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 계약서와 ‘연봉’ 계약서가 어떻게 다른지, 산업재해 전문 로펌 ‘법무법인 마중’ 백일섭 수석(파트너) 변호사와 함께 자세한 내용을 알아 봤습니다.
Q. 연봉계약서(연봉협의서, 연봉합의서 또는 연봉협상 확인서)와 근로계약서는 다른 건가요? 근로계약 이후 연봉계약을 갱신할 때 매년 그때마다 근로계약도 다시 체결해야 하는 건가요?
A. 연봉계약서와 근로계약서는 서로 다른 것입니다. 매년 연봉계약을 갱신할 때 근로계약을 다시 체결할 필요도 없습니다. 근로계약은 근로자와 사업주 사이에 근로관계를 창설하는 계약이고 연봉계약은 위 근로관계를 전제로 그 임금을 1년마다 상호 합의로 정하기로 하는 별도의 계약이기 때문입니다.
Q. 정규직인 줄 알고 회사에 다녔는데, 이런 말을 듣고 집에 돌아와 그동안 매년 체결한 교부받은 근로자 보관용 계약 서류들을 다시 확인해 보니, 정말 ‘연봉계약서’란 표제어로 계약서가 작성돼 있네요. 당연히 근로계약을 맺는 것이라고 믿고 아무 의심 없이 서명해 왔던 건데… 위 사례의 경우에는 계약직 신분과 다름이 없는 건지요?
A. 매년 연봉계약을 체결했다고 하여 계약직 근로자인 것은 아닙니다. 근로계약서에 근로기간을 정한 것이 없다면 계약직이 아닌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정규직 또는 무기 계약직)입니다.
Q. 입사할 때 근로계약서를 썼고, 이후 같은 서류를 반복해서 받을 필요가 없으니 매년 연봉협상을 갱신하면서 달라진 임금 부분만 재계약해 왔던 것이라고 사측은 해명했습니다. 이에 회사는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상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맞는 말인가요?
A. 근로기준법 제17조에 사용자의 근로조건 명시 및 그 서면 교부 의무가 규정돼 있고 이에 따라 사업주는 임금의 구성항목, 계산 방법, 지급 방법이 기재된 서면을 근로자에게 교부해야 합니다. 임금 부분만 재계약하는 취지의 연봉계약서는 기존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근로조건 중 임금 부분의 내용을 변경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연봉계약 체결로 위 임금에 대한 서면 교부 의무는 이행한 것입니다.
다만 임금 외 소정근로시간, 매주 유급 휴일, 1년 근무 시 발생하는 연차(유급휴가) 등에 변함이 있는 경우에는 사업주는 근로자와 근로계약서를 다시 작성해야 합니다.
Q. 사측이 한 직장 동료를 해고하면서 연봉계약 만료 통보서라는 걸 보낸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거 부당 해고 아닌가요?
A. 해고는 근로관계를 종료시키겠다는 사업주의 일방적 의사표시입니다. 연봉계약 만료 통보는 연봉계약 기간 만료를 단순 통지하는 것이거나 새로운 연봉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이는 해고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부당 해고에 해당하는지 더 따질 것도 없이 사업주와 근로자 간 근로관계는 존속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다만 사업주가 연봉계약 만료 통보를 하면서 이를 해고라고 주장하는 경우(해고의 의사표시를 하는 경우), 일반적인 해고 관련 법리, 즉 부당 해고 금지나 해고 사유‧해고 시기 서면 통지 의무 등의 규정이 적용됩니다.
즉 사업주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즉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만 해고할 수 있고(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 근로자에게 그 해고 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합니다(동법 제27조 제1항). 이를 위반한 경우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부당 해고에 해당합니다.
Q. 억울한 해고를 당한 경우 어떤 구제 절차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A. 부당 해고 시 이로부터 3개월 이내에 노동위원회에 원직복직과 임금지급을 청구하는 구제신청을 하거나 법원을 통한 사법상 구제(해고 무효 확인의 소)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 백일섭 변호사
제11회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 현재 산업재해 전문 로펌인 법무법인 마중에서 수석(파트너) 변호사를 맡아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