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내 ‘큰 손’ 법인의 서울 매수세가 7월 이후 9월까지 3개월 연속 감소했다. 반대로 인천과 경기지역에서 매수세가 확대됐다. 지방에선 지역별로 양극화가 뚜렷했다.
20일 법원 등기정보광장 ‘법인 부동산(집합건물) 소유권이전등기 신청 매수인’ 현황 통계 분석 결과 지난달 서울 내 집합건물 법인 매수 등기 건수는 914건으로 8월 983건 대비 7.0%(69건) 줄었다. 집합건물은 아파트나 빌라, 오피스텔 등 주거용 주택을 의미하는 것으로 지난달 법인의 서울 내 주택 매수세가 전월 대비 줄어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법인의 서울 집합건물 매수 건수는 지난 7월 1071건으로 6월(1335건) 대비 급감한 이후 3달 연속 축소됐다. 서울의 법인 매수세 감소는 전국 흐름과 정반대다. 전국 기준 9월 법인 집합건물 매수 건수는 5288건으로 8월 5125건 대비 3.2%(163건) 증가했다. 전국 기준으로는 8월 대비 소폭 반등에 성공했지만, 서울은 법인 매수세 축소가 이어지는 셈이다.
경인 지역은 서울과 달리 9월 법인의 집합건물 매수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인천은 9월 기준 493건으로 8월(453건)보다 8.8%(40건) 증가했다. 경기도 역시 같은 기간 1429건에서 1532건으로 7.2%(103건) 늘었다.
서울 내 법인 집합건물 매수는 줄고, 경인 지역에서 증가한 것은 최근 두 지역의 집값 상승 흐름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법인 거래는 투자 목적으로 이뤄진다. 보통 법인 명의로 부동산을 사들이면 개인보다 더 많이 대출받을 수 있어 투자 수익률이 더 크다. 또 수익률을 고려해 앞으로 집값 상승 폭이 더 큰 지역을 중심으로 투자에 나서는 경우가 많아 대표적인 부동산 시장 선도 지표로 분류된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9월 전국주택가격 동향조사’ 통계에 따르면 서울의 9월 주택종합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0.54%로 8월 0.83% 상승 대비 0.29%포인트(p) 급감했다. 올해 서울 주택값 상승 폭은 매월 확대됐지만 9월을 기점으로 상승 폭이 꺾였다. 반면 경기도는 9월 0.33% 상승을 기록해 8월 0.36% 상승과 큰 변동 없이 오름세를 지속했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선 충남과 대전, 경남, 제주, 강원의 법인 매수가 크게 늘었다. 대전은 8월 153건에서 9월 287건으로 87.6%(134건) 증가했다. 충남은 71건에서 190건으로 167.6%(119건) 확대됐다. 강원은 116건에서 427건으로 268.1%(311건) 증가했고, 경남 역시 130건에서 347건으로 166.9%(217건) 늘었다.
반면 부산과 대구, 세종 등은 법인 매수세가 끊긴 것으로 집계됐다. 부산과 대구는 각각 -36.2%(337건 감소)와 -49.2%(30건 감소)로 나타났다. 세종에선 9월 단 8건의 법인 매수만 기록돼 전월 대비 -81.8%(36건 감소)로 조사됐다.
이런 지방의 법인 매수세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인의 지방 부동산 매수를 유도하기 위한 세제 혜택이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법인 사업자는 주택을 매수해 시장에 임대로 재공급하는 민간 공급자의 순기능을 담당했다”며 “하지만 취득세가 증가하고 최근에 종합부동산세까지 매기니 법인 사업자들이 주택시장에 진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방 내 법인 거래가 늘어날 계기를 정부가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