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사들이 하반기 정비사업 수주전을 앞두고 기지개를 켜고 있다. 대형사들은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를 앞두고 서울 내 노른자위 정비사업장 수주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용산구에선 서울 최대 규모 재개발 사업지인 한남 4·5구역이 줄줄이 시공사 선정을 앞둬 대형사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1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하반기 서울 강북 지역에선 한남 4·5구역을 포함해 주요 사업장이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다.
먼저 경쟁이 가장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지는 한남 4·5구역이다. 한남뉴타운은 용산구 한남동과 이태원동 일대 약 111만㎡를 재개발하는 사업으로 약 1만2000가구 새 아파트가 들어서는 초대형 재개발 사업지다.
이 가운데 한남 4구역은 보광동 일대 약 16만㎡ 규모로 2331가구(분양·임대 합산)의 새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지난달 28일 한남4구역은 서울시 재개발사업 건축심의를 통과하면서 시공사 선정을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한남4구역은 일반분양 물량이 1981가구로 많아 사업성이 한남뉴타운 사업지 가운데 가장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렇듯 한남 4구역은 서울 내 최대 규모 사업지라는 상징성에 사업성까지 갖춘 곳인 만큼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포스코이앤씨 등 상위 건설사들이 일찌감치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4구역은 다음 달 시공사 선정 공고를 낸 뒤 오는 10월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또 우수한 입지를 자랑하는 한남 5구역에도 주요 건설사들이 대거 관심을 보인다. 지난달 30일 시공사 선정 관련 현장 설명회에는 5구역 수주가 유력한 것으로 평가받는 DL이앤씨 외에도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GS건설, 포스코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 한양 등 총 10개 건설사가 참여했다.
한남 4·5구역 수주전과 관련해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가 일제히 한남뉴타운 수주전에 뛰어든 것은 그만큼 입지도 좋고 사업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상반기 보수적으로 수주에 나선 건설업계가 모두 관심을 보인 것”이라며 “브랜드 파워에선 조금 밀리는 건설사라도 사업 조건을 파격적으로 제안하는 등의 방식으로 전략을 달리해 수주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사실 한남뉴타운의 경우 수익성이 외부에서 보는 것보다 높지 않을 수 있다”며 “그럼에도 주요 건설사들이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압구정이나 여의도처럼 한남뉴타운이 정비업계 내 상징성이 매우 큰 곳이므로 이익률이 다른 사업장보다 낮아도 너나 할 것 없이 수주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반 사업장에서 5% 수준의 영업이익을 거둔다고 가정하면, 한남뉴타운 사업에선 2% 수준의 영업이익만 거둬도 건설사 입장에선 서로 하려고 달려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반기 강북에선 한남 4·5구역 외에도 길음 5구역과 미아 9-2구역, 마포로 1-10지구 등 주요 재개발 사업지에서 시공사 선정을 진행한다. 길음 5구역의 경우 포스코이앤씨가 앞서간다는 평가가 우세한 가운데 중견 건설사 두 곳도 현장설명회에 참여하는 등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마포로 1-10지구는 포스코이앤씨의 수주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아 9-2구역은 HDC현대산업개발과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최근 분양 시장 분위기가 안 좋아 건설사들도 우량 사업지를 중심으로 선별 수주를 이어가려는 움직임이 거세다”며 “앞으로도 전국 우량 사업지를 중심으로 건설사들이 각축전을 벌일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