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바이든 정부는 무역을 거의 전적으로 국내 정치의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그러다보니 제조기업의 국내 복귀와 보조금 중심의 산업정책과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과 같은 경제적 민족주의를 선호했다. 그리고 미국 중산층을 지원하고 노동자의 권익 증진에 초점을 맞춘 무역정책은 시장개방에 소극적이었고, 무역이나 투자 자유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일본 제철(Nippon Steel)이 US스틸을 인수하려고 하자 국가안보를 이유로 불허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선거가 다가오면서 양당 후보의 대외정책은 유사한 부분과 차이 나는 부분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대표적으로 유사한 부분은 대중국 무역적자에 대한 대응이다. 지금처럼 대중국 무역적자가 막대한 상황에서 중국 제품의 수입이 계속 증가하는 것을 용납할 분위기가 아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5월에 바이든 정부가 중국산 반도체와 전기차 등 특정 품목에 관세를 부과한 것처럼 해리스도 필요시 특정 상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미국 산업을 보호하고 세수를 늘리기 위해 모든 수입품에 보편관세를 부과하는 것에 더 관심이 있다. 보편관세와 더불어 중국에 대해서는 60%에 달하는 고율의 관세 부과를 공약했다. 그리고 전자제품에서 의약품에 이르기까지 중국으로부터의 필수품 수입을 단계적으로 중단할 계획이다. 아울러 미국 기업의 대중국 투자를 금지하고, 미국의 핵심 자산과 인프라에 대한 중국의 투자를 차단할 예정이다.
두 후보의 입장이 유사한 다른 분야는 세계무역기구(WTO)의 기능과 역할, 그리고 개혁에 대한 문제다. 양당 후보 모두 기후위기, 디지털 전환, 중국의 무역 관행과 같은 글로벌 현안을 WTO에서 다루는 것에 별로 관심이 없다. 즉 WTO의 기능을 회복하고 개혁하는 문제에 미국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공감하지 않는다. 이는 WTO의 분쟁해결 기능을 복원하고 무역과 투자와 관련된 국제 규범을 재정립하려는 노력에 좋지 않은 신호다.
한편 두 후보가 가장 대척점에 서있는 분야는 기후와 환경 문제다. 해리스는 바이든 정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추진한 기후위기 대응과 친환경 정책을 계속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해리스는 전임 정부가 추진한 친환경 정책의 차질없는 이행과 성과 확보에 초점을 맞춘다. 반면에 트럼프는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반대하며, IRA를 통해 지원하는 친환경 보조금과 세액공제 등을 철회하려고 한다.
두 후보의 입장이 차이 나는 다른 분야는 무역협정을 보는 시각이다. 트럼프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의 무용론을 주장하며 당선 시 폐기를 공약했다. 이는 트럼프 1기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일어났던 일을 되풀이하는 것이다. 그러나 해리스는 IPEF 협상을 마무리지으려 할 것이다. 현재 IPEF 협상은 무역 기둥을 제외한 다른 세 개 기둥은 타결되었다. 무역 기둥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져 있지만 해리스가 당선되면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
11월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든 수단과 방법에 차이가 있겠지만 제조업 국내 복귀, 경제안보와 공급망 강화, 중국 의존도 축소 등과 같은 핵심 목표는 동일하게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목표를 위한 대내외 정책 추진에 정부의 개입을 확대하는 접근방식도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다. 특히 워싱턴의 초당적 합의에 기반을 두고 있는 중국에 대한 대응 수위와 강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만약 트럼프 2기가 실현된다면 미중 간의 적대적 관계는 지금보다 훨씬 더 심화될 전망이다. 그만큼 우리 경제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커진다. 이러한 상황에 대비하여 우리는 경제적 및 외교적으로 유연하고 민첩한 태도를 유지하여 보호무역주의 확대에 따른 위험을 관리하고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그리고 중국의 도전이 거세질수록 첨단기술 및 핵심산업 부문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