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테마주가 온다

입력 2024-10-14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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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소식이면, 이젠 라면주가 정답일까요?”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 이후 종목 토론방과 유튜브 댓글 등에서 종종 보이는 말이다. 작가 한강에서부터 서울을 가로지르는 한강, 한강에서 먹는 라면, 라면 관련 주식으로 이어지는 사고 흐름이다.

순도 100%의 진담은 아니지만, 테마주 장세를 꿰뚫는 뼈 있는 농담이다. 기업 가치와는 크게 상관없이 옷깃만 스쳐도 주가가 들썩이는 테마주 현상을 잘 드러낸다. 우리 증시를 보면 완전히 불가능한 흐름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다. 이미 박스피에 갇힌 개미들은 ‘테마주가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증시를 헤매고 있다. 해당 발언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공감을 많이 받은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실제 라면주보다 비교적 ‘덜 창의적인’ 테마주는 투심이 쏠리며 벌써부터 급등세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소식 직후인 11일 국내 출판 관련주가 급등한 양상이 대표적이다. 당시 국내 증시에서 상한가에 도달한 종목은 한세예스24홀딩스와 컴퍼니케이, 예스24, 예림당 등 네 종목. 모두 출판주였다. 이외에도 이날 급등세를 탄 종목 대다수는 책과 관련한 기업이었다.

주가 상승에는 노벨문학상이 책 판매로, 책 판매량이 출판사의 호실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근거가 있긴 하다. 다만 너무도 급했던 상승세는 테마주 성격이 짙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심지어 작가 한강의 작품과 크게 관련이 없는 곳까지 다 함께 바짝 올라버린 모습은 테마주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작가 한강에서 라면주로 사고 회로가 널뛰기해버리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셈이다.

이미 우리는 증시에서 테마주의 탄생과 소멸을 반복해서 목격했다. 혜성처럼 등장했던 코로나 테마주, 선거 테마주, 드라마 테마주 등은 현재 반 토막 그 이상으로 하락한 경우가 허다하다. 오랜만에 출판주에 활기가 도는 것은 반길만한 일이지만, 테마주로 분류돼 단기 급등에 그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의미 없는 테마주가 연쇄적으로 등장하진 않을지 걱정도 된다. 상승세가 얼마 가지 못하는 테마주는 기업도, 투자자에게도 좋은 결말을 주진 못한다.

노벨문학상 수상이 우리들의 마음을 널뛰게 할 수는 있지만, 테마주 주가가 널뛰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반복되는 테마주 열풍에 대한 걱정이 남은 한해는 기우였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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