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노벨문학상' 원동력은?…"미학성과 역사성, 번역의 삼박자"

입력 2024-10-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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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이미지와 질감·리듬 잘 살리는 작가"
4·3, 5·18 등 현대사의 비극 보듬고, 위로해
고유의 문체 및 문제의식 잘 살린 '번역의 힘'

▲한강 작가 (전예슬)
▲한강 작가 (전예슬)

소설가 한강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그는 이미 부커상, 메디치상 등 권위 있는 외국 문학상을 받으며 한국 문학을 세계에 알리는 데 크게 이바지한 작가였다. 유독 그의 작품들이 해외에서 높은 인기를 얻은 이유는 무엇일까.

허희 문학평론가는 한강 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는 '미학성'과 '역사성'을 인기 이유로 꼽았다. 허 평론가는 13일 본지에 "한강 작가에게 부커상을 안긴 '채식주의자'는 이야기의 탁월성은 물론이고 언어의 이미지와 질감, 리듬을 잘 살린 소설"이라고 평했다.

이어 "그러한 섬세한 문체를 통해 인간이 얼마나 복잡하고 이상하며 동시에 아름다울 수 있는지 또 그런 인간을 둘러싼 세계는 얼마나 잔혹한지 등을 표현했다"라며 "한강 작가는 순문학 중에서도 굉장히 고유하고 고급한 작품 세계를 갖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이 모든 것을 고요히 받아들이고 있는 그녀가 어떤 성스러운 것, 사람이라고도, 그렇다고 짐승이라고도 할 수 없는, 식물이며 동물이며 인간, 혹은 그 중간쯤의 낯선 존재처럼 느껴졌다. - '채식주의자' 中

▲소설 '채식주의자'(창비) 표지
▲소설 '채식주의자'(창비) 표지

2007년 창비에서 출간한 '채식주의자'는 어느 날부터 육식을 거부하며 가족들과 갈등을 빚기 시작하는 '영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한강은 이 작품을 통해 여성에게 가해지는 가부장의 폭력과 동물성 등을 소설적 상상력으로 풀어냈다.

한강은 '채식주의자'를 통해 자신만의 독보적인 문체를 정립했다. 그의 소설은 시의 상징성과 산문의 현실성을 접목한 중간 지점에서 독특한 매력을 발산했다. '채식주의자' 이후 한강은 시선을 인간의 내면에서 역사의 아픔으로 눈길을 돌렸다.

▲소설 '소년이 온다'(창비)와 '작별하지 않는다'(문학동네) 표지
▲소설 '소년이 온다'(창비)와 '작별하지 않는다'(문학동네) 표지

그는 '소년이 온다'(2014)로 5·18 광주의 아픔을, '작별하지 않는다'(2021)로 제주 4·3의 비극을 지면 위에 펼쳐냈다.

허 평론가는 "노벨문학상은 작가와 더불어 그 나라에 주는 상이다. 그러므로 작가가 자국의 역사를 어떤 방식으로 대면하고 있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스웨덴 한림원이 한강을 수상자로 선정한 이유에도 나타난다. 한림원은 "한강의 작품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며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칙에 맞서며, 작품마다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다"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한강은 두 작품을 통해 1980년 5월의 광주와 1948년 4월의 제주를 새롭게 조명하며 동시대 독자들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아울러 국가 폭력으로 인한 상처로 여전히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전했다.

이처럼 한강이 부커상에 이어 노벨문학상까지 거머쥘 수 있었던 배경에는 문체의 아름다움을 넘어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보듬는 등 동시대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기 때문이다. 또한 한강 고유의 문체와 날카로운 문제의식을 고스란히 해외 독자들에게 전달한 번역의 힘도 빼놓을 수 없다.

허 평론가는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 등을 번역한 데보라 스미스의 역할도 크다"라며 "데보라 스미스는 번역 과정에서 한강 작가와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했다. 특히 영미권 독자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번역이 한강 작가의 작품을 더욱 빛나게 했다"라고 전했다.

한강 작가의 아버지 한승원 작가도 11일 전남 장흥 '한승원 문학 학교'에서 가진 회견에서 "한국어 문장을 외국어로 어떻게 번역하느냐에 따라 노벨상 수상은 달라진다"며 "(딸이) 한국어 감각을 갖고 번역해 내는 적임자를 만났다. 좋은 번역자를 잘 만나 좋은 작품이 나오면서 수상까지 이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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