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보릿고개'…일감 없는 건설업계, 15년 만에 고용도 축소

입력 2024-07-08 15:26 수정 2024-07-08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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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가 역대급 업황 악화로 비용절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고용도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감이 줄면서 일하는 사람의 숫자도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건설업의 우울한 상황은 한동안 반전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8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5월 건설업 취업자 수는 207만 명으로 전월보다 1.3% 감소했다. 5월 건설업 취업자 수가 전월보다 줄어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이후 15년 만이다.

건설공사는 연초 감소했다가 하반기로 가면서 점차 증가하는 계절성이 있고 이에 따라 취업자도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이례적이다.

올해 1~4월의 취업자 수 전년동월 대비 증가율은 각각 3.6%, 1.8%, 1.1%, 0.3%로 계속 축소됐다. 5월은 2.2% 감소를 기록했다.

건설업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5월 77만4000명으로 1% 줄면서 2023년 9월부터 9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2013년 8월부터 2015년 1월까지 18개월 연속 줄어든 이후 가장 긴 감소 추세다.

취업자 수 감소는 마감 공사에 투입된 일용직 근로자가 적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고용보험 가입자 수 축소는 상시근로자가 감소했다는 의미다.

실제로 새로운 공사 현장은 줄고 있다. 국토교통부 주택건설 착공실적을 보면 지난해 착공 건수는 24만여 건으로 2022년보다 37%가량 감소했다. 올해 1~5월은 10만6537건을 기록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4% 늘었지만 앞선 3년(2020~2022년) 평균과 비교하면 41.2% 줄었다. 평소라면 새로운 공사 10개를 시작했을 시점이지만 지금은 6개만 하고 있는 셈이다.

건설사들은 공사비 급등과 부동산 시장 불안 등의 영향으로 착공이 쉽지 않다 보니 수주에도 소극적이다. 도시정비사업에서 경쟁입찰이 사실상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상반기 10대 건설사 중 절반 가까이가 단 한 건의 실적도 없었다. 대우건설과 DL이앤씨는 하반기인 이달에서야 올해 마수걸이 수주에 성공했다.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연합뉴스)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연합뉴스)

건설사들이 일감을 적극적으로 늘리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업황 개선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철한 건산연 연구위원은 "건축 마감공사 물량이 위축됨과 동시에 향후 공사 물량이 본격적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 사례를 고려했을 때 건설사업의 침체가 본격화는 시점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건설사들도 침체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해 최대한 몸을 사리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경기가 좋지 않을 뿐 아니라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수준의 공사비 부담까지 겹쳐 지금의 위기가 쉽게 해소되지 않으리라고 판단한다"며 "최대한 오랜 시간 버틸 힘을 확보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기가 해소된 뒤 제대로 공사를 수행하고 경쟁력을 잃지 않으려면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피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현재로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것보다 '개점휴업'이 더 낫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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