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고에 일학개미 1.6억달러 엑소더스

입력 2024-10-01 11:16 수정 2024-10-0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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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고에 일학개미 1.6억달러 엑소더스
1년여 매수 행렬 끊겨…연준 빅컷에 BOJ 추가 인상 의지
엔화 강세시 수출주 타격…美 경기둔화 우려 상승 압력↑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6월 14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도쿄/로이터연합뉴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6월 14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도쿄/로이터연합뉴스

엔고가 이어지며 일본 상장사들의 실적이 걱정할 수밖에 없다. 주변에서는 ‘아직은 달리는 말(닛케이225평균주가)이다’라고 하지만, 눈 뜨고 당할까 걱정이다.

중견 제조업체에 근무하는 박모 씨(41)는 지난해부터 사 모은 일본 주식의 절반을 처분했다. 엔화값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투자기업들의 실적 불안이 커지고 있어서다. 박 씨는 현금화한 자금 중 2500만 원가량을 엔화 하락에 투자했다.

일학개미(일본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의 일본 증시 탈출이 시작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에 이은 일본은행(BOJ)의 기준금리 인상 관측에 엔화 가치가 상승하며 증시 상승세가 꺾일 것이라는 관측이 뭉칫돈 탈출 배경으로 꼽힌다. 일본 집권 자민당이 이시바 시게루 신임 총재를 선출한 후 정책 불확실성도 증시를 짓누르고 있다.

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일학개미들은 블랙데이와 엔캐리 트레이드(값싼 엔화를 빌려 고금리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것) 청산 리스크가 불거진 8월부터 지난달까지 두 달간 일본 주식시장에서 1억7770만 달러어치를 순매도했다. 일학개미 투자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5월까지 순매수 행렬을 이어가다 6월부터 매도 우위로 전환하는 양상을 나타냈다. 1월부터 5월까지 일학개미가 사들인 일본 주식은 4억9623만 달러어치에 달한다.

일학개미들이 떠나는 이유는 일본 증시에 먹구름이 낀 탓이다. 일본 증시의 상승 동력인 상장기업 기초체력이 약해지고 있다. 길었던 엔저 국면이 바뀌고 있는 데다 미국 경기에 대한 의구심이 사라지지 않고 있어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쿄증권거래소 프라임시장에 상장된 약 1060개사의 예상 실적을 집계한 결과 “이번 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 상장사 순이익은 작년 대비 1% 감소한 46조4970억 엔(약 492조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업종별로는 엔저 수혜주롤 꼽히던 자동차(-21%) 철강(-20%) 전력(-44%) 석유(-32%) 등은 우울하고 전기(14%) 기계(6%) 화학(28%) 등은 탄탄한 흐름이 예상됐다.

시장 참여자들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악몽을 떠올린다. 금융위기 전 한때 110엔대였던 엔·달러 환율은 위기가 발생한 후 80엔대까지 떨어졌다. 엔 강세로 일본의 주력 산업은 휘청였다.

BOJ의 통화정책도 부담이다. 최근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움직임으로 글로벌 증시가 흔들리자 BOJ가 금리 인상에서 한발 물러섰지만, 증권가는 12월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측한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지난달 20일 금융정책결정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전망이 실현되면 계속 기준금리를 인상해 금융 완화 정도를 조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정책 판단에 시간적 여유는 있다”며 당장 금리를 올리지는 않을 것을 시사했다.

차기 총리인 이시바의 경제 정책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믿음도 약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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