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배우·평론가는 어떤 책 읽을까?…"힘들 때마다 들춰 보는 책"

입력 2024-11-08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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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상자료원, 기획전시 '영화문고' 내년 2월까지 개최

영화 산업·이론·비평·저널리즘의 흐름 조망
절판된 도서부터…영화 책 500여 종 전시
영화 속 책·서점 장면 담은 특별 영상 상영

▲8일 한국영상자료원 내부 한국영화박물관 기획전시 '영화문고' 전경. (송석주 기자 ssp@)
▲8일 한국영상자료원 내부 한국영화박물관 기획전시 '영화문고' 전경. (송석주 기자 ssp@)

박찬욱 감독, 박정민 배우, 정성일 평론가는 어떤 영화 책들을 읽을까? 한국영상자료원은 영화 책 출판 흐름을 포함해 유명 감독과 배우, 평론가들의 추천 도서를 즐길 수 있는 기획 전시 '영화문고'를 개최한다고 8일 밝혔다.

이날 영상자료원은 "이번 전시는 국내 최초로 '영화 책'을 주제로 1980년부터 현재까지 영화 출판의 연대기를 조명한다"라고 밝혔다. 절판된 도서부터 현재 유통되고 있는 도서까지 총 500여 종, 3000여 권의 책이 관객들을 찾는다.

전통적으로 영화 관련 책들은 '비인기 서적'으로 분류된다. 책보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체험하는 게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움직이는 이미지로서 영화를 설명하는 책들은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특히 영화이론서 등은 대부분 학계에서만 유통됐다.

영상자료원 관계자는 "영화 출판은 전통적인 출판 관행과 달리 영화문화의 동향이나 영화의 유행 경향에 따라 그 변화와 부침이 매우 컸다"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책에는 당대 영화산업의 화두, 영화와 대중문화의 관계, 학계에서 유행하는 영화이론 흐름 등이 정리돼 있어 산업적·문화적·학술적 가치를 지닌다.

▲8일 한국영상자료원 내부 한국영화박물관 기획전시 '영화문고'에 영화잡지 씨네21 초창기 잡지들이 전시돼 있다. (송석주 기자 ssp@)
▲8일 한국영상자료원 내부 한국영화박물관 기획전시 '영화문고'에 영화잡지 씨네21 초창기 잡지들이 전시돼 있다. (송석주 기자 ssp@)

전시에는 '해석에 반대한다', '영화 스타일의 역사', '시간-이미지', '히치콕과의 대화', '사유 속의 영화' 등 영화이론·학술서들을 포함한 다양한 책들이 마련돼 있다.

또한 한국영화의 중흥기였던 1990~2000년대 초반 등장했던 영화잡지들의 변천사 역시 조망할 수 있다. 특히 1995년은 영화 출판 역사에서 분수령이 된 해다. 영화 탄생 100주년을 맞은 이 해에 영화주간지 '씨네21', 월간지 '키노', '프리미어' 등의 영화 잡지들이 대거 창간됐기 때문이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90년대에는 대학생들이 영화잡지를 팔짱에 끼고 버스나 지하철에 보는 게 하나의 유행이었다. 요즘으로 말하면 힙한 대학생 문화였다"라며 "영화관이 아닌 잡지를 통해 영화를 먼저 접하고, 해외 문화원 등에서 어렵게 영화를 보던 시절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영화잡지는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대거 폐간됐다. 지금은 씨네21 정도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 외에는 '프리즘오브' 등 계간지 형태로 나오거나 특정 영화와 배우, 감독을 조명하는 잡지 등이 시네필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8일 한국영상자료원 내부 한국영화박물관 기획전시 '영화문고'에 박찬욱 감독의 추천 도서들이 전시돼 있다. (송석주 기자 ssp@)
▲8일 한국영상자료원 내부 한국영화박물관 기획전시 '영화문고'에 박찬욱 감독의 추천 도서들이 전시돼 있다. (송석주 기자 ssp@)

이번 전시에서는 박찬욱, 정주리, 고민시, 박정민, 김중혁, 정서경, 손희정, 정성일 등 8명의 예술인이 추천한 도서들이 전시돼 있다.

영화평론가로 활동하기도 했던 박찬욱 감독은 '창백한 언덕 풍경', '지속의 순간들', '이민자들' 등의 책들을 추천했다. 특히 사진 비평 에세이인 '지속의 순간들'에 대해서는 "어설픈 창작자보다 통찰력을 가진 해설자가 훨씬 우리를 흥분시킬 수 있다"라고 평했다.

책을 사랑해 서점을 운영하기도 했고, 현재는 출판사 대표까지 맡고 있는 박정민 배우도 관람객들과 함께 읽고 싶은 책들을 추천했다. 그는 추천사에서 힘들 때마다 '박찬욱의 몽타주', '류승완의 본색'을 들춰 본다고 고백했다.

아울러 영화 속 책과 서점 풍경을 담은 비디오 에세이 '부록 - 책이 장면이 될 때는'이 특별 상영된다. 영화 '미망'으로 제48회 서울독립영화제 등에서 수상한 김태양 감독이 직접 연출과 편집을 맡았다.

당대 영화문화의 동향이나 유행 경향에 따라 변화와 부침을 겪었던 영화 출판 흐름을 조망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내년 2월까지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국영화박물관에서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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