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국토교통부는 임대료 규제를 대폭 완화한 '20년 장기임대주택'을 도입하기로 했다. 기업의 주택 임대시장 참여를 활성화해 부족한 공급물량을 충족하겠다는 목표다.
이번에 추진하는 기업형 장기임대주택은 리츠(REITsㆍ부동산투자회사) 등 법인이 한 단지에 100가구 이상인 대규모 임대주택을 20년 이상 의무적으로 임대하는 방식이다.
먼저 법인의 대규모 장기임대 운영을 어렵게 하는 과도한 임대료 규제를 없애기로 했다. 현재 100가구 이상을 보유한 10년 장기임대주택 사업자는 전월세 상한 규제(임대료 상승률 5% 이내 제한)를 받고 있다.
전월세 상승률이 해당 지역의 주거비 물가지수 상승률보다 높아서도 안 된다. 예컨대 서울의 주거비 물가지수 상승률이 3%라면 서울에서 주택 임대사업을 하는 기업은 3% 내에서 임대료를 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기업형 장기임대주택은 사업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대신 규제를 받을수록 더 많은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자율형'은 임대료 규제에서 자유로운 대신 금융ㆍ세재 혜택을 받지 못하고, ‘지원형’ 초기 임대료가 시세의 95%로 제한되며 무주택자 우선공급 의무도 주어지는 대신 기금 출자·융자, 공공택지 할인 등의 지원 대상이 된다.
보험사의 진입 장벽도 허문다. 20년 장기 사업임을 고려, 장기 투자에 적합한 보험사의 임대주택 투자를 허용하기로 한 것. 장기임대주택 보유 시 재무 건전성 평가지표 중 하나인 ‘지급여력비율’을 20%에서 25%로 완화한다.
국토부는 새로운 장기임대주택을 통해 2035년까지 10만 가구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선택지를 늘려 전세 수요를 점차 기업형 장기임대주택으로 돌리겠다는 방침이다.
기업형 임대주택 개념이 제시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 기업형 임대주택사업 육성을 통한 중산층 주거혁신을 위한 정책 브랜드로 ‘뉴스테이(New Stay)’가 도입됐다.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최대 8년의 의무임대기간을 두는 대신 연 5%의 임대료 상승 제한을 해제했다. 그러자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오르는 문제가 생겼다. 입주자격에 대한 제한이 없어 정책적 지원에 비해 공공성이 낮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2년 후 이를 보완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이 등장했다. 의무임대기간을 10년으로 늘리고 임대료 상승 규제도 부활했다. 집값 상승기에 얻을 수 있는 일반분양 수익 대신 임대주택을 선택할 민간 사업자는 거의 없었다. 2019년 34건이던 공공지원 민간임대리츠 출자승인건수는 2022년 8건으로 줄어들더니 올 1분기에는 3건에 머물렀다.
부동산 업계에선 장기 기업임대주택이 대규모 재고 확보와 장기 안정적 임대주택 운영, 주거 서비스 품질 향상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평가한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기업형 임대인 육성은 한국 임대차시장 안정과 주택산업 선진화를 위해서 풀어야 할 과제"라며 "규제에서 지원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고 새로운 공공지원 민간임대 사업유형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다주택을 보유한 개인 임대인으로 촉발된 전세시장의 다양한 문제를 기업형 장기임대주택 확대로만 잡는다는 정책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임대 시장의 모든 주택을 공공임대로 대체할 수 없는 것처럼 이를 법인 사업자의 임대 주택만으로 대체하는 것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종국엔 개인과 법인의 임대주택이 혼재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형태이기에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함께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