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안전 운항 이상 무”…대한항공의 안전 핵심 시설을 가다

입력 2024-05-23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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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23일 본사에서 안전운항체계 소개해
종합통제센터, 실시간 항공 모니터링해 안전 확보
안전 필수 요소 ‘정비’ 맡는 격납고…인력만 3100명
임직원 물론 기내 응급 환자 책임지는 ‘항공의료센터’

▲대한항공 종합통제센터(OCC)에 마련된 대형 스크린. (이민재 기자 2mj@)
▲대한항공 종합통제센터(OCC)에 마련된 대형 스크린. (이민재 기자 2mj@)

”현재 특이사항 없습니다. 정상 운행 중입니다. 터뷸런스(난기류) 가능성 대비하겠습니다“

23일 오전 11시. 고요하던 대한항공 종합통제센터(OCC)에서 운항 중인 KE082(뉴욕-인천)편의 조종사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OCC에서 난기류를 모니터링하던 운항관리사가 고도를 유지하라는 지시를 내리자 나온 답변이다. 미국 본토를 막 지난 거리에서 나온 목소리임에도 현장의 생생함이 전달됐다.

▲대한항공 종합통제센터(OCC)에서 파일럿과 교신하는 모습. (사진제공=대한항공)
▲대한항공 종합통제센터(OCC)에서 파일럿과 교신하는 모습. (사진제공=대한항공)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대화지만 OCC에서는 흔한 일상이다. 하늘을 날고 있는 항공기의 안전을 파일럿뿐만 아니라 지상에서도 책임져야 하는 만큼 OCC는 24시간, 운항 중인 모든 항공편의 경로를 관리한다. 세계 각지에서 쏟아지는 기상 정보를 받아 항공기와 공유, 위험 지역 회피를 지시하는 등 비상 상황에 대응하는 ‘지상 조종실’ 역할을 맡는다.

특히 이곳은 지난해 12월 리모델링을 통해 최첨단 설비를 갖췄다. 최신 장비로 가득한 이곳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가로 18m, 세로 1.7m에 달하는 대형 중앙 스크린이다. OCC 한편에 위치한 이 스크린을 통해서는 하루평균 400편 운항하는 대한항공 항공기의 경로는 물론 공항 계류장 내 실시간 위치, 기상 상황 등 다양한 정보를 알 수 있다.

격납고에서 시작하는 안전 운항의 첫걸음

▲대한항공 김포 격납고 내부. (사진제공=대한항공)
▲대한항공 김포 격납고 내부. (사진제공=대한항공)

OCC가 항공기의 운항 중인 항공기를 지상에서 관제한다면 격납고는 항공기의 운항 전 안전을 책임진다. 이날 방문한 대한항공 김포 격납고에는 총 4대의 항공기가 정비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거대한 크기의 항공기가 자리해야 하는 만큼 격납고는 엄청난 크기를 자랑한다. 길이는 180m, 폭은 90m, 높이는 25m에 달한다. 축구장 2개를 합친 규모다. 동시에 정비할 수 있는 항공기 대수는 소형기 기준 6~7대 또는 대형기 2대와 중·소형기 1대다.

이곳에서 주로 정비하는 위험 요소는 항공기 동체에 발생하는 리크(균열)다. 연료 탱크는 물론 연료가 전달되는 배관에 균열이 생기면 비행기가 정상 운항을 할 수 없는 만큼 반드시 점검해야 하는 요소다.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엔진에 문제가 생길 경우 엔진을 분리해 부천 엔진 공장으로 이관해 정비한다.

격납고에서 정비 작업에 투입되는 인원은 3100여 명이 넘는다. 이달 기준 대한항공은 여객기 138대, 화물기 23대 등 161대의 항공기를 운영 중인데, 24시간 운항하는 항공기를 정비하기 위해 정비 인력도 밤낮없이 작업에 투입된다.

기내 안전 책임지는 승무원 탄생하는 ‘객실훈련센터’

▲대한항공 객실훈련센터에서 기내 난동 제압 상황을 훈련하는 모습. (사진제공=대한항공)
▲대한항공 객실훈련센터에서 기내 난동 제압 상황을 훈련하는 모습. (사진제공=대한항공)

지상을 떠난 항공기의 안전은 승무원이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승무원의 안전 훈련도 필수 요소다. 대한항공 본사 인근에 위치한 객실훈련센터는 2003년 문을 열어 약 20년 운영됐다. 현재 지하 2층, 지상 2층의 규모를 갖췄으며 기내, 항공기 도어 실물 모형(목업) 등이 마련돼있다.

객실승무원들은 이곳에서 기내 서비스는 물론 다양한 비상 상황에 대비한 여러 훈련을 받는다. 특히 최근 잦아진 기내 난동에 대응하기 위한 상황 훈련도 진행된다. 실제 운항하는 기내에는 비상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테이저건, 올가미 등을 비치하고 있다. 항공기 내에서 발생하는 범죄에 대해 기장과 승무원은 사법경찰관 직무를 수행할 수도 있다.

▲대한항공 객실훈련센터에서 슬라이드를 활용한 비상 탈출을 훈련하는 모습. (사진제공=대한항공)
▲대한항공 객실훈련센터에서 슬라이드를 활용한 비상 탈출을 훈련하는 모습. (사진제공=대한항공)

지하에는 수중 착륙을 대비하기 위해 수영장 시설도 준비돼있다. 항공기가 수중 착륙을 하는 상황을 가정해 항공기 목업 한편에는 슬라이드를 펼쳐놨으며, 반대쪽에는 지상 탈출 상황을 가정해 약 30도 각도로 슬라이드를 펼쳐놨다.

대한항공의 모든 객실승무원은 1년에 한 번씩 있는 정기 안전 훈련과 수시 훈련·교육에 참가해야 한다. 휴직 시에는 업무 복귀 전 재임용 훈련과정을 거쳐야 하는 등 안전 교육에 대해서는 타협하지 않고 있다.

임직원 건강은 물론 기내 응급 상황 대비…‘항공의료센터’

▲대한항공 본사에 위치한 항공의료센터. (사진제공=대한항공)
▲대한항공 본사에 위치한 항공의료센터. (사진제공=대한항공)

‘항공의료센터’는 땅에서, 하늘에서 대한항공 안전의 최일선에 있는 직원들을 위한 의료공간이다. 항공보건의료 전문가 41명이 항공의료센터에서 대한항공 임직원의 건강 증진을 돕고 있다.

기본적으로 항공의료센터는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정기 건강 검진을 시행한다. 불규칙한 비행 일정으로 수면에 어려움을 겪는 직원에게는 맞춤형 수면 건강 증진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필요한 경우 외부 전문 의료 기관과 연계해 임직원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한다.

단순히 임직원의 건강을 관리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내 응급 상황에 대응하는 ‘24시간 응급의료콜시스템’도 운영된다. 항공기에 의료진이 탑승하지 않은 경우에도 이 시스템을 통해 적절한 응급조치를 전달하는 등 대응이 가능하다. 실제로 지난 2월 네팔행 항공기에서 환자가 발생했을 때 이 시스템을 통한 의료 조언에 따라 기내 응급처치를 시행, 환자의 목숨을 살리기도 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지속적인 여객 수요 증가에 대비해 기내 의료기기를 개선하고, 응급처치 방식을 보완하는 등 최선의 응급 의료 대응 체계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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