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다시 불붙은 정부發 ‘감세 논쟁’

입력 2024-09-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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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경 사회경제부 차장

▲ 박일경 사회경제부 차장
▲ 박일경 사회경제부 차장
과연 감세가 이뤄질까. 요즘 법조계와 산업계 사람들을 만나면 가장 먼저 꺼내드는 화두다. 지난달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4년 세법 개정안’은 여느 해 세제 개편안에 보이던 세간의 통상적 관심 범위를 넘어선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왔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가 25년 만에 상속‧증여세 과세표준 및 세율 완화에 손을 댔기 때문이다. 1999년 이후 우리나라 최고세율은 50%(경영권 프리미엄 반영 시 60%)에 묶여왔다. 사실 세율을 낮추자는 소리는 진보나 보수라는 정치 이념을 떠나 주장하는 자체가 현실과 동떨어졌다.

1998년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빌린 구제 금융을 조기 상환해야 한다는 방향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컸다. 게다가 기업‧산업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막대한 공적 자금도 마련해야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9년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이란 ‘테일 리스크’를 10년 주기로 겪게 되면서 확장적 재정정책이 대세로 굳어졌다. 정부가 시장에 적극 개입해 사회 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워낙 높아 감히 감세 얘기는 꺼낼 수조차 없는 분위기가 강했다.

국감기간 여‧야 불꽃 튀는 대결 예고

정부와 여당이 드디어 감세 정책을 빼들었다. 벌써부터 ‘부자 감세’란 야당 공격을 받으며 국회통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야는 10월부터 세제 개편 논의를 시작한다는 입장이다. 10월은 국정감사 기간이라 기획재정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간 불꽃 튀는 대결을 예고한다.

정부‧여당이 내놓은 세법 개정안이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든, 일부 후퇴하는 수정이 이뤄져 겨우 통과되든 감세 정책이 옳은지 그른지 논쟁하기에 앞서 ‘세제 개편’이라는 공통 주제를 사이에 두고 대화가 출발했다는 의미가 더 크다.

역사적으로 볼 때 세금 제도를 뜯어 고치려 들면 조세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오랜 세월 숙의를 거쳐 점진적인 개혁이 단행돼 왔다. 지금 대한민국에 불어 닥친 세제 개혁은 첫 술에 배부르기 힘든 지난한 작업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중산층이 누리는 혜택 납득시켜야

박지훈 기재부 재산세제과장은 최근 본지가 개최한 ‘상속·증여제도 개편 세미나’에 참석해 “작년부터 ‘유산취득세’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들여다보고 있다”며 “개편안을 짜는 데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 내년에는 준비할 수 있도록 최대한 협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재계 건의가 끊이지 않던 유산취득세 도입 논의 또한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숙제라는 뜻이다.

세제 개편이 한없이 미뤄둘 수 없는 과제임은 분명하다. 미래 세대를 위한 연금 개혁이 필요한 만큼 이와 맞물려 세제 개혁이 같이 움직여야 재원 조달 대책이 만들어질 수 있다. 현재 정부안이 그대로 확정되면 당장 내년부터 3년간 5조 원 가까이 세수가 줄어든다고 한다.

하지만 세법 개정안에는 감세에 따른 세수 부족분을 어디에서 어떻게 채워 넣을지 구체적 계획은 빠져 있다. 야권에 공격받을 빌미를 준 측면이나, 남은 한 달 동안 이 부분을 잘 보완해 국감장에서 충분히 설명한다면 세율 인하에 관한 국민적 지지를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감세가 최상위 부유층에 국한된 일이 아닌 중산층 역시 누리는 혜택이 있음을 납득시켜야 한다. 그래야 ‘부자 감세’란 프레임에 갇히는 우를 범하지 않게 된다. 여야가 세제 개혁 문제에 있어서만은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진실하게 소통하는 자리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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