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위 늪에 빠진 삼성…“과감히 쇄신해야” [노트북 너머]

입력 2024-11-0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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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삼성 라이온즈와 기아 타이거즈의 한국시리즈 5차전. 삼성은 마지막까지 접전을 벌였지만, 7대 5로 패했다. 최종 전적은 1승 4패. 삼성은 결국 정규 시즌과 같은 ‘2위’로 올해 야구를 마무리 지었다. 강민호, 구자욱 등 핵심 선수들의 부상이 주요 패인으로 지목됐다.

삼성이 올해 2위 늪에 빠졌다. 비단 야구에서 뿐만이 아니다. 그룹에서 강민호, 구자욱처럼 핵심 선수 역할을 하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성적이 줄줄이 2위에 머무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반도체에서 후발주자로 밀렸다. 올해 연간 반도체 실적도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추월당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무엇보다 초기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게 뼈아팠다. 삼성전자는 현재 시장 주류로 자리 잡은 HBM3E(5세대)에서 안정적인 수율을 내지 못하며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3월 HBM3E 8단 제품을 엔비디아에 최초 납품한 데 이어 지난달 12단 제품도 세계 최초로 양산을 시작했다. 내년에는 16단 제품까지 공급해 1위 굳히기에 들어간다.

파운드리 사업에서도 시장 선두인 대만 TSMC와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3나노 선단 공정에서 세계 최초로 차세대 GAA 기술을 개발·적용했으나 여전히 부진하다. GAA 3나노 2세대 공정의 수율 확보 문제로, 내년 자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 2500’의 갤럭시 S25 탑재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TSMC로 선회하는 국내 팹리스도 많아지고 있다. 한 팹리스 기업 대표는 “삼성 파운드리는 공정도 안정화되지 않았고, 검증된 설계자산(IP)도 적다”며 “우리도 다음 제품 물량은 TSMC에 맡겼다. 삼성 파운드리는 3~5년 정도는 다시 기초부터 다지는 작업을 해야 한다”라고 했다.

최근 삼성 라이온즈는 내년 우승을 위해 신상필벌 원칙에 따라 강력한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1군에서 오래 몸담아온 장필준, 김동엽 등 포함해 7명의 선수를 방출하고, 코칭 스태프도도 대거 교체하기로 했다. 경기력 중심으로 개편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곧 삼성의 하반기 인사와 조직개편이 시작된다. 업계에서는 삼성 라이온즈처럼 강력한 신상필벌의 원칙을 적용한 강한 결단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삼성전자는 재무적인 부분에 관점을 두고 경영하고 있는 분위기"라며 "뒤처진 기술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실력 있는 엔지니어 중심의 조직 개편을 진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번 개편만큼은 무엇보다 '기술력'이 우선돼야 한다는 소리다. 삼성 라이온즈의 과감한 쇄신의 결단력이 삼성 그룹 전체로 확장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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