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급망 확보 뛰어들었지만...한계도 뚜렷 [기후가 삼킨 글로벌 공급망]

입력 2024-10-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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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4-10-23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④-1. 친환경 운송 절실한데...걸림돌 투성이 한국

산업 공급망 3050 전략 발표ㆍ공급망법 시행
재생에너지 부족한 '자원빈국'...정치 리더십도 부족
규제 관망하는 기업들 안일한 인식도 한몫
"정부, 업계 움직일 유인책 적극 내놔야"

▲8월 1일 부산항 신선대와 감만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8월 1일 부산항 신선대와 감만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정학적 갈등, 기상이변, 탈탄소 규제가 글로벌 공급망에 지각변동을 몰고 왔다. 주요국들은 경제와 안보를 하나로 묶고, 안정적 공급망 구축에 뛰어들었다. 각자도생과 ‘편가르기’가 본격화한 가운데 공통분모는 ‘자급률 향상’, ‘시장 다변화’, ‘친환경 전환’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한국은 ‘구조적 한계’, ‘안일한 인식’, ‘뒤처진 제도’가 얽히고설키면서 주도권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한국에서 공급망 다변화 중요성이 부각된 지 오래지만 현실은 거꾸로 흘러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전체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20%에서 지난해 10월 22%로 증가했다. 교역에서 중간재 무역 비중이 70%에 달하는 등 교역 구조가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중국 의존도가 두드러진다. 중간재 무역에서 대중국 수입은 2018년 25%에서 지난해 10월 30%로 뛰었다.

이에 정부는 공급망 관련 대책을 잇따라 발표하고 핵심 물자와 원자재의 안정적 공급 확보를 강조하고 있다. 작년에 발표한 ‘산업 공급망 3050 전략’은 2030년까지 공급망 안정 품목의 특정국 의존도를 50% 이하로 낮추는 게 골자다. 올 6월엔 ‘경제 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이 시행됐다.

다변화에 시동을 걸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세계적으로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특히 중국은 ‘일대일로(BRI)’ 및 양자 협약을 통해 ‘글로벌 사우스’(남반구나 북반구 저위도 지역의 신흥국)의 자원을 선점했다. 수조 달러를 투자해 인프라를 지어주고, 희토류·리튬·코발트·니켈 등을 확보하는 식으로 핵심 광물 공급망에서 상당한 우위를 점한 것이다.

공급망의 친환경 전환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국제 해운 분야 탈탄소를 위해 ‘녹색해운항로’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관련 인프라 구축을 강조했다. 녹색해운항로는 친환경 선박·연료·항구의 교집합으로, 친환경 연료 공급망 구축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시작부터 걸림돌 투성이다. 메탄올, 암모니아, 수소 등 친환경 선박 연료 개발에는 재생에너지가 필요한데, 한국은 ‘자원빈국’에 속한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 생산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7~10%에 불과하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수소경제연구단 선임연구위원은 “수입을 해도 유럽은 파이프라인을 연결해서 보낼 수 있지만 우리는 배로 실어 날라야 한다”며 “수소를 암모니아로 전환해서 싣고 오려면 선박이 필요한데 현재 운반선은 한 대뿐”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국가와의 협력이 수월한 것도 아니다. 김경훈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인도남아시아팀 부연구위원은 “개발 협력 자금을 주면서 신재생에너지 크레딧을 가져오는 계약을 맺는데 그것도 한계가 있다”며 “더 많이 주는 국가들로 갈아탈 수 있기 때문에 탄력성·안정성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성장 신흥국의 경우 경제 성장을 위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대폭 늘리지 못하고 있어 우리한테 줄 수 있는 크레딧 자체가 많지도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선 자급률을 확보하고 협력을 병행해야 한다”면서 “국내에서 태양광이든 원자력이든 드라이브를 걸면 불가능하진 않은데 주민 반대도 있고 정치적인 이유로 미뤄지는 경향도 있다”고 덧붙였다.

자체 역량 강화가 시급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그 배경엔 안일한 인식도 자리하고 있다. 황대중 한국해사협력센터 해양환경팀장은 “기업들 입장에선 국제해사기구(IMO)의 2027년 탄소세 적용 계획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규제라 당장 돈을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관망하는 분위기”라며 “대형 선사들이 선도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수소, 암모니아, 메탄올 연료는 특화된 선박에만 사용할 수 있는데, 아직 선박 자체가 없기 때문에 투자 동기가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다. 황 팀장은 “해수부가 ‘친환경 선박 전환 계획’을 내놨지만 필수 전제인 재생에너지는 해수부 소관이 아니다”라면서 “시장이 없는 해운 부문은 매력적인 수요처가 아니기 때문에 정유업계가 굳이 나서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재경 선임연구위원은 “항공유는 바이오연료 섞는 걸 의무적으로 제도화하려고 하는데 공급 시장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개발 유인으로 작용한다”며 “선박유도 혼합의무제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지영 에너지경제연구원 수소경제연구단 연구위원도 “유럽의 경우 수소를 생산할 때 kg당 보조금을 지급하고, 수소를 해운업계에 판매할 경우 지원 제도를 만들어놨다”며 “한국은 수소 혼소 발전 부문에는 지원체계가 마련돼 있지만 해운 부문 장려책은 아직 없다”고 지적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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