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중동 시장 확장의 거점으로 삼고 있다. 의약품에서 의료기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진출이 이어지면서 성장하는 시장에서 거둬들일 성과가 기대된다.
28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우리 기업들의 사우디아라비아 진출이 활발하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제약 시장은 2024년 55억3000만 달러(약 7조4000억 원) 규모로 추산되며, 2029년까지 연평균 4.62%씩 성장해 69억3000만 달러(9조2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 지역에서 소득 수준이 높아 구매력이 큰 시장으로 평가된다. 특히 성인 인구 중 79%가 비만, 17%가 당뇨병 환자로 집계될만큼 만성질환 유병률이 높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2040년까지 글로벌 바이오 허브로 도약하겠단 로드맵을 세우고 의료 인프라 투자를 강화하면서 의약품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의 의약품 시장 대부분을 미국과 유럽의 다국적제약사들이 차지하고 있으며, 의료기기 시장은 수요의 90%를 수입할 정도로 해외 의존도가 높다. 이에 따라 해외 시장을 넓히고자 하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에게도 기회가 열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미 국산 신약들이 사우디아라비아 시장을 노크했다. HK이노엔은 올해 4월 현지 제약사 타부크제약과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의 완제품 수출 계약을 체결하고, 사우디아라비아는 물론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 유통망을 확보했다.
대웅제약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와 당뇨병 신약 ‘엔블로’의 사우디아라비아 식약청(SFDA) 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해당 허가를 받게되면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등 걸프협력회의(Gulf Cooperation Council, GCC) 국가로 확장이 기대된다.
의료기기 분야도 시장 개척에 한창이다.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 헬스케어 기업 노을은 말라리아 진단 보조용 소프트웨어·카트리지(3등급)와 혈액 분석 보조용 소프트웨어·카트리지(1등급)의 SFDA 의료기기 시판 허가를 획득했다. SFDA 시판 허가를 받으면 다른 중동 국가에서 인허가 시간 단축이 가능하다.
노을 관계자는 “올해 말을 목표로 사우디아라비아 매출 실현을 추진 중”이라며 “이번 진출로 앞으로 사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인접 국가로는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등이 예상된다”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피치솔루션(Fitch Solutions)은 사우디아라비아 의료기기 시장 규모를 2022년 기준 21억7000만 달러(2조8000억 원)로 집계했다. 2026년에는 26억1000만 달러(3조5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전문의 수가 부족해 1차 스크리닝 목적의 AI 기반 의료기기 도입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수술 및 최소 침습 미용 시술 수요가 커지는 미용의료 분야 역시 K바이오가 활약하고 있다. 메디톡스는 히알루론산 필러 ‘뉴라미스’의 사우디아라비아 판매 1주년을 맞았다. 현지 종합 유통사 아미코그룹과 협력해 공급망을 확보했으며, 앞서 출시한 보툴리눔 톡신 ‘메디톡신’과 시너지에 집중하고 있다.
휴젤도 올해부터 히알루론산 필러 ‘더채움’을 판매 중이다. 현지 주요 오피니언 리더(KOL)를 대상으로 론칭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시장 안착에 공을 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