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한국 대중문화 중심지' 학전 김민기 별세...'영원한 아침이슬'

입력 2024-07-22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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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ㆍ황정민ㆍ김윤석 성장판 된 '학전'
'지하철 1호선', 4000여 회 공연 횟수 기록
김광석 등 대중가요 중심지로도 큰 역할

▲김민기 (연합뉴스)
▲김민기 (연합뉴스)

소극장 '학전'을 통해 대학로 공연 문화 발전에 힘쓴 김민기 대표가 21일 세상을 떠났다.

22일 학전은 김 대표가 전날 지병인 위암 증세가 악화해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고인은 1951년에 전북 익산에서 태어났다. 경기중학교와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했으며 서울대 미술대학에 진학해 회화학을 전공했다.

고인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싱어송라이터이자 공연 연출가이다. '가을 편지', '백구', '상록수', '작은 연못' 등 숱한 히트곡을 만들었다.

특히 '아침 이슬'은 가수 양희은이 부르며 범국민적 가요가 됐다. 어두웠던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세상을 열망한 그의 염원이 이 곡에 담겼다. 1987년 민주항쟁 당시 군중들이 이 노래를 부르며 저항정신을 담은 가요로 평가받기도 했다.

1991년 고인이 사비를 털어 대학로에 개관한 학전은 한국 문화예술의 중심지였다. 군부 독재 정권이 종식하고, 예술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충족하는 문화 향유지이자 교육 기관의 역할까지 담당했다.

한국적인 뮤지컬 창작에 앞장섰던 학전은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시작으로 '모스키토', '의형제', '개똥이' 등 한국적 정서를 스토리와 노랫말에 녹여내며 공연 문화의 성장을 이끌었다.

특히 '지하철 1호선'은 한국 뮤지컬의 초석을 다진 작품으로 평가된다. 고인이 연출을 맡은 이 작품은 독일의 뮤지컬 'Linie Eins'을 원작으로 한다. 고인은 이 뮤지컬을 한국어로 번안해 1994년 학전에서 초연했다. 연변 처녀 '선녀'가 백두산 관광에서 만나 결혼을 약속한 '제비'를 찾아 서울을 오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은 뮤지컬이다.

이 작품은 예술적 가치뿐만 아니라 90년대 서울을 살았던 서민들의 애환을 녹여내 사회적ㆍ역사적으로도 훌륭한 가치를 지닌다. 황정민, 조승우, 설경구, 장현성, 김윤석 등 현재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배우들의 성장판이 된 뮤지컬로도 유명하다.

'지하철 1호선'은 2008년 4000회의 공연횟수를 기록하고 막을 내렸다. 10년 뒤 재공연을 시작했고, 지난해 12월 4257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고인은 이 작품의 연출가로서 2007년 독일 바이마르에서 괴테 메달을 수상했다. 한국인으로서는 윤이상과 백남준 이래 세 번째 수상자가 됐다.

▲학전 소극장 건물 (연합뉴스)
▲학전 소극장 건물 (연합뉴스)

이 밖에도 학전에서는 아동ㆍ청소년들을 위한 다양한 연극과 뮤지컬이 제작됐다. '고추장 떡볶이', '우리는 친구다', '무적의 삼총사', '복서와 소년' 등 아이들의 눈부신 변화와 성장에 초점을 맞춘 공연을 통해 아동ㆍ청소년 공연 문화 발전에도 기여한 공로가 크다.

또한 학전은 소극장 뮤지컬 최초로 라이브 밴드를 도입했다. 김광석, 안치환, 조규찬, 강승원, 동물원, 한동준, 강산에, 이병우, 들국화, 장필순, 조동익, 윤도현, 일기예보, 박학기, 한영애, 원미연, 권인하 등 90년대를 대표한 가수들이 숱한 공연을 펼쳤던 대중가요의 발원지이기도 했다.

학전은 코로나19를 거치며 극심한 재정난에 시달렸고, 고인의 건강 악화로 3월 15일, 33년 만에 문을 닫았다.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는 학전의 마무리를 위해 1억5000만 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학전의 폐업 소식이 알려지자 이곳을 거쳐 간 예술인들은 자발적 모금을 통해 2월 28일부터 3월 14일까지 '학전 어게인 프로젝트' 콘서트를 열었다. 이를 통해 학전의 적자를 모두 해소했지만, 학전은 33년의 세월을 뒤로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옛 학전 자리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운영하는 어린이청소년 중심 공연장인 '아르코꿈밭극장'이 개관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역사는 김민기 선생님을 예술과 세상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지닌 영원한 청년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애도했다.

윤 대통령은 과거 대학로 학림다방에 고인과 만난 적이 있다며 "선생님께서는 당연한 것을 새롭게 보려는 순수한 열정으로 세상을 더 밝게 만드셨고, 그 열정이 마음에 울림을 주었다"고 회고했다.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4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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