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다닥'→주먹 불끈…트럼프 피 흘리는 '사진 한 장'의 나비효과 [이슈크래커]

입력 2024-07-15 17:12 수정 2024-10-23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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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 버틀러 유세에서 총격을 당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단상에서 내려오며 주먹을 머리 위로 쥐어 보이고 있다. 이 사진은 2021년 퓰리처상을 받은 에번 부치 AP 기자가 촬영했다. (AP/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 버틀러 유세에서 총격을 당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단상에서 내려오며 주먹을 머리 위로 쥐어 보이고 있다. 이 사진은 2021년 퓰리처상을 받은 에번 부치 AP 기자가 촬영했다. (AP/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유세 총기 피습당하면서 세계가 충격에 빠졌습니다.

뉴욕타임스(NYT)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총격범 토마스 매슈 크룩스(20)는 현장에서 사살됐습니다. 수사당국은 단독 범행에 무게를 싣고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는데요. 미국 FBI는 추가 위협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습니다. 크룩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테러 예고나 혐오 발언은 발견되지 않았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상 정도가 크지 않아 공화당은 일정대로 전당대회를 개최합니다. 그가 정식으로 대통령 후보가 되는 자리인 데다가 총격 사건으로 극적인 서사까지 더해진 셈이라 화려한 '대관식'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데요.

무엇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찍힌 사진 한 장미국 대통령 선거의 역사적인 순간으로 기록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와 눈길을 끕니다.

▲13일(현지시간)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열린 유세에서 비밀경호국 요원들에게 보호받고 있다. (AP/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열린 유세에서 비밀경호국 요원들에게 보호받고 있다. (AP/연합뉴스)

오후 6시 11분 '따다닥' 연발 총성…"엎드려, 엎드려!"

미국 정치 매체 더힐 등 현지 매체를 종합해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피습 사건은 10분여간 긴박하게 흘러갔습니다.

이날 오후 6시 3분, '신이여 미국을 축복하소서'(God Bless the U.S.A)라는 노래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단에 올랐습니다. 그는 유세장에 모인 청중을 향해 손을 흔들며 노래가 끝날 때까지 서 있었죠.

총성이 들린 건 오후 6시 11분. 연설을 시작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불법 입국자 문제를 거론하며 "(국경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한번 보라"고 말하는 순간, '따다닥'하는 연발 총성이 들렸습니다.

총성과 거의 동시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곧바로 오른손으로 자신의 오른쪽 귀를 감싸고 반사적으로 단상 아래로 몸을 숙였습니다. 총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곧바로 경호원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있는 무대 위로 뛰어올랐는데요. "엎드려, 엎드려, 엎드려"라는 외침과 함께 군중의 비명이 이어졌죠.

총성이 시작된 지 약 1분이 지난 오후 6시 12분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호원들의 부축을 받은 채 일어섰습니다. 경호원들은 "움직여야 한다"고 수차례 외쳤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긴장한 얼굴로 몸을 추슬렀습니다. "신발 좀 챙기자"고 경호원들에게 말하기도 했죠. 오른쪽 귀에 피가 묻어 있었는데, 그는 일어나면서 청중 앞에서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습니다. 환호가 쏟아졌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후 6시 14분 차를 타고 유세 현장을 떠났습니다.

오후 6시 42분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호를 맡은 비밀경호국(SS)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안전하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선거 캠프도 "그(트럼프 전 대통령)는 괜찮으며 지역 의료 시설에서 검사를 받고 있다"고 알렸는데요.

