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적선지국 필유여경(積善之國必有餘慶)

입력 2024-09-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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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규 민간LNG산업협회 부회장

우리나라는 ‘졸부’다. 불과 두 세대도 되기 전에 100달러 아래 국민소득이 3만 달러가 넘는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 되었다. 동서고금에 이렇게 경제적 부(富)를 순식간에 축적한 한국을 졸지에 부자가 된 졸부라고 하면 모두 수긍할 듯하다. 한국의 경제성장 과정을 짚어보다 보면 천운(天運)이 깊게 작용하고 이웃국가들의 도움과 기회가 크게 작동한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우리 한국인의 절실한 마음가짐과 잘살려는 의지가 무엇보다 큰 부분을 차지하였음은 말할 필요가 없다. 앞으로도 그럴 것인가? 국민소득 1000달러 시대에 태어나서 1만 달러 시대를 거쳐온 한국 기성세대에 비해 3만 달러 시대에 자라고 삶을 펼치는 우리 젊은 세대가 앞으로 5만 달러, 10만 달러 시대를 펼쳐나갈 수 있을까?

無에서 有 만든 경험 이웃에 베풀 때

이웃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반추해보면, 아마 한국의 기성세대가 지녔던 꿈과 희망을 우리 젊은 세대나 후손들도 품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옛글에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必有餘慶)’이라고 했다. 선한 일이나 덕을 많이 쌓은 집안에는 경사스런 일이 넘쳐 난다는 뜻이다. 부모님으로부터 조상의 음덕(陰德)으로 후손들이 잘된다는 이야기를 되새기는데 이와 유사한 의미다. 그러면 한국의 젊은 세대의 꿈과 희망에 대해 기성세대가 ‘그건 너희들 몫이다’라고 수수방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최소한 기성세대가 받은 여경(餘慶)과 음덕(陰德)을 베풀 수 있고, 그리하여 축적한 선진경제의 틀을 더욱 굳건히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한국의 기성세대가 후손을 위하여 선(善)을 쌓고 덕(德)을 베푸는 것이 졸부 국가에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우리나라가 기적과 같은 경제적 성공과 풍요를 우리 조상의 음덕(陰德)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기성세대가 우리 후손에게도 그러한 천운(天運)을 나눠줄 수는 없을까? 다행히 우리는 무(無)에서 유(有)를 자기 세대에 만들어낸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된 분야가 많다. 자동차와 반도체를 아무것도 없는 환경과 여건하에서 세계적인 산업으로 키운 한국의 산업역군들이 여전히 우리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 여타 선진국에서 100년이 넘게 여러 세대를 이어 축적한 산업 경험과 기술 노하우를 우리는 불과 30년 자기세대 내에서 보유하고 있는 분야가 대부분이다.

마침 한국의 음악과 드라마, 그리고 영화 등이 세계적인 호응을 얻고 있을 이때가 우리가 이웃국가들에 선을 쌓고 덕을 베풀 다시 없는 좋은 기회이다. 아시아, 중남미와 아프리카 등 우리보다 어려운 이웃국가가 많은 게 현실이다. 이러한 어려운 이웃국가들에 우리가 축적한 산업 경험과 기술 노하우 등을 베풀어 줄 수 있으면 아마 지금 한국 기성세대가 후손들에게 음덕(陰德)을 보탤 수 있는 절호의 타이밍일 것이다.

기성세대나 젊은 후손 등 한국인 개인의 삶은 그리 길지 않지만, 국가와 민족은 한국이라는 틀 속에서 영원히 길게 펼쳐지기 마련이다. 어떤 국가와 민족으로 살아나갈지는 그 시대를 맡은 한국인 개인들의 몫이다. ‘적선지국 필유여경(積善之國必有餘慶)’의 정신으로 이제는 우리가 축적한 경제 발전 경험과 노하우를 이웃국가들에 나누어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이하였다. 선을 쌓고 덕을 베푼 국가에는 그 경사가 후손들에게 넘칠 수 있도록 지금 기성세대가 조금 더 음덕을 쌓았으면 좋겠다.

다른 선진국이 못 하는 德과 善 될 것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처럼 섬유산업을 키우고 싶은 국가도 있을 것이고, 동남아 베트남처럼 조선 산업을 일으키고 싶은 나라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섬유산업과 조선산업을 일으키고 세계시장을 무대로 사람과 기술을 키웠듯이 이웃 어려운 국가들에게 우리의 산업역량과 기술 노하우를 아낌없이 나누어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적인 산업 발전과 경제성장을 배우고 싶은 이웃국가들에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그리고 다른 어느 선진국도 할 수 없는 덕(德)이고, 선(善)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우리는 불과 반세기 만에 졸부가 되었다. 조상의 음덕으로 그런 천운을 받은 것이라 여기듯이, 후손들에게 물려줄 한국을 위하여 우리가 지금부터 어려운 이웃국가들에 조금 더 확실하게 선을 쌓고 덕을 베풀어야겠다. 그리고 그 덕을 미래 한국인들이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세월이 흘러 100년이 지나 이 땅 한반도에 살아갈 우리 미래세대들이 현재 졸부국가를 만들어 낸 기성세대들에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으면 더없이 좋겠다. “그때 우리 조상들이 절실한 마음과 불굴의 정신으로 우리나라를 경제 선진국으로 키웠고, 더 나아가 어려운 이웃국가들에 한국적인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하여 이웃국가의 경제와 산업 발전에 기여한 덕분에 우리 후손들이 그들의 배려와 도움을 보태어 더 멋지고 위대한 국가가 되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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