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新냉전시대 글로벌 공급망 잡아야

입력 2024-07-0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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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성 동국대 명예교수ㆍSolbridge경영대학 석좌교수

경제 블록화로 국제무역질서 붕괴
세계각국 자국투자에 경쟁적 지원
미·유럽 향한 새협력체제 구축해야

미·중 간 무역전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및 하마스의 이스라엘 인질사태로 인하여 세계가 새로운 냉전질서를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고피나스 수석부총재는 이로 인한 “국제교역의 디커플링 심화는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일본과 독일을 합친 만큼의 GDP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영국에서 발간되는 이코노미스트지 또한 올해 5월 11일 자에 게재한 ‘역행하는 세계화(globalization in reverse)’라는 특집에서 국제무역질서가 무너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2017년 집권한 트럼프 정부는 중국산 태양광 모듈, 알루미늄, 철강 등에 대해 25%에 달하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였고 이에 대응하여 중국 또한 미국산 청바지, 랍스터 등의 수입에 대해 대응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과 중국은 무역전쟁에 돌입하였다.

미국의 이른바 ‘중국 때리기’는 바이든 정부 들어서도 동맹규합을 통한 ‘중국 따돌리기’로 형태는 다르지만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제2의 냉전’으로 블록 간 대결이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무역기구(WTO)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각국은 산업정책, 특히 보조금 지급과 투자 제한 등 투자 관련 규제를 경쟁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무역제재는 1990년대와 비교하여 4배 이상 증가하였다. 이는 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서방세계가 가한 제재를 비롯해 미국의 대중국 기술굴기 특히, 반도체에 대한 제재와 유럽의 전략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규제 및 미국의 외국인투자위원회(CFI)에 의한 투자 규제로 인한 것이었다. 미국의 경우 2022년 286건의 외국인투자에 대해 정밀실사를 진행하였는데 이는 10년 전인 2013년의 97건에 비해 3배에 이르는 수치였다.

주요국이 경쟁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이러한 산업정책 수단들은 블록화된 경제에서 안정된 공급망을 구축하고 자국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2차 세계대전 후 유럽에서 석탄과 철강에 대해 그랬던 것과 달리 이번 공급망 전략의 초점은 청정에너지, 전기자동차와 반도체에 집중되어 있다.

미국은 청정에너지와 반도체의 국내생산 지원을 위해 TSMC와 삼성전자 등 외국기업의 자국 내 투자에 대해 각각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이들 전략산업에 대한 국내생산 지원은 미국 외에 유럽(Made in Europe), 인도(Make in India), 호주(A Future Made in Australia) 및 캐나다(Made-in-Canada plan)도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자국 내 투자에 대한 각국의 이러한 경쟁적인 지원은 ‘바닥으로의 경쟁(race to the bottom)’을 초래해 세계 경제에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지속가능한’ 공급망 관리를 위해 경쟁적으로 도입, 시행 중인 대표적인 것으로 미국의 반도체지원법(Chips Act)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외에 유럽의 핵심원자재법(CRMA)이 있다. 이 같은 미국과 유럽의 여러 가지 지원법과 규제는 통상국가인 우리 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우리 기업에 중국에 의존하고 있던 요소수, 흑연과 니켈 등 소재의 새로운 공급망 구축과 정부 차원의 새로운 협력 파트너십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원자재 관련 단일국가 의존도 규제조항(65% 미만)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유럽에서 활동하는 국내 배터리 및 소재 기업은 중국산이 아닌 역내 현지조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미국 내 활동하는 우리 기업 또한 IRA 및 반도체지원법이 규정하는 역내 혹은 우방국 조달비중을 충족하기 위한 대책 마련과 함께 한·미, 한·유럽 정부 간 새로운 협력체제를 시급히 구축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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