이후 비밀경호국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총격을 가한 용의자가 유세장 밖 높은 지대에서 총을 여러 발 발사했으며 경호 요원들에게 사살됐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유세를 지켜보던 한 명이 숨졌고, 두 명은 중상을 입었다고 전하기도 했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건 발생 2시간 30분가량이 지난 오후 8시 42분에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총알이 내 오른쪽 귀 윗부분을 관통했다"면서 "윙윙거리는 소리와 총소리를 들었을 때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즉각 알았고 바로 피부를 찢는 총알을 느꼈다"고 설명했습니다. 총격 사건으로 죽거나 다친 이들의 가족에겐 위로를 전하고 경호국, 법집행 당국에는 감사를 표했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후 퇴원했습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유세 중이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저격한 20세 남성 토머스 매슈 크룩스의 고교 졸업 당시 모습. (AP/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유세 중이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저격한 20세 남성 토머스 매슈 크룩스의 고교 졸업 당시 모습. (AP/연합뉴스)

총격범에 엇갈린 진술…"조용하고 평범한 학생" vs "사냥복 입고 온 왕따"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총을 겨눈 용의자의 과거 행적도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사살된 총격범은 크룩스는 펜실베이니아주의 평범한 중산층 가정 출신으로 최근까지 한 요양원에서 영양 보조사로 근무했다고 합니다. 범죄 이력이나 정신 질환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고, 특정 이념과 연계된 증거도 포착되지 않았습니다.

그는 2022년 펜실베이니아주 소재 베델 파크 고등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X(옛 트위터)에는 작은 체구에 안경을 쓴 크룩스가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졸업장을 받기 위해 무대를 가로지르는 등 과거 모습이 담긴 사진과 영상이 확산했습니다. 크룩스는 공화당원으로 등록돼 있었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당시 민주당 유권자 단체에 15달러를 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죠.

주변인들로부턴 그가 평범한 학생이었다는 주장과 외톨이였다는 엇갈린 증언이 나오고 있습니다. 14일 미국 CBS 방송에 따르면 2022년 크룩스와 함께 고등학교를 졸업한 옛 급우 제임슨 마이어스는 "그는 누구에게도 나쁜 말을 한 적이 없는 좋은 아이였다"며 "난 그가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내가 그와 이야기를 나누던 시절 그는 딱히 인기 있진 않았지만 괴롭힘 등을 당하지도 않는 평범한 소년처럼 보였다"고 전했죠.

또 마이어스는 크룩스가 고교 1학년 때 학교 사격팀에 들어가려다 실패했다고도 전했습니다.

반면 한때 동급생이었던 제이슨 콜러는 KDKA와의 인터뷰에서 크룩스가 외모 때문에 끊임없이 괴롭힘을 당했고, 군복이나 사냥복을 입은 채 교실에 나타난 일도 있었다고 회상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크룩스는 종종 수업이 시작될 때까지 구내식당에 홀로 앉아 있었고, 코로나19 유행 때 당시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뒤에도 한동안 의료용 마스크를 쓰고 다니기도 했다고 하죠.

미국 NBC 방송이 취재한 졸업생도 "크룩스는 거의 매일같이 괴롭힘을 당했다. 점심때면 홀로 앉아 있었다"며 "따돌림받는 이였다"고 강조했는데요. 그는 크룩스가 "정말 많은 괴롭힘을 당했다. 그들은 그의 옷차림과 외모를 놀려댔다"며 "이건 좀 슬픈 일이다. 이게 원인이었다고 말하고 싶진 않지만 결코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죠.

크룩스가 사용한 총기는 AR-15 계열 소총으로 그의 아버지가 6개월 이전에 합법적으로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총기는 현장에서 사살당한 크룩스의 시선 옆에서 발견됐죠.

수사 당국에 따르면 크룩스의 거주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 장소로부터 80㎞ 떨어져 있습니다. 차량으로 이동하면 1시간가량 걸리는 거리입니다. 전날 범행 장소 근처에 주차된 크룩스의 차량과 거주지에서 폭발물이 발견돼 제거반이 급파되기도 했습니다.

