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은 3분, AI는 5초 만에…환자안전·의료 질, AI로 날개 달까

입력 2024-10-3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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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환자안전학회 정기학술대회 개최…병원 내 AI 기술 최신 지견 공유

▲차원철 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삼성서울병원 데이터혁신실 센터장)이 30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개최된 대한환자안전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한성주 기자 hsj@)
▲차원철 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삼성서울병원 데이터혁신실 센터장)이 30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개최된 대한환자안전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한성주 기자 hsj@)

병원 내 인공지능(AI) 기술 도입으로 의료진의 업무가 대폭 효율화할 전망이다. AI가 의사와 간호사를 대체할 수는 없지만, 환자안전과 의료의 질적 향상에 기여할 것이란 기대가 크다.

30일 대한환자안전학회는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정기학술대회를 열고 의료기관에서 환자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진단의 정확성을 향상하는 방안과 AI 기술을 논의했다.

환자안전은 오진부터 낙상까지 의료기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도입된 개념이다. 학회는 ‘환자 안전 및 질 개선분야에서의 AI 적용’ 세션을 마련하고 병원에서 현재 도입하고 있거나, 앞으로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AI 기술을 살펴봤다.

연자로 나선 차원철 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삼성서울병원 데이터혁신실 센터장)는 현재 대다수 대학병원이 도입한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의 이점을 예시로 들었다. 디지털 사이니지는 병원 곳곳의 모니터 화면으로 환자 현황, 진료 순서, 수술 및 금식 등 특이사항을 실시간 기록하고 공유하는 수단이다. 정보를 신속히 확인할 수 있어 의사와 간호사들의 작업을 획기적으로 효율화할 수 있다.

바코드 시스템(BPOC) 역시 휴먼 에러(human error)를 대폭 줄이는 수단으로 꼽혔다. 입원 환자들의 손목에 감는 바코드 종이 띠가 대표적인 예다. 진료와 치료의 단계별로 바코드 인식을 통해 환자의 정보를 정확히 기록하고, 약물을 처방해 소분하는 작업까지 바코드를 활용해 누락이나 혼동이 발생할 위험을 차단할 수 있다.

차 교수는 “하루에도 수많은 환자가 병원에 오는데, 이들에게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AI 도입이 불가피하다”라고 설명했다. AI가 직접 환자를 돌보는 작업에 관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의료진이 환자를 진료·간호하는 작업을 보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AI 로봇을 활용하면 병원 물류 관리 작업에 쓰이는 간호사들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또한 의료진에게 필요한 물품을 가져다줄 수도 있다.

경험이 많지 않은 의료진의 업무 숙련 과정에도 AI가 도움을 줄 수 있다. 차 교수는 “정보 통합, 정리 등도 사람이 하면 3분 걸리는 일을 AI는 5초 안에 할 수 있다”라며 “다만, 이런 기술을 병원 전반에 적용하려면 병원 내 각 포인트를 연결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며, 분기마다 모델을 업데이트하고 점검하는 작업도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라 서울아산병원 정보의학과 연구부교수는 환자안전을 위한 AI 기술 최신지견을 공유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올해 국제의료질학회 ISQUA(The International Society for Quality in Health Care)에서는 환자 안전 증진을 위한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는 키워드로 △초거대모델(LLM) AI △러닝헬스시스템(LHS) △환자자기평가건강상태(PROMs) 등이 떠올랐다.

LLM AI는 의료진이 판단에 참고할 수 있는 연구나 보고서를 분석하고, 정보를 분류하는 작업에 활용할 수 있다. LHS는 지식생성 과정이 일상적인 업무에 내재돼, 계속해서 최선의 근거를 찾아 의료의 질을 높이는 방식이다. PROMs는 환자가 설문지나 모바일 문진 등을 통해 스스로 건강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의료기관의 AI 도입에 대해 연구한 최신 논문들은 AI 기술이 비효율적인 서류작업을 줄여주고, 병원의 워크플로우를 효율화하며 비용 감소 효과도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진단의 정확도를 향상할 잠재력도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AI가 완전무결한 기술은 아닌 만큼, 의료인들이 AI를 전적으로 신뢰하지 못할 수 있다. 병원 차원에서 인프라 구축을 위해 많은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는 점도 기술 도입의 문턱이 될 수 있다.

이 교수는 “아직 AI의 환자안전 기여도를 평가하기에는 보편적인 기준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며, AI의 성능이 환자안전 제고 성과와 일치하는 것도 아니다”라면서도 “의료인들의 번아웃을 완화하기 위해 AI를 도입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라고 말했다.

대한환자안전학회는 2013년 환자안전연구회로 출범해 환자안전법 제정을 추진했으며, 2015년 법 제정과 함께 학회로 확대했다. 환자안전법은 정부, 의료기관, 의료인, 환자 및 보호자가 환자안전을 제고하기 위한 활동에 참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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