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인 미만 기업 절반 “중처법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어려워”

입력 2024-06-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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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처법 안전보건관리체계 세부 애로사항
예산확보‧전문인력 확보‧전담조직 설치 등
인건비‧업종별 안전보건 매뉴얼 보급 요구
“면책 규정 신설로 입법 보완 필요”

▲중대재해처벌법의 50인 미만 사업장 확대 적용을 하루 앞둔 1월 26일 오후 인천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건설노동자가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중대재해처벌법의 50인 미만 사업장 확대 적용을 하루 앞둔 1월 26일 오후 인천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건설노동자가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올해 1월부터 50인 미만 기업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지만, 정작 기업들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중대재해처벌법 순회설명회에 참여한 50인 미만 중소기업 702개사를 대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전국 기업 실태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20일 발표했다.

▲안전보건확보체계 구축현황  (자료제공-대한상공회의소)
▲안전보건확보체계 구축현황 (자료제공-대한상공회의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47.0%가 중대재해처벌법상 이행사항인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축하였으나 부족함’은 35.7%. ‘거의 구축하지 못함’은 11.3%로 파악됐다.

반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기업은 53%였다. ‘어느 정도 구축함’은 45.5%, ‘충분히 구축함’은 7.5%다.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은 중대재해처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용자의 의무사항으로 이를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용자는 처벌받는다.

안전보건관리체계는‘사업 또는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관한 목표와 경영방침 설정’,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총괄·관리하는 전담 조직 설치’등 9가지로 구성된다.

기업들은 이러한 조치사항 중 가장 부담이 되는 사항(복수응답)으로 ‘안전보건에 필요한 예산 마련’(57.9%)을 꼽았다. 다음으로는 ‘안전보건관리자, 담당자 등 전문인력 배치’(55.9%), ‘안전보건업무 전담조직 설치’(53.8%) 등 순이었다.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이행 중 부담 사항 <복수응답>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이행 중 부담 사항 <복수응답>

실제 50인 미만 기업의 안전보건예산과 인력은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 기업의 50.9%가 안전보건관리에 연간 1000만 원 이하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었으며, 예산이 거의 없다는 기업은 13.9%에 달했다.

반면, 1000만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기업은 35.2%로 나타났다. 이밖에 1000~3000만 원’은 21.1%, ‘3000~5000만 원’은 5.7%, ‘1억 원 이상’은 4.3%, ‘5000만~1억 원’은 4.1%로 집계됐다.

안전보건업무 전담인력을 배치하고 있는 기업은 28.2%에 그쳤다. 기업의 38.4%는 사업주가 직접 안전보건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32.4%는 인사총무(19.2%)나 생산관리자(13.2%)가 겸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보건업무 예산 및 담당자 현황 (자료제공-대한상공회의소)
▲안전보건업무 예산 및 담당자 현황 (자료제공-대한상공회의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기업의 안전의식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대재해처벌법 이후 사업주의 안전의식이 높아졌다는 응답이 94.3%, 근로자의 안전의식이 높아졌다는 응답은 83.7%에 달했다.

대한상의 주최 중대재해처벌법 설명회에 참석한 목포 금속재 기업 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안전 보건 관리에 대한 인식은 커졌지만 현실적인 제약이 있어 높은 수준의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는 데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며 “외부의 도움 없이 이를 타개하기는 쉽지 않아 정부의 지원을 절실하게 바라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중대재해처벌법 대응과 관련해 기업들이 가장 필요한 정부지원정책(복수응답)으로 ‘안전보건 전문 인력 양성 및 인건비 지원’(60.9%)과 ‘업종‧직종별 안전보건매뉴얼 보급’(59.4%)을 꼽았다. 이어 ‘노후설비 개선 등 안전투자에 대한 금전적 지원’(54.2%), ‘안전관리체계 컨설팅 등 실질적 기술 및 설비 지원’(48.6%), ‘산업재해예방 현장지도 강화’(21.3%) 순이었다.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위해 필요한 정책적 지원 <복수응답> (자료제공-대한상공회의소)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위해 필요한 정책적 지원 <복수응답> (자료제공-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들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확대에 따른 정부의 각종 지원정책에 대해 잘 알지 못해 활용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지원책에 대해 알고 있나’라는 질문에 50.1%의 기업이 ‘정부지원정책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정부의 지원책을 활용한 적 있나’라는 질문에는 70.4%가 ‘정부지원정책을 잘 활용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중 입법 보완이 시급한 사항 <복수응답> (자료제공-대한상공회의소)
▲중대재해처벌법 중 입법 보완이 시급한 사항 <복수응답> (자료제공-대한상공회의소)

50인 미만 기업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추가적으로 유예되지 않고 시행됨에 따라 법 보완에 대한 기업들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중대재해처벌법 증 보완이 시급한 사항에 대해 묻는 설문(복수응답)에 중소기업들은 ‘고의, 중과실 없는 중대재해에 대한 면책규정’(76.2%)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근로자의 안전지침 준수 법적의무 부과’(42.9%), ‘경영책임자 개념 및 원청 책임범위 명확화’(32.2%), ‘법상 안전보건확무의무 체계 구체화’(31.6%), 처벌수준 완화(하한형 징역 → 상한형 징역)(21.1%) 등 순이었다.

유일호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유예되지 않고 시행된 만큼 인력과 재정적 지원을 통해 소규모 중소기업들이 법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안전보건 역량을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다”며 “특히 현행 처벌 중심의 법체계를 사전인증제 도입 등 예방체계 구축을 위한 지원법으로 역할을 하도록 입법보완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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