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법저법] ‘아빠 육아휴직’ 썼다고 승진 누락 예정이랍니다

입력 2024-10-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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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연 법률사무소 다반 대표 변호사

법조 기자들이 모여 우리 생활의 법률 상식을 친절하게 알려드립니다. 가사, 부동산, 소액 민사 등 분야에서 생활경제 중심으로 소소하지만 막상 맞닥트리면 당황할 수 있는 사건들, 이런 내용으로도 상담받을 수 있을까 싶은 다소 엉뚱한 주제도 기존 판례와 법리를 비교·분석하면서 재미있게 풀어드립니다.

저는 30대 직장인이자 남편입니다. 올해 초 아내와 함께 소중한 새 생명을 얻었고, 내년부터는 제가 육아휴직에 들어가 아이를 주양육할 예정입니다. 문제는 회사의 반응인데요.

(사진 출처 = 이미지투데이)
(사진 출처 = 이미지투데이)

‘아빠 육아휴직’에 뒤따르는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해 정소연 법률사무소 다반 변호사와 함께 자세히 짚어 봤습니다.

Q. 저는 30대 직장인이자 남편입니다. 올해 초 아내와 함께 소중한 새 생명을 얻었어요. 올해는 아내가 육아휴직을 했지만, 내년부터는 제가 육아휴직에 들어가 아이를 주양육할 예정입니다. 문제는 회사의 반응인데요. 금융업계로 워낙 격무가 많고 술자리도 잦은 데다가 아직까지 남자 직원이 육아휴직을 쓴다는 것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습니다. 며칠 전 팀장님이 저에게 “육아휴직 갔다 오면 승진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넌지시 말씀하시더군요. 마음이 복잡합니다. 아직 벌어진 일은 아니지만 제게는 불이익에 대한 확실한 경고처럼 느껴지는데, 현재 상황에서 제가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현명할까요.

A. 남녀 고용 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은 성별과 관계없이 평등한 기회와 대우를 보장합니다. 근로자의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함으로써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는 게 제정 목적입니다. 이에 따라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로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반드시 이를 허용해야 할 의무를 사용자에게 부과했고요. ‘사업주는 육아휴직을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안 된다’고도 규정하고 있습니다.

팀장님이 “육아휴직을 갔다 오면 승진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넌지시 말씀하신 것은 상담자에게 불안감을 일으킬 테고,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로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데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행위입니다. 향후 육아휴직의 복귀 시 실제로 불이익이 발생할 경우에 대해 미리 대처방법을 상담 받아두시는 게 필요해 보입니다. 고용노동부에 있는 ‘모성보호 신고센터’나 서울시에서 위탁운영 하는 ‘직장맘 지원센터’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모성보호 신고센터에서는 익명으로 신고 및 상담이 가능하고 직장맘 지원센터에서는 직장맘 뿐만 아니라 직장대디도 상담이 가능합니다.

Q. 사내 분위기가 아빠 육아휴직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건 알았지만, 제 평생에 다시 없을 시간을 아이와 보낼 기회를 포기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본래 쓰려던 6개월의 육아휴직 기간을 팀장님과 협의한 뒤 3개월로 줄여 다녀왔는데, 아니나 다를까 복직 이후에 제가 과장 승진 대상 목록에서 제외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승진 누락에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했으나 인사팀에서는 “육아휴직을 쓰면서 근속연수가 다소 미달됐다”라는 이유를 들면서 사내 인사위원회를 개최할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이제는 법적인 대응까지도 고려해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까요?

A. 최근 출산·양육 친화적 근무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여러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3개월의 육아휴직 기간을 근속연수에서 인정해 주지 않는 회사가 아직도 있다는 사실이 매우 애석합니다.

남녀고용평등법에서는 ‘육아휴직 기간은 근속기간에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육아휴직 기간을 승진 및 승급 소요기간에 포함하지 않았다면 이는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됩니다. 또한 육아휴직 기간을 근속기간에 포함시키지 않는 인사규정이 있다면 위 인사규정은 무효라고 할 것입니다. 따라서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을 이유로 노동청에 진정을 넣으면 처벌과 함께 육아휴직을 근속기간에 산입하지 않은 인사규정 개정에 대한 시정요구가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만약 육아휴직기간을 근속기간에 포함시키는 내용이 인사규정에 있음에도 실제로는 이를 제외하고 인사평가 자료를 산정했다면, 인사평가 산정 절차 위반을 이유로 인사위원회를 다시 개최해 줄 것을 요구 할 수 있습니다.

Q. 결국 노동청에 진정을 넣었고 회사는 벌금 처분을 받게 된 것으로 압니다. 문제는 그 후부터 저에 대한 노골적인 압박이 지속되는 상황인데요. 주요 고객사와의 미팅에서 제가 제가 배제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고, 회사에서 주요하게 생각하던 프로젝트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팀장님께 면담을 요청했더니 “업무 분장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며 고의성은 없다고 하는데요. 도리어 “본점에서의 일이 힘들면 지방 지점으로 발령내주는 것은 어떻겠냐”고 묻습니다. 저는 가족과의 주 생활공간에서 벗어날 계획이 없었는데 이 또한 육아휴직으로 인한 차별대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회사를 옮기는 것 말고는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없는 걸까요.

A.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육아휴직을 마친 후에는 ‘휴직 전과 같은 업무’ 또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판례를 살펴보면, 휴직 전과 같은 업무에 해당한다고 보기 위해서는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 등에 명시된 업무내용뿐만 아니라 실제 수행해온 업무도 아울러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휴직 전 담당 업무와 복귀 후의 담당 업무를 비교할 때 그 직책이나 직위의 성격과 내용·범위 및 권한·책임 등에서 사회통념상 차이가 없어야 한다고 판시한 것이죠.

위 사안처럼 육아휴직 전에 주로 맡았던 주요 고객사와의 미팅에서 배제되고 주요 프로젝트에서도 배제되는 경우는 실질적인 불이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회사에서 육아휴직 전에 맡았던 업무와 동등하거나 더 유사한 직무를 부여하기 위해 사전 협의나 기타 필요한 노력을 기울기는커녕 “업무 분담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고 변명하며 지방 발령을 권유하는 것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에 해당합니다. 이 경우 사업주는 벌금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

노동청 진정으로 사업주가 처벌받게 되면 근로자로서는 더 큰 심리적 압박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법을 위반한 잘못을 한 것은 분명 회사입니다. 법적 근거도 있고 신고 창구가 있음에도 현실에서는 여전히 육아휴직을 썼다는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요. 다만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여러 단체가 존재하는 것은 물론이고, 상담자 같은 분들이 용기를 내셔서 사회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것까지 생각하셔서 끝까지 힘내시길 바랍니다.

법률 자문해 주신 분…

▲ 정소연 변호사

정소연 변호사는 제49회 사법시험(사법연수원 39기)에 합격해 2010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2012년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국선전담변호사, 2018년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 보호정책과장, 2022년 법무부 인권국 인권정책과장으로 근무했다. 현재 법률사무소 다반 대표 변호사로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을 맡고 있으며 형사, 소년, 가사, 노무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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