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메슥거려도, 속이 쓰려도, 소화가 안 돼도, 가스가 차도, 변이 마려워도 배가 아프다고 뭉뚱그려 말하고, 대부분은 진료에 협조하지 않고 울기만 하죠. 이럴 때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아닌 경우에는 난감한 생각부터 들게 되고, 달래고 어르려고 하다 안 되면 짜증도 나고 오진에 대한 걱정도 나는 게 보통입니다. 이러면 환자의 상태를 파악해 진단을 내리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각종 검사에 의존을 하는 겁니다. 엑스레이, CT, 초음파, 피검사, 소변검사 등. 검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리느라 시간도 많이 들고 진료비 또한 엄청납니다.
경험 많은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아이가 아무리 울고불고 난리를 쳐도 진찰이 가능합니다. 배를 만져보며 우는 아이의 표정을 보고, 우는 강도의 변화를 보고, 손발놀림을 보면 어느 정도 판단이 섭니다. 배가 아픈 증상이 중한지 아닌지, 검사가 필요한지 약으로 해결되는 것이지 판단을 내릴 수가 있는 겁니다. 결국 배가 아픈 아이를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진료를 하느냐 안 하느냐에 따라 한밤중 응급실에서의 시간과 진료비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차이가 나게 되는 겁니다.
40년 전에는 어느 정도 성적이 되면 4대 메이저라기도 하고 필수의료라기도 하는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를 택하는 게 기본이었죠. 지금은 아닙니다.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히포크라테스선서를, 의사의 소명을 이야기하기엔 정말 많은 것들이 변했습니다. 실업상태라도 3D일은 안 하고, 월급을 많이 줘도 시골엔 안 가는 것과 똑같습니다. 도와주세요. 의사들이 아니라 우리나라 의료를 제발 도와주세요. 윽박지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랍니다.
유인철 안산유소아청소년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