AP통신은 "크룩스의 시신 사진을 분석한 결과, 총기 유튜브 채널인 '데몰리션 랜치'의 티셔츠를 입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죠. '데몰리션 랜치'는 인간 마네킹 등 표적을 향해 권총과 돌격소총을 쏘는 영상을 주로 게시하는 유튜브 채널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진을 담은 티셔츠가 온라인에서 판매되고 있다. (출처='crowder shop' 홈페이지 캡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진을 담은 티셔츠가 온라인에서 판매되고 있다. (출처='crowder shop' 홈페이지 캡처)

주먹 '불끈' 쥔 사진 한 장에…티셔츠 열풍 일고 대선 승리 가능성 거론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피습 당시를 담은 사진 한 장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 사진 속 트럼프 전 대통령은 피습당한 직후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귀에서 피를 흘리고 있습니다. 결연한 표정으로 주먹을 불끈 치켜든 그의 뒤론 성조기가 휘날립니다. 이 사진은 전 세계 신문들의 1면을 장식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죠.

이 사진을 찍은 이는 세계적 통신사 AP 소속의 20년 차 사진기자 에번 부치입니다. 그는 2021년 조지 플로이드 시위 취재로 퓰리처상을 받은 베테랑 기자인데요. 그는 총격 당시 무대 왼쪽에 있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총을 맞은 직후엔 퇴장이 예상되는 방향으로 달려나갔다고 합니다.

AP통신이 공개한 부치의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총격 소리를 들은 바로 그 순간 나는 이것이 미국 역사에서 기록돼야 할 순간임을 알았다"며 "이런 일을 하는 것이 기자로서 우리 직업"이라고 전했습니다. X에는 그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동선을 따라 순식간에 이동해 침착하게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게재돼 84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기도 했죠.

이 사진은 세계 곳곳에서 티셔츠로 만들어지면서 불티나게 팔려 나갔습니다. 유명 콘텐츠 제작자 호지 트윈스(키이스 호지·케빈 호지)는 X에 '트럼프 싸워라, 싸워라, 싸워라 티셔츠(Trump FIGHT, FIGHT, FIGHT T-Shirt)' 티셔츠 사진을 게재하면서 "이 티셔츠의 판매 수익금은 트럼프 선거 운동에 전달된다"고 했습니다.

이 밖에도 여러 쇼핑몰에서 '트럼프 티셔츠'를 판매하고 있는데요. 한 쇼핑몰 측은 판매 중인 트럼프 피격 티셔츠에 대해 "불끈 쥔 주먹과 성조기는 저항, 애국심,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결의의 강력한 상징"이라고 소개했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후 2시간도 채 되지 않아 중국 온라인상에서도 이 티셔츠를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한 판매자는 단 3시간 만에 중국과 미국 등에서 총 2000장의 티셔츠를 판매했다고 합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사진을 두고 "포토 저널리즘의 정점"이라며 "완벽한 구도로 구성된 역사적인 실시간 뉴스"라고 평가했는데요. 사진이 너무 극적인 탓이었을까요? 일각에서는 이 사진을 음모론의 증거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블루어넌(BlueAnon) 음모론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고 촌평했습니다. 한 미국 내 유튜브 이용자는 "(사진이) 너무 심하게 완벽하다"면서 "깃발은 물론 모든 것이 완벽하게 배치됐다"고 적었습니다. 즉석에서 찍었다기엔 사진이 지나치게 완벽하다는 거죠. WP는 "이들은 트럼프의 귀에 묻은 피가 연극용 젤이고, 총격은 (일종의 자작극인) '가짜 깃발'(false flag)이며, 비밀경호국이 트럼프 선거본부와 공모했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 절체절명의 사진이 미국 대선 구도를 바꿀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미 정치 매체 폴리티코는 "공화당 전당대회까지 중도층도 대거 흡수한 공화당 지지율이 급격하게 상승할 것"이라며 "민주당은 쉬쉬하지만 이미 ‘종말론’이 팽배한 분위기"라고 밝혔습니다. 로이터 통신도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이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에서 발생했기에 그에게 동정적인 유권자들이 공화당에 던지는 표가 늘어날 수 있다며 이 사건의 잠재력에 주목했습니다. 베팅 사이트 폴리마켓은 피격 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확률이 전날보다 10%포인트(p) 상승한 70%가 됐다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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