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메달은 없었다…수영 김우민·여자 양궁·여자 사격 짜릿한 점수차 [해시태그]

입력 2024-07-29 17:02 수정 2024-07-29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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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애 디자이너 mnb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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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저비터 골, 결승타, 0.01초, 역전승.

흔히들 짜릿한 승리로 정리되는 경기 결과인데요. 손에 땀을 쥐는 경기로 표현되지만, 심장에는 매우 해로운 경기죠. 몸도 맘도 편하게 점수가 나면 참 좋으련만, 이 모든 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매번 이렇게 영화로 만들려고 해도 만들지 못하는 경기 내용을 선보이며 모두의 숨을 턱 막히게 하죠.

27일(이하 현지시간) 제33회 올림픽, ‘2024 파리올림픽’이 개막했습니다. 개막식부터 올림픽 개회식 때 장내 아나운서가 우리나라를 ‘Republic of Korea’가 아니라, 북한을 뜻하는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로 소개해 논란을 낳았는데요. 앞서 ‘1976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가장 적은 선수단 구성에 금메달 5개 이상의 종합순위 15위 이내 목표를 내세웠던 다소 위축됐던 심리에 기름을 부었죠.

그러나 우리 선수들은 굴하지 않았습니다. 첫날부터 승전고를 울리더니, 비록 잠깐이긴 하지만 메달 중간집계에서 한국이 1위에 올라서는 쾌거를 달성하기도 했죠. 이 모든 순간에 그 ‘짜릿한 승리’는 여럿 동반됐습니다.

▲김우민이 28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우민이 28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우민은 올림픽 수영 첫 메달을 따냈는데요. 28일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수영 경영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3분42초50의 기록으로 터치패드를 찍은 김우민은 최종 3위, 동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이로써 김우민은 박태환에 이어 한국 수영의 두 번째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는데요. 한국 수영은 런던 대회 이후 12년간 끊겼던 올림픽 메달 명맥을 다시 잇게 됐죠.

김우민의 동메달 소식 이전 외신들은 한국 수영의 메달 획득에 부정적이었습니다. 미국 매체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트(SI)가 전망한 한국 메달 성적 중 수영의 메달은 없었는데요. 이 모든 것을 깨부순 김우민의 역영이 아닐 수 없었죠.

▲대한민국 수영대표팀 김우민이 27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에서 열린 남자 400M 자유형 예선에서 역영하는 모습. (뉴시스)
▲대한민국 수영대표팀 김우민이 27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에서 열린 남자 400M 자유형 예선에서 역영하는 모습. (뉴시스)

거기다 결승에서 김우민은 수영 경기 중 가장 불리하다는 1번 레인에 섰는데요. 예선을 7위로 통과했기에 가장 바깥쪽인 1번 레인을 배정받은 거죠. 1번과 8번은 선수들이 만들어내는 파도가 바깥쪽으로 퍼진 뒤 부딪쳐 되돌아오기 때문에 물살이 저항이 가장 심한 곳입니다.

하지만 김우민은 이 예상도 이 불리함도 모두 이겨내고 당당히 메달을 목에 걸었죠. 경기 후 감격의 눈물을 흘린 김우민은 “막판에 사지가 타들어 가는 느낌이었는데 올림픽 메달을 위해 꾹 참았다”라며 “1레인이 불리하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올림픽 메달을 땄으니 1레인을 좋아하게 될 것 같다”라며 웃어 보였습니다.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 (왼쪽부터) 남수현, 전훈영, 임시현.  (연합뉴스)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 (왼쪽부터) 남수현, 전훈영, 임시현. (연합뉴스)

한국의 올림픽 효자종목이라 불리는 양궁에서도 이 짜릿함이 나왔는데요. 타 경기보다는 그래도 수월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올림픽은 올림픽이었죠.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은 준결승전에 이어 결승전에서도 세트 스코어 2-2를 기록하며 ‘슛오프’로 승부를 갈랐는데요. 슛오프란 말 그대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을 때 마지막 한 발의 기회를 주는 것을 말합니다.

결승전 상대는 권용학 감독이 지휘하는 중국. 맏언니 전훈영의 활약 속에 1, 2세트를 내리 따낸 한국은 3세트 초반 8-9-8점을 쏘는 바람에 한 세트를 내주고 말았죠. 4세트 들어서도 중국의 기세가 이어지면서 한국은 슛오프까지 끌려갔습니다.

