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 없는 ‘영풍’…자산 쌓아두고 경영실패 책임은 근로자에

입력 2024-09-05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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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악화에 인력 감축 카드…
대표 구속 사태에는 재탕 약속

▲영풍 석포제련소 전경. (뉴시스)
▲영풍 석포제련소 전경. (뉴시스)

영풍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태에 관련 내놓은 입장문을 놓고, 2차 논란을 빚고 있다.

환경단체와 주민건강공동대책위는 “그간 지키지 않았던 약속을 재탕한 수준에 불과한 데다 영풍의 실질적인 주인인 오너 일가는 쏙 빠진 채 말만 임직원을 앞세우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박영민 영풍 석포제련소 대표이사와 배상윤 석포제련소장은 지난달 29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대표이사가 수사기관의 수사 단계에서 구속된 두 번째 사례다.

이후 영풍은 이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했으나, 다양한 사안이 맞물리면서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먼저 영풍 석포제련소는 최근 가동률이 크게 떨어진 1공장을 중심으로 지난달부터 하청 업체와 협력 업체 직원들의 구조조정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이 나간 자리에는 영풍 본사 직원들을 전환 배치했다. 자연스럽게 업무 강도와 위험도가 높아지면서 직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고, 직원 감축을 검토한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반발 현수막까지 걸리는 등 뒤숭숭한 분위기다.

이번 조치는 최근 환경오염 문제와 사망 사고 등으로 공장 가동률이 지속해 낮아지고 있는 데다가 동업자였던 고려아연과의 결별로 경쟁력이 약화하면서 실적이 크게 악화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영풍이 구조조정의 칼을 든 것은 그간 지속해 온 실적 악화 흐름이 최근 더욱 가팔라지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공장 노후화와 투자 부재 등으로 영풍 석포제련소의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난 수년간 환경오염 사고와 사망 사고 등이 연이어 터지면서 공장조차 제대로 돌리지 못하고 있다.

영풍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석포제련소는 2022년 이후 환경청과 고용노동부 등 관계 당국으로부터 35건의 제재를 받았다. 이런 영향으로 석포제련소의 가동률은 2022년 81.3%에서 2023년 80%로 하락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58.4%로 급격하게 떨어졌다.

이와 관련 영풍 측은 “작년 재해사고로 생산량이 감소해 협력업체가 자체적으로 인력을 축소 운영한 것”이라며 “근로자, 지역경제 및 국가산업 보호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영풍과 오너가인 장씨 일가가 경영 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을 전혀 부담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경영 악화 상황을 인정하더라도, 영풍 자체가 이를 타개할 자산이 충분한데도 구조조정이라는 손쉬운 방법부터 찾고 있다는 것이다.

영풍이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은 여러 채의 보유건물 등을 포함해 4조5000억 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영풍이 보유한 현재 서울 논현역 영풍빌딩과 종각역 영풍빌딩 등을 포함해 보유주식 등 시가로 따지면 4조 원을 훌쩍 넘어선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석포제련소에서는 영풍 오너 일가가 경영 일선에서 빠지고 전문경영인을 앞세워 왔는데, 갈수록 경영 실적이 악화하고 사고가 빈발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제는 오너가 직접 나서서 대대적인 투자 등을 통한 근본적인 개선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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