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코로나19로 ‘대면’ 총회 못 열어도…정관규정 없는 서면결의 ‘무효’”

입력 2024-07-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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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변경 결의에 ‘중대하자’→변경정관 따라 회장 선출…“무효”

大法 “사단법인 총회결의, 사원들 참석‧결의가 원칙”
“서면결의는 사원권의 행사제한 우려…중대한 하자”


코로나 시기 ‘대면 총회’ 열 수 없었던 상황이라도
정관근거 없다면 서면 결의로 총회 결의 갈음 못해

민법상 사단법인 정관에서 정하지 않았는데도 서면 결의만으로 정관을 변경할 경우 정관변경결의 방법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따라서 중대한 하자가 있는 정관변경 결의로 변경된 정관에 근거해 이뤄진 회장 선출 결의 역시 무효라고 대법원은 결론 냈다.

▲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대법원 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임시 대의원총회 결의 무효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총회 결의가 무효라는 원고들 주장을 인용한 원심 판결을 수긍한다고 30일 밝혔다.

사단법인 한국지체장애인협회는 2020년 임시 대의원총회를 서면 결의로 진행하기로 한 후 2020년 12월 대의원들에게 ‘회장의 연임은 1회에 한한다’라는 부분을 삭제하고, 그 효력이 개정 제안 당시 임원부터 발생하도록 하는 부칙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을 포함한 정관변경 안건에 대해 서면결의서를 제출해 달라는 안내문을 발송했다.

재적 대의원 454명 가운데 449명이 서면결의서를 발송해 정관변경 찬성 결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이를 근거로 7대‧8대 회장 A 씨는 2021년 6월 임시 대의원총회에서 단독 후보로 입후보해 9대 회장이 됐다. 원고들은 이 같은 총회 결의가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에서는 민법상 사단법인의 정관에 근거 규정이 없는 경우 서면에 의한 결의로 총회 결의를 갈음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문제가 된 2020년부터 2022년 사이는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세계 대유행)으로 ‘대면’ 총회를 열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점을 감안, 1심은 원고들이 패소했다.

하지만 2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로 결과가 뒤집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 정관에 정함이 없었는데도 서면 결의만으로 이뤄진 이 사건 정관변경 결의는 결의 방법에 중대한 하자가 있고, 이 사건 회장 선출 결의는 중대한 하자가 있는 이 사건 정관변경 결의로 변경된 정관에 근거하여 이뤄졌으므로 무효이다”라고 판시했다.

대법원 역시 상고를 기각하면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내 법원 깃발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뉴시스)
▲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내 법원 깃발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뉴시스)

대법원은 “민법상 사단법인의 총회 결의는 소집‧개최 절차가 이뤄진 총회에 사원들이 참석하여 결의하는 것을 원칙적인 방법으로 한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면 결의는 총회에 참석해 목적 사항을 적극적으로 토론하고 결의함으로써 사단법인 사무 운영에 자신의 의사를 반영하도록 하는 사원권의 행사를 제한할 수 있다”면서 “따라서 민법상 사단법인에서 법률이나 정관에 정함이 없는데도 소집, 개최 절차 없이 서면만으로 총회 결의를 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결의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민법상 사단법인의 정관에 근거 규정이 없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서면에 의한 결의로 총회 결의를 갈음할 수 없다고 판단한 사건”이라며 “코로나19 시기 때 ‘대면 총회결의’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서면 결의’ 형식으로 사단법인의 결의가 많이 이뤄졌는데, 법리상 정관에 규정이 없으면 서면 결의가 허용된다고 볼 수 없다는 내용이다”라고 설명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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