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오피스텔 가로채" vs "우리도 피해자"…대우건설 자회사 대우에스티, 시행사와 소송전

입력 2024-08-29 07:00 수정 2024-08-29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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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에스티, '잠실 푸르지오 발라드' 시행사로부터 피소
시행사 "공매 추진해 시행사 권리 뺏고 오피스텔 강탈"
대우에스티 "공매는 대주단 결정…200억 못 받아"

▲잠실 푸르지오 발라드 투시도. (자료제공=대우에스티)
▲잠실 푸르지오 발라드 투시도. (자료제공=대우에스티)

대우건설의 자회사인 대우에스티가 시공사로 참여한 서울 송파구 방이동 '잠실 푸르지오 발라드' 시행사로부터 피소당한 것으로 파악 됐다. 시행사 측은 대우에스티가 일부 대주단과 결탁해 오피스텔에 대한 시행사의 권리를 강탈하면서 500억 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대우에스티는 시행사가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이자를 기한 내 갚지 못하자 대주단이 공매를 결정한 것이라고 반박하며, 오히려 공사비와 대위변제액 등 200억 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29일 본지 취재 결과 A 시행사는 최근 잠실 푸르지오 발라드 시공사인 대우에스티를 상대로 3억 원의 금원 지급을 요구하는 지체상금 등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대주단과 결탁해 건물 뺏어가"

A사는 대우에스티로부터 공사도급계약서 계산법에 따라 약 244억 원의 지체상금 액수를 받아야 하지만, 소를 제기하는 단계에서는 전체 지체상금에서 일부인 3억 원만 우선 청구하고 나머지는 추후 증액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대우에스티 소유 공장과 보유 물건 등에 약 100억 원 상당의 가압류를 신청했고, 해당 지역의 법원은 이를 최근 인용했다.

양 측이 사업자로 참여한 잠실 푸르지오 발라드는 최고 17층 2개 동, 총 126가구로 지어졌다. 건물 가치는 약 1650억 원에 달한다. 지하철 2·8호선 잠실역이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 역세권 단지로, 롯데월드타워와 롯데월드, 석촌호수도 15분 내로 이동 가능해 '알짜' 입지로 평가된다.

A 시행사에 따르면 이 사업을 위해 700억 원 상당의 PF를 유치해 신탁사와 함께 책임준공 형식으로 건물을 지었다. 대우에스티와는 2021년 공사 금액 266억 원의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지난해 11월 30일까지 준공을 마치기로 했다.

그러나 시공사인 대우에스티가 준공 기한이 임박한 시점까지도 공사를 마무리 짓지 못하면서 입주가 지연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결국 수분양자들이 A 시행사를 상대로 분양 계약 해지 및 100억 원 규모의 분양대금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준공 이후 A 시행사가 PF 이자를 갚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어 대우에스티가 대주단과 함께 공매를 추진해 시행사의 권한을 빼앗아갔다는 부분이다. A 시행사의 주장대로라면 이로 인한 손해금은 400억~500억 원에 달한다.

A 시행사 관계자는 "대우에스티가 일부러 입주 기일을 늦추고 입주민들과 약속한 날짜를 미루면서 수분양자들이 계약 해제를 요구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만들었다"며 "공기 지연, 부실 시공 등으로 건물 가치를 하락시킨 데다, PF 대출 기한이익상실로 시행사의 권한을 넘겨받자 완공된 오피스텔을 공매 형식으로 시세 보다 30% 싼 값에 매수하고 시행사의 권한까지 가져갔다"고 강조했다.

▲을지로 대우건설 사옥.
▲을지로 대우건설 사옥.

◇"부적절한 업무처리로 공사비도 다 못받아"

반면 대우에스티의 입장은 완전히 다르다. 공기가 일부 지연된 점은 인정하지만, 고의로 입주를 지연시키거나 대주단과 결탁해 공매를 진행하고 시행사의 권한을 뺴앗은 일은 없다는 것이다.

대우에스티에 따르면 A 시행사가 PF 이자를 갚지 못하자 대주단이 자금 회수를 위해 미분양 된 40여 가구에 대한 공매 절차를 진행했다. A 시행사가 공매 개시 이전 미분양 물건을 팔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대주단에 구체적인 변제 계획 없이 연장만 요구하고, 공매에 참여하지도 않았다는 설명이다.

결국 대우에스티가 해당 물건을 매입하고 약 40억 원의 PF를 대위 변제하는 등 정상적 사업 진행을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A 시행사는 미분양 판촉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공실 가구 관리비를 미납하는 등 사업자의 의무를 태만하는 모습으로 일관했다는 게 대우에스티 측의 입장이다. 현재 A 시행사로부터 공사비와 대위변제액 등 총 200억 원을 받지 못해 오히려 피해를 보고 있는 상태라고도 덧붙였다.

대우에스티 관계자는 "PF 관련해선 시행사가 대주단을 설득시키지 못했고, 실질적인 이자를 지급할 재원이 없어서 연장이 되지 않은 것"이라며 "PF 대주단이 우선수익자의 지위로 신탁사에 공매를 요청해서 공매가 진행됐고, 유찰 후 대우에스티가 잔여 공매물건을 매입해 당사가 납부한 공매대금 납입분으로 신탁사가 대주단에 PF원리금을 상환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행사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PF 상환 및 주요 사업적 문제 해결에 비협조적이고 신탁계약서상 규정된 업무처리 해태 및 부적절한 업무 처리에 따라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며 "시행사로부터 받지 못한 공사비와 설계변경비, PF대위변제금 등이 현재까지 상당수 남아있으며, 시행사가 제기한 소송에 대해선 타당한 근거를 제시해 적극적으로 법적 대응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법조계 "다툼의 소지 있어"

법조계에선 이와 관련해 법적 다툼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조세영 법무법인 로윈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시행사가 PF 이자를 갚지 못한 경우 공매로 넘기는 것은 대주단의 재량이다. 상환하지 못한 회사에게 반드시 대출 연장을 해주어야 할 의무는 없기 때문"이라며 "만일 시공사가 이득을 얻기 위해 대주단과 결탁해 공매를 했다고 하더라도, 시행사가 PF 대출을 제대로 갚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시공사의 공사 지연으로 인해 수분양자들의 입주가 밀리고, 잔금 회수가 늦어져 시행사가 PF 대출을 못 갚게 됐다면 그로 인한 손해를 일부 시공사에게 물릴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제때 분양 대금을 회수해 대출 이자를 갚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사실 관계를 따져 볼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우에스티는 2005년 대우건설에서 물적분할로 설립된 자회사다. 부동산 관리 및 AS, 주택 개발업 등을 영위하고 있으며, 대우건설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대우에스티의 연결기준 매출의 5%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계약 19건 중 7건은 대우건설과 컨소시엄 시공사로 이름을 올린 사업이다.

푸르지오 발라드는 대우에스티가 소규모 주택업 확장을 위해 출시한 첫 자체 브랜드다. 대우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푸르지오'와 동일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하는 '푸르지오의 영(Young) 브랜드'로 기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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