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포털 업계 3위 사업자인 인크루트가 채용 시장의 전반적 침체 속에 실적이 내림세로 돌아선 가운데 수십억 원 규모의 배당을 결정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인크루트는 지난해 334억 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대비 6.1% 신장했으나 영업이익은 -15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인크루트는 2018년 8월 인크루트앤코(옛 인크루트알바콜)의 취업포털 사업 부문과 HR 솔루션 사업 부문이 물적 분할돼 설립된 회사로, 현재 온라인 채용 정보를 중심으로 HR 관련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대주주는 인크루트앤코로 100% 지분을 갖고 있다.
인크루트는 분할 설립 이후 성장세를 이어왔다. 최초 실적이 확인 가능한 2019년 매출 184억 원에 2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회사는 코로나 기간에 성장세를 거듭했다. 코로나 기간 채용 시장에서 직무 전문성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공개채용 위주에서 수시채용으로 채용 방식이 변화한 것이 도움이 됐다.
인크루트는 2020년 매출 200억 원 고지에 올랐으며 2022년에는 315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규모는 25억 원에서 2021년 42억 원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2022년에는 15억 원으로 줄었다. 경기 침체 우려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거시경제 불확실성으로 대외 환경이 악화하면서 기업이 채용이 줄어든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작년 역시 이러한 영향이 이어져 상당수 채용 관련 업체의 실적이 뒷걸음질 친 것처럼 인크루트 역시 실적 저하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인크루트의 적자는 사세 확장의 영향도 있다. 회사는 작년 매출을 웃도는 영업비용을 지출해 적자가 발생했는데 영업비용 증가분의 상당 부분은 급여와 복리후생비 등 인건비 관련 계정이 차지했다. 인크루트는 작년 급여와 퇴직급여, 복리후생비 등으로 총 120억 원가량을 지출했다. 2022년보다 23억 원가량 늘어난 수준으로, 실제 회사 임직원 수는 2022년 226명에서 지난해 243명으로 7.5% 늘었다. 이외에 지급수수료가 21억 원 증가해 영업비용을 키웠다.
이런 가운데 인크루트가 분할 설립 이후 처음 배당금 지급을 결정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회사는 작년 중간배당금으로 70억 원을 결정해 올해 3월 말 모회사에 지급했다. 다만 회사에서 실질적인 현금 유출이 발생하는 대신 인크루트앤코로부터 받아야 할 대여금 70억 원과 상계처리했다.
인크루트가 모회사에 대여금을 내준 것은 설립 첫해부터다. 2018년 13억 원을 대여한 이후 그해 2억 원을 회수하고 이듬해 5억 원을 추가로 대여해 16억 원이 됐다. 이어 2021년 5억 원 회수 및 13억 원을 추가로 대여해 대여금 총액은 24억 원이 됐으며 2022년에는 80억 원대로 더 커졌다.
인크루트로써는 배당으로 실제 현금이 유출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대여금을 회수할 길이 막히면서 그동안 회사가 영업으로 벌어들인 수익이 모회사로 빠져나간 셈이 됐다. 아울러 이번 배당으로 인해 회사의 재무 안정성이 훼손되는 부작용도 떠안게 됐다.
이번에 결정한 70억 원의 배당금은 작년 초 자본총계 115억 원의 60.9%에 해당하는 규모다. 여기에 작년 순손실 12억 원이 발생하면서 작년 말 기준 자본총계는 30억 원 수준으로 낮아졌다. 4년 전인 2019년 자본총계 37억 원을 밑도는 수준이다. 반면 인크루트는 작년 20억 원의 단기차입을 더 일으키면서 부채총계가 153억 원에서 186억 원으로 늘어 부채비율은 2022년 132.8%에서 지난해 611.4%로 껑충 뛰었다.
회사 관계자는 “코로나 종식 이후 전체적인 경기 둔화로 기업들이 채용 규모를 줄이면서 인터넷 채용 서비스 부문 매출이 감소한 게 영향을 줬다. 다만 취업교육 및 채용박람회와 같은 서비스 매출이 코로나 이후 급격한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리크루팅 프로그램 인크루트웍스, 기업주문형 긱워커 플랫폼 뉴워커, 헤드헌팅 플랫폼 셜록N 등 신규 비즈니스를 통해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며 “배당 등에 관한 사안은 확인이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