준결승에 이어 결승전까지 슛오프로 결정짓게 된 한 방의 승부. 그러나 선수들은 강심장이었습니다. 한국은 슛오프에서 남수현이 9점을 쐈고, 전훈영과 임시현의 화살은 9점과 10점 사이 라인에 걸쳤죠. 전광판 숫자로는 한국과 중국의 점수는 27점 동점이었습니다. 라인에 걸친 두 사람의 점수를 기다려 봐야 하는 상황. 심판은 전훈영과 임시현의 화살 모두를 10점으로 인정했고, 마침내 한국은 금메달을 확정 지었는데요.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여자단체 중국과의 결승에서 승리한 한국 남수현, 임시현, 전훈영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여자단체 중국과의 결승에서 승리한 한국 남수현, 임시현, 전훈영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로써 한국 여자 양궁은 단체전이 처음 도입된 1988년 서울 대회부터 이번 대회까지 10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거는 대기록을 썼습니다. 단 한 번도 정상의 자리를 놓치지 않은 팀이 됐죠. 아슬아슬한 승부 속 당겨졌던 활시위는 늦은 밤 TV 앞에 모인 국민의 심장까지 철렁하게 했는데요. 왠지 모를 불안 속 짜릿한 승리였습니다.

1점 차 2점 차 승리에 이어 0.2점 차 승리로 메달의 색이 바뀐 일도 있었는데요. 사격 여자 10m 공기권총에서 한국의 오예진과 김예지는 금메달과 은메달을 석권했죠. 두 사람은 결승전에서 초반부터 1·2위를 지키며 모두를 안심하게 했습니다. 연이어 10점대 후반을 기록하는 등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했죠.

하지만 또 위기는 찾아왔는데요. 두 사람이 엎치락뒤치락 선두경쟁을 하는 사이 인도 마누 바커도가 이 경쟁에 뛰어든 겁니다. 김예지와 바커가 결국 2위를 두고 경쟁하게 됐는데요. 두 발을 남겨두고 김예지는 9.4를 쏴 211.3점을 기록, 3위로 밀리게 됐죠. 바커는 211.4로 2위로 올라섰고요. 단 0.1점 차. 피 말리는 승부 끝 마지막 한 발은 바커가 먼저 쐈는데요. 바커의 점수는 10.3이었습니다. 10.5 이상을 쏴야지 만이 은메달을 걸 수 있는 상황, 김예지는 이 숨막히는 접전 속 10.5점을 쏘면서 2위에 올라섰죠. 그 긴장 속 상대 선수가 고득점을 기록한 것을 보고도 당당히 그 이상의 점수를 만들어낸 그의 ‘강심장’에 박수를 보낼 뿐이었습니다.

이 짜릿함에 사격 반효진도 합류했는데요. 16살 고교생인 반효진은 29일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공기소총 10m 여자 결선에서 금메달을 획득했죠. 대회 결선은 8명 선수 전원이 10발씩 쏜 뒤 점수를 합산하고, 이후 2발씩 쏘면서 최하위 선수를 탈락시키는 이른바 ‘서든 데스’ 방식으로 진행됐는데요.

반효진과 중국의 황위팅만 남은 상황에서 두 사람은 24발 합계 251.8점으로 똑같았고, 단 한 발로 금과 은, 메달 색깔을 가리는 슛오프에 돌입했습니다. 정말 피가 말리는 승부, 먼저 쏜 황위팅이 10.3점, 반효진이 10.4점을 맞추면서 단 0.1점 차 짜릿한 승리를 거뒀죠.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 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공기권총 10m 여자 결선에서 금·은메달을 차지한 오예진(오른쪽)과 김예지가 시상대에서 웃음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 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공기권총 10m 여자 결선에서 금·은메달을 차지한 오예진(오른쪽)과 김예지가 시상대에서 웃음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개막 이후 주말 경기 내내 이 접전을 지켜본 국민은 환호와 박수를 보내면서도 여기저기서 두통을 호소하고 있는데요. 그 어떤 것도 쉬운 메달은 없었습니다.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 진출한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경쟁을 뚫은 선수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집중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전율이 흐르는데요. 방구석 응원단은 오늘도 그래도 ‘쉬운 경기’를 애써 바라보며, 심장을 부여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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