 타이베이 톈무야구장에서 열린 '프리미어 12' 한국 야구대표팀과 대만프로야구팀 웨이취안 드래곤스와의 연습 경기. 1회말 2사 한국 김도영이 안타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타자 중 가장 기대되는 선수는 단연코 김도영(KIA)입니다. 이번 시즌 최연소 '30홈런-30도루(최종 38홈런 40도루)'를 달성한 김도영은 KBO뿐만 아니라 세계가 주목하는 선수입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공식 홈페이지인 MLB 닷컴은 최근 '프리미어 12에서 지켜봐야 할 선수 8인'에 김도영을 선정했죠. 매체는 "정교함과 장타력을 겸비해 투수를 두렵게 할 천재 3루수"라고 김도영을 언급했습니다.

이 밖에도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낸 송성문(키움), 윤동희(롯데) 등이 타선에서 화력을 뽐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데요.

▲'프리미어 12' B조 대진표 (출처=WBSC 홈페이지 캡처)
▲'프리미어 12' B조 대진표 (출처=WBSC 홈페이지 캡처)

전보다 더 어려워진 일정…반드시 6팀 중 2위 안에 들어야

한국 대표팀은 조별리그에서 B조에 편성돼 대만, 쿠바, 일본, 도미니카공화국, 호주와 슈퍼 라운드 진출을 놓고 한판 대결을 펼칠 예정입니다.

이번 '프리미어 12'는 지난 대회와 다른 방식으로 슈퍼 라운드 진출팀을 가립니다. 지난 대회에선 4팀씩 3개의 조로 나눠 예선을 치른 뒤 각 조 2위까지 슈퍼 라운드에 진출했는데요. 이후 올라간 6팀이 다시 한 조를 이뤄 경기한 뒤 1·2위가 결승을, 3·4위가 3위 결정전을 치렀죠.

이번 대회는 조금 더 난이도가 높아졌습니다. 6팀이 속해 있는 2개의 조에서 단 2팀만이 슈퍼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죠. 이후 4개 팀이 풀리그 형식으로 경기를 치러 1·2위가 결승을, 3·4위가 3위 결정전을 치릅니다. 기존에는 4팀 중 2위를 차지해도 올라갔지만, 이번 대회부터는 6개 팀 중 2위를 차지해야 슈퍼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는 셈이죠.

한국 대표팀은 13일 오후 7시 30분 대만 타이베이돔에서 개최국 대만과 첫 경기를 시작으로 대회를 출발합니다. 이후 14일 쿠바, 15일 일본, 16일 도미니카공화국, 18일 호주와 경기를 치르게 되는데요. 한국이 치르는 모든 조별리그 경기는 대만의 타이베이돔과 톈무 야구장에서 열립니다.

'프리미어 12'에는 독특한 규정이 1개 있습니다. 바로 'MLB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선수는 출전이 금지된 것인데요. 덕분에 오타니,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 등 이름이 잘 알려진 선수들은 이번 대회에서 볼 수 없습니다. 비록 슈퍼스타는 보기 어렵지만, 더욱 다양한 선수들이 나와 기량을 뽐낼 수 있다는 점이 '프리미어 12'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죠.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전에 구원 등판해 공을 던지고 있는 다카하시 히로토 (AP/뉴시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전에 구원 등판해 공을 던지고 있는 다카하시 히로토 (AP/뉴시스)

우승 후보는 '디펜딩 챔피언' 일본…'야구 종주국' 미국도 무시할 수 없어

이번 대회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는 역시 '디펜딩 챔피언' 일본이에요. 2018년부터 줄곧 WBSC 랭킹 1위를 지키고 있는 일본은 '2019 프리미어 12', '2020 도쿄올림픽', '2023 WBC' 등 최근 열린 국제 야구 대회를 모조리 휩쓸며 위용을 떨치고 있죠. 특히 '2023 WBC'에서 메이저리거를 잔뜩 데리고 나온 미국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모습은 일본의 야구가 얼마나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왔는지 증명했는데요. 결승전 9회 말 오타니가 당시 팀 동료이자 MLB를 대표하는 타자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포효하는 장면은 야구 팬들에게 아직도 강렬하게 남아 있습니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강력한 투수진이 장점인 팀입니다. 이토 히로미(닛폰햄 파이터즈), 사사키 로키(지바롯데 마린스) 등이 빠진 이번 대표팀에선 올해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낸 타카하시 히로토(주니치 드래곤스)가 에이스를 맡을 것으로 보여요. 타카하시는 21경기에 선발 출장해 12승 4패, 평균자책점 1.38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143과 3분의 2이닝 동안 피홈런 단 1개만을 내준 피칭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체코와의 연습 경기에서 3이닝 7탈삼진 퍼펙트를 기록한 사이키 히로토(한신 타이거즈),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1선발과 마무리를 맡고 있는 토고 쇼세이와 오타 타이세이도 쉽게 공략할 수 없는 투수죠.

다만 중심타자인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 스왈로즈), 야마카와 호타와(소프트뱅크 호크스), 오카모토 카즈마(요미우리) 등이 몸 상태와 사생활 등으로 대표팀에서 하차해 타선이 많이 약해졌는데요. 데뷔 시즌부터 4년 연속 20홈런을 넘기고 있는 마키 슈고(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즈)의 활약이 중요할 전망입니다.

▲미국 대표팀의 맏형인 투수 리치 힐 (AP/뉴시스)
▲미국 대표팀의 맏형인 투수 리치 힐 (AP/뉴시스)

'야구 종주국' 미국도 강력한 우승 후보입니다. 비록 최상의 전력은 아니지만, 베테랑과 유망주로 구성된 로스터가 낼 시너지가 기대되는 팀이죠. 가장 유명한 선수는 역시 투수 리치 힐(무소속)이죠. 1980년생인 힐은 2005년부터 올해까지 20년 동안 MLB에서 살아남은 베테랑 투수인데요. 류현진(한화 이글스)과 LA 다저스 시절 선발 경쟁을 펼쳤던 투수로 국내 팬에게도 익숙한 선수죠. 이번 대회에선 미국 대표팀의 맏형으로 마운드를 지킬 예정입니다.

타선에서는 '2024 MLB 파이프라인 선정 유망주 랭킹' 4위 카슨 윌리엄스(탬파베이 레이스)와 22위 맷 쇼(시카고 컵스)가 가장 기대되는 타자로 꼽힙니다. 특히 쇼는 11일까지 치른 '프리미어 12' A조 2경기에서 타율 0.875, 1홈런 7타점 3득점으로 맹활약했죠. 10일 푸에르토리코에게 일격을 당한 미국은 이날 쇼의 활약에 힘입어 네덜란드를 12-2로 꺾고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습니다.

우승 후보까진 아니지만 B조에 속한 경쟁팀들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2024 MLB 드래프트' 전체 1번 지명에 빛나는 트래비스 바자나(클리블랜드 가디언스)를 데려온 호주는 '2023 WBC'에서 우리가 이미 한 번 무릎을 꿇은 적이 있는 팀입니다. 개최국 대만은 홈에서 조별리그를 치른다는 이점을 갖고 있죠.

어려운 상황이지만 우리 대표팀도 예상보다 좋은 경기력을 보이며 대회를 준비하고 있어요. 같은 조에 속한 쿠바와 치른 2차례의 평가전을 모두 승리했고, 대만 현지에서 치른 웨이취안 드래곤스(대만)와의 평가전도 5-1로 승리했죠. 9년 만에 정상 탈환을 도전하는 대표팀이 지금의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 대회에서 선전하기를 기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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