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동맥류는 머릿속 동맥혈관 일부가 풍선이나 꽈리처럼 부풀어 오르는 질환이다. 혈관벽이 얇아져 빠르게 흐르는 혈액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파열될 수 있는데, 이는 환자 3명 중 1명이 사망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뇌출혈이 발생해 적기에 응급수술이 필요하며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뇌동맥류는 파열 전까지 특별한 증상이 없어 건강할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뇌동맥류의 크기는 2㎜에서 50㎜ 이상까지 다양하다. 40대에서 70대 사이에 발견되며,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혈류역학적 원인에 의해 혈관벽 내에 균열이 생기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혈관 내 염증이나 외상에 의해 혈관벽이 손상되면서 발생하기도 하며, 뇌동정맥기형이나 모야모야병과 같은 뇌혈관질환이 있는 경우 동반되기도 한다. 흡연과 고혈압 등이 뇌동맥류 발병 위험을 높인다. 특히 가족 중에 뇌동맥류가 있는 사람은 발병 위험이 약 4배 높은 것으로 보고된다.
뇌동맥류는 평소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다. 하지만 뇌동맥류가 파열되면 인생에서 전혀 경험하지 못한 정도의, 망치에 얻어맞은 것과 같은 극심한 통증과 두통을 느끼게 된다. 오심, 구토나 뒷목이 뻣뻣한 증상이 동반되며, 심한 경우 두개골 내의 압력이 올라가면서 의식저하 또는 혼수상태에 빠질 수 있다.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신속하게 응급실을 방문해야 한다.
치료 방법은 머리를 여는 수술과 허벅지 부위를 통해 진행하는 수술로 나뉜다. 머리를 열고 부풀어 오른 혈관 부위를 클립으로 집어 묶는 수술은 ‘클립결찰술’이다. 머리를 열지 않고 허벅지 부위 대퇴동맥을 통해 1㎜ 이하의 얇은 백금 코일을 집어넣어 뇌동맥류에 혈액이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 혈관 내 수술은 ‘코일색전술’이다.
두 치료 방식에는 뚜렷한 장단점이 있으며, 치료법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결정하게 된다. 클립결찰술은 재발이나 합병증 가능성이 클 때, 환자가 젊은 경우, 뇌 표피에 뇌동맥류가 생겼을 때 시행한다. 재발률이 낮지만, 뇌를 열고 수술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반면 코일색전술은 클립결찰술에 비해 부담이 적고 회복이 빨라 고령 환자에게 많이 시행되지만, 재발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단점이 있다.
최근에는 뇌동맥류 종류에 따른 고난도 병변에 최적화된 수술 및 시술법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클립결찰술은 눈썹이나 관자놀이에 3㎝ 이하의 작은 구멍을 내는 ‘미니개두술’로 시행해 절개 부위를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코일색전술로 치료하기 어려운 뇌동맥류나 25㎜ 이상 크기의 거대뇌동맥류 치료에는 뇌동맥류에 코일이 아닌 스텐트를 삽입해 혈류 방향을 바꿔 치료하는 ‘혈류변환 스텐트 시술’이 시행되기도 한다.
뇌동맥류가 혈관이 겹쳐있는 부위 등에 발생해 시술 난도가 높은 환자는 ‘풍선을 통한 혈류변환 스텐트 시술’을 시행할 수 있다. 이는 풍선과 스텐트 시술이 동시에 진행해 시술 방식의 난도가 높지만, 정교한 시술이 가능하고 안전성이 높다. 혈관이 갈라지는 지점에 발생하는 분지형 뇌동맥류는 경부가 넓어 코일색전술만으로는 부족한데, 이런 경우에는 와이어를 촘촘하게 엮은 금속망인 ‘뇌혈류차단기(WEB)’를 뇌동맥류 안에 채워 넣는 방식으로 시술한다.
뇌동맥류 환자는 수술 후에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며, 고위험군은 사전에 검진을 받는 것이 권장된다.
윤원기 고려대구로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동맥류는 시술이나 수술을 했다고 해서 거기서 끝이 아니다”라며 “아무리 치료를 잘했어도 시간이 지나면 다른 곳에 또다시 생길 수 있어서 고혈압 등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윤 교수는 “코일색전술이나 스텐트를 시술한 환자라면 항혈소판제를 꾸준히 복용해야 하며 주기적으로 추적관찰을 해야 한다”라고 당부해다.
윤 교수는 “뚜렷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발병 자체를 예방할 방법은 없다”라면서도 “다만 조기에 발견하면 파열되기 전에 뇌출혈을 예방할 수 있으므로 가족력이 있거나 흡연, 고혈압 등 고위험군에 속한다면 건강검진 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