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이 차기 신규 모달리티(Modality·치료 접근법)인 방사성의약품(Radiopharmaceutical Therapy·RPT) 신약 개발 역량을 집중해 2027년까지 글로벌 RPT 리더로서의 입지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은 30일 오전 진행된 RPT 사업 관련 애널리스트 컨퍼런스콜에서 “RPT 시장은 현재 기술 초기 단계로 고성장이 예상되는 유망한 신규 모달리티”라며 “지난해 이동훈 사장이 기자간담회에서 3대 차세대 모달리티 중 하나로 RPT를 제시한 뒤 깊이 있게 시장을 조사하고 면밀히 검토한 결과 우리만의 진입전략을 수립했다. 빠르게 RPT 시장에 진입해 선도하는 포지션을 잡기에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RPT는 세포를 사멸시키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타깃에 결합하는 물질에 탑재한 뒤 미량을 체내에 투여해 치료하는 혁신적인 항암 치료 기술이다.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 세포치료제 등의 뒤를 잇는 항암제 계보가 될 것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방사성 동위원소의 짧은 반감기와 취급의 복잡성, 동위원소 확보의 어려움으로 인해 시장 진입 장벽이 다소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SK바이오팜은 앞으로 3년 후인 2027년까지 글로벌 RPT 리더로서의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 포트폴리오 역량을 강화하고 자체 RPT 플랫폼 개발, 글로벌 임상 역량을 갖출 계획이다.
최근 RPT 바이오텍이 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했고 글로벌 빅파마에 높은 가격으로 인수되는 등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SK바이오팜도 RPT 사업을 본격화를 위해 외부 파이프라인 도입, 내부 R&D 역량 강화, 방사성 동위원소 확보 등에 전념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올해 7월 17일 홍콩 바이오텍 풀라이프 테크놀로지(Full-Life Technologies)로부터 대장암·전립선암·췌장암 등 다양한 유형의 고형암에 사용 가능한 RPT 후보물질 ‘FL-091(SKL35501)’에 대한 연구·개발·생산 및 상업화 권리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SKL35501은 다양한 고형암에서 과발현되는 수용체 단백질인 ‘NTSR1(Neurotensin Receptor-1)’에 결합하는 저분자 약물이다. 최 본부장은 “전임상에서 우수한 효능을 보였다. 경쟁 약물 대비 높은 결합력과 선택성을 확인했다. 또한 종양에서 항암 효과가 높고 정상 조직에 영향을 미치는 부작용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종양 억제도 단 1회로 93~99% 억제되는 항암 효능을 입증했다. 향후 계열 내 최고 약물(Best-in-Class) 가능성이 큰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SK바이오팜은 한국에서 SKL35501에 대한 전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2025년 말 이후 임상 1상에 돌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번 후보물질 도입은 초반 개발 기간을 줄이고, 빠르게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RPT 시장 진입 시간 단축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28일 SK바이오팜은 미국 테라파워와 고순도 방사성 동위원소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RPT 개발에 필요한 고순도 악티늄-225(Ac-225)를 즉각적이고 안정적으로 공급받게 됐다. 최 본부장은 “테라파워는 다른 업체들에 비해 방사성 동위원소가 비교 불가할 정도로 순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단기간에 필요한 물량을 확보했지만 후기 임상에 필요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업체들과 추가로 공급계약 추진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RPT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SK바이오팜은 추가로 후보물질을 도입할 계획이다. 최 본부장은 “내년 2개 이상의 물질 도입이 목표”라며 “물질을 적극 탐색하고 있으며 글로벌 업체와도 도입 논의를 진행 주이다. RPT 시장이 본격 개화 전임을 감안해 초기 단계(얼리 스테이지) 물질을 도입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지속적인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RPT 신약 개발 역량의 내재화도 추진한다. 기존 SK바이오팜이 가진 글로벌 수준의 화합물 설계 역량을 RPT 신약 설계까지 확장해 나가며, Ac-225에 특화된 자체 RPT 플랫폼 기술도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SK바이오팜은 지난해 9월 국내 유일의 글로벌 수준 방사선의학 전문 기관인 한국원자력의학원(KIRAMS)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다양한 연구 협력을 진행 중이다.
앞서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지난해 7월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힘을 실을 3대 차세대 모달리티로 표적단백질분해치료제(TPD), 세포치료제(CGT)와 함께 RPT를 제시한 바 있다.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이날 콘퍼런스 콜에서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세노바메이트)의 높은 현금 창출력을 바탕으로 RPT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고 안정적인 제조·생산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이어 이 사장은 “일희일비하지 않고 전략을 설정하고 하나하나 약속을 지켜가겠다. 제약바이오산업은 하루 이틀 만에 결실을 볼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 한국 제약바이오기업 최초로 미국 현지 세일즈를 경험했기 때문에 이 노하우를 활용해 중장기적으로 빅바이오텍, 메이저 제약바이오기업으로 도약하게끔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