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Yuhan)이 개발한 국산 항암제중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의 국내 반응이 뜨겁다. 레이저 같은 속도감을 보이며 연달아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회사측은 평가하고 있다.
특히 국내 시장에서는 의약품조사기관 아이큐비아 기준으로 올해 2분기 점유율이 3세대 EGFR-TKI 중 약 31%에 달할 정도로 빠른 시장침투를 보여주고 있다.
렉라자는 2021년 1월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제로 식약처 허가를 획득했다. 그리고 불과 2년 6개월만인 2023년 6월 1차 치료제로 적응증을 확대해 허가를 받았다. 또 반년 만인 올해 1월 1차 치료에 급여가 확대 적용되며 처방 폭을 넓혔다.
올해 8월에는 국산 항암제 최초로 FDA 승인을 획득하는 이정표를 달성했다. 렉라자가 글로벌 파트너사 J&J 얀센의 EGFR-MET 이중항체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와의 병용요법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우선심사(Priority Review) 대상으로 지정된 뒤 6개월 만의 결과였다. 렉라자의 미국 시판허가로 유한양행은 지난 9월 추가 마일스톤 기술료 6000만달러를 수령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비소세포폐암 치료에 새로운 물결을 일으키고 있는 렉라자의 한국 및 FDA 승인 과정은 임직원들과 여러 관계자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했”며, “지속적인 R&D 투자를 통한 글로벌 현식신약 출시와 함께 유한양행의 ‘Global Top 50 달성’을 위한 초석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보험급여前 900여명 환자에 조건없이 무상 공급
유한양행은 렉라자 1차치료제 국내 허가 이후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를 위해 조기 무상공급 프로그램(EAP)을 실시했다. 그간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를 받는 환자들에게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환자들의 수요가 높았던 것을 감안한 결정이었다.
렉라자가 1차 치료 보험급여가 이루어지기까지 유한양행은 6개월동안 900여명 환자에게 렉라자를 1차 치료제로 무상공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총 지원규모는 3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렉라자와 같이 한국에서 처음 승인돼 보험급여 시점까지 약물을 무상으로 공급한 사례는 선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렉라자, 1차치료 허가 기반 LASER301 3상에 한국인 다수 포함
렉라자의 1차 치료 허가 및 급여 확대에 근거가 된 LASER301 3상 글로벌 임상시험에는 한국인이 다수 포함돼 진행됐다. LASER301 임상시험은 이전에 치료를 받은 적이 없는 EGFR 돌연변이(엑손19 결손 또는 L858R 치환 변이) 비소세포폐암 393명을 대상으로 대조군 게피티니브 투여 대비 렉라자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했다. 임상에는 아시아인이 258명 포함됐고 그중 한국인은 172명이 포함됐다.
이기쁨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EGFR 변이는 아시아인 환자의 EGFR 변이 양성 비율이 40~55%에 달할 정도로 서양에 비해 아시아 지역의 치료 수요가 높다”며 “렉라자가 한국인을 포함한 다수의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고무적인 데이터를 확인했다는 것은 국내 진료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데이터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렉라자는 한국인 환자를 대상으로도 고무적인 결과를 보였고 하위 돌연변이 유형에 관계없이 일관된 효능을 보였다. 이에 더해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뇌전이에서도 우수한 데이터를 확인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데이터를 살펴보면, 글로벌 3상 LASER301 임상 결과에서 렉라자는 한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질병진행 없이 생존한 기간이 20.8개월(글로벌 20.6개월)을 기록했다. EGFR 변이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하위변이(엑손19결손 변이)에서는 23.3개월로, 기존에 치료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하위변이(L858R 치환 변이)에서도 17.8개월의 효능을 보였다. 또한 뇌전이 환자를 대상으로도 질병 진행 없이 생존한 기간 28.2개월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