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치료 증상 조절, 가장 근본적 치료는 면역치료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는 가을철 알레르기질환 환자는 신경을 써야 할 것이 많아진다. 건조한 날씨에 일교차가 커 알레르기 증상이 심해질 수 있어서다. 또 쑥이나 돼지풀 같은 잡초로 인한 꽃가루가 날리는 것도 알레르기질환 환자를 괴롭힌다.
알레르기는 인체에 해로운 물질인 알레르기 항원이 체내에 들어왔을 때 과민한 면역 반응으로 나타난다. 가장 흔한 항원은 바로 봄·가을 환절기에 날리는 꽃가루다. 요즘 같은 환절기에는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들의 비율이 급속도로 증가한다.
실제로 봄·가을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의 수가 전체 환자의 50% 이상으로 증가할 정도다. 꽃가루는 봄에만 있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가을철에도 많은데, 쑥이나 돼지풀 같은 잡초로 인한 꽃가루도 많다.
알레르기는 매우 다양한 종류로 발현된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알레르기 비염, 알레르기 천식, 두드러기 등이 있다.
안진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알레르기 비염은 콧물, 코막힘, 재채기. 알레르기 천식은 쌕쌕거리는 천명음, 호흡곤란과 같은 여러 가지 증상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알레르기 증상은 심하면 전신에 열감, 피로감, 전신 통증과 같은 전신 감기, 몸살 같은 증상을 동반하기도 하며, 밤이나 새벽에 심해진다. 찬 공기, 건조한 공기, 담배, 운동 등에 의해서 악화할 수 있다.
알레르기질환은 가려움, 콧물, 재채기와 같은 가벼운 증상만 동반하는 것은 아니다. 특정 알레르기 원인 물질을 접촉했을 때 신체에서 과도한 반응을 일으킨다면 아나필락시스(Anaphylactic), 즉 급성 알레르기 쇼크가 발생할 수 있다.
아나필락시스가 오면 전신에 심각한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갑자기 두드러기가 나면서 호흡곤란이 오거나 구토, 설사, 실신 등 여러 가지 증상을 동반할 수 있으며 심각할 경우 생명에도 지장이 생길 수 있다.
안진 교수는 “아나필락시스는 매우 위험한 상황인 것은 맞지만, 사전에 그 대처법을 미리 알고 있다면 전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며 “나에게 어떤 알레르기 항원이 있는지, 어떤 증상이 발현되는지 검사를 통해 명확해진다면 자가 주사 요법으로 아나필락시스를 막을 수 있어서”라고 설명했다.
에피펜(epipen), 젝스트(Jext)라고도 부르는 자가 주사는 알레르기내과가 있는 병원이라면 어디서든 처방받을 수 있다. 사용법도 매우 간단하여서 위급상황에서 혼자서도 충분히 잘 사용할 수 있다.
알레르기 치료의 핵심은 검사를 통해 알레르기 항원을 정확히 알아내는 것이다. 검사는 피검사와 피부 반응검사 두 가지로 나뉜다.
혈액검사는 여러 종류의 알레르기를 한꺼번에 검사하는 MAST와 몇 가지 의심되는 특정 항원을 선택해서 검사하는 ImmunCAP 방식이 있다. 피부 반응검사는 피부에 소량의 원인물질을 주입하여 피부 반응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면역치료의 대상이 되는 항원을 찾거나 면역치료의 효과를 판정하기 위해서 시행된다.
알레르기질환의 기본적인 치료는 회피요법이다. 알레르기 증상을 일으키는 원인물질인 항원을 찾아 유발 물질을 최대한 피한다. 회피요법은 내가 어떤 알레르기 항원이 있는지 알아야 그 물질을 피할 수 있어서, 정확한 검사가 무척 중요하다.
하지만, 회피요법은 우리 주변의 여러 알레르기 항원을 모두 피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이때에는 증상을 조절하는 항히스타민제나 스테로이드 같은 약물로 대증치료를 시행한다.
면역치료는 알레르기질환의 근본적 치료로 통한다.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항원을 몸에 투여하여 반복적으로 노출함으로써 면역관용을 유도하는 치료법이다.
우리 몸의 체질을 변화시키는 치료이기 때문에 치료 기간이 오래 걸린다. 보통 3년에서 5년 정도로 꾸준히 노력해야만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치료 효과가 굉장히 높고, 치료 후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치료라고 할 수 있다.
면역치료는 설하면역치료와 피하면역치료가 있다. 설하면역치료는 하루에 한 번씩 혀 밑에 알약을 놓고 녹여 먹는 약물치료고, 피하면역치료는 한 달에 한 번씩 양쪽 팔에 번갈아 가며 주사를 맞는 치료다. 시간은 오래 걸려도 효과는 매우 좋아서 환자들의 만족감 역시 높다. 특히 눈, 코뿐만 아니라 전신 증상이 심하거나 기관지 증상까지 있는 경우라면 반드시 면역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알레르기는 증상이 가벼운 경우가 많아 치료 없이 방치하거나 증상을 없애는 정도의 가벼운 치료만 하고 지나가기도 한다. 안진 교수는 “무슨 병이든 빠르게 치료하는 것이 가장 좋다”면서 “조금이라도 불편한 증상이 있다면 알레르기 전문의가 있는 병원을 찾아 정확한 검사를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