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가 친환경 선박 발주를 늘려가는 상황에 그 추진 동력인 액화천연가스(LNG)·메탄올 등을 적시적지에 공급하는 능력은 세계 각국 항만이 풀어내야 할 지상과제가 됐다. 정확한 수요 분석에 기초한 공급 인프라 구축이 친환경 연료 단가를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평교 부산항만공사(BPA) 탄소중립사업부장은 지난달 4일 부산 중구 공사 사무실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향후 LNG 등 친환경 연료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그에 맞춰 친환경 연료가 안정적으로 부산항에 공급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항은 올해 8월 국내 최초로 LNG 추진 컨테이너선에 선박 대 선박(Ship-to-Ship) 방식 벙커링(선박에 연료를 공급하는 작업)과 동시하역 작업에 성공했다. 컨테이너선은 LNG를 공급받는 동시에 물품 하역 작업을 진행했다. 부산항만공사는 기세를 몰아 이달 초 ‘메탄올 벙커링’ 실증작업도 성공했다. 이렇게 친환경 연료 공급 테스트를 마쳤지만 실제 적용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현재 항만 내 친환경 연료 공급·저장시설이 없어서다.
그는 “부산항엔 아직 LNG 공급시설도 저장시설도 없다. 반면 경남 통영에는 한국가스공사 통영기지본부가 있다”라며 “부산항에서 연료 공급 작업을 하려면 벙커링선(연료공급선)이 통영에서 연료를 채운 뒤 다시 부산까지 이동해와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벙커링 수요에 맞춰 부산 내에도 (친환경 연료) 저장시설 혹은 공급시설 등 인프라가 들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항만 인근에 연료 공급시설을 확보하는 일은 친환경 연료 단가를 낮추는 요소 중 하나다.
정 부장은 “LNG는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해 가져온다. 국내로 들여오는 수입비, 운송비 등이 공급 단가를 결정하는 요소 중 하나”라며 “국내로 들여오고 나서부턴 ‘보관에 의한 저장비용’이 단가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LNG는 영하 162도 환경에서 압축해 보관해야 한다. 보관 비용이 많이 드니 단가를 낮추려면 ‘안정적인 수요’가 필요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요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한정 보관하면 보관 비용이 계속 올라갈 수밖에 없다. 결국 공급 단가도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부산항만공사는 올해 안에 차세대 친환경 선박연료로 구분되는 LNG·메탄올·암모니아에 대한 수요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공급망 인프라를 구축하기에 앞서 사업성을 따지는 과정이다.
정 부장은 “부산항만공사에선 벙커링 실증대상 선박들을 대상으로 항만시설 이용료를 면제해주고 있다”라며 “다만 아직 (친환경 연료 공급) 초창기이고 활성화 단계인 만큼 정부의 정책·제도적 지원들이 앞으로 계속 확장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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