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울렛에 쌓인 구찌…피노 회장 경영능력 의구심↑

입력 2024-05-0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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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링, LVMH와 실적ㆍ주가 격차 확대
“판매 확대 위해 하이엔드 전략 희생”
브랜드 전략 조율 리더십 부재 지적

▲케링그룹을 이끄는 프랑수아 앙리 피노(FHP)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AP뉴시스
▲케링그룹을 이끄는 프랑수아 앙리 피노(FHP)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AP뉴시스

지난해 3월 이후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와 에르메스는 주가가 2배 이상 뛰었다. 이에 LVMH의 창업자인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세계 최고의 부호가 됐고, 에르메스 가문은 유럽 최고 부자 가문이 됐다. 반면 구찌, 발렌시아, 입생로랑 등 브랜드를 소유한 케링그룹은 같은 기간 기업가치의 3분의 1을 잃었다. 케링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는 올해 1분기 매출이 18% 감소했으며, 상반기 영업이익은 40~45% 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케링그룹을 이끄는 프랑수아 앙리 피노(FHP)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케링을 리드할 적임자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케링의 창업자 프랑수아 피노 명예회장이 FHP에게 경영권을 넘겨준 후 20년 가까이 지난 가운데 그룹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입생로랑을 성공적으로 성장시킨 프란체스카 벨레티니 공동 부대표에게 경영권을 넘겨줘야 한다는 시각이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케링의 창업자 프랑수아 피노와 LVMH의 아르노 회장은 근성과 추진력으로 비슷하게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20여년 전 구찌 인수를 위해 맞붙은 이후 두 제국은 극적으로 달라졌다.

2005년 케링을 물려받은 FHP는 소수의 핵심 브랜드에 집중했다. 이와 달리 아르노 회장은 약 75개의 브랜드를 인수해 고급 와인, 호텔, 화장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장 부문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75세의 아르노는 시장에서 약 4000억 유로(약 592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으며, 이는 케링보다 9배 많다.

▲2023년 9월 23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밀라노 패션 위크 기간에 구찌 매장의 모습. 신화통신뉴시스
▲2023년 9월 23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밀라노 패션 위크 기간에 구찌 매장의 모습. 신화통신뉴시스

이렇게 희비가 갈린 이유는 무엇보다 영업이익의 70%를 차지하는 핵심인 구찌를 하이엔드 브랜드로 도약시킬 기회가 있었지만 매출 극대화를 위해 장기 브랜드 전략을 희생한 FHP의 실책이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FHP는 CEO 취임 1년 후인 2006년부터 하이엔드 럭셔리 고객 유치에 대해 강조했다. 2014년에는 구찌의 매출이 둔화되자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품질보다는 양에 집중하는 것이 브랜드에 가장 큰 위험이 될 것이라고 재차 말했다.

하지만 구찌의 마몬트, 디오니소스 등의 가방이 큰 인기를 끌며, 대기자 명단이 있는 것으로 유명한 에르메스의 ‘벌킨백’처럼 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근시안적으로 매출 확대를 위해 희소성 전략을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루이뷔통, 에르메스, 샤넬 등과 달리 구찌 가방은 아울렛에서 대폭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그 결과 구찌 브랜드의 아우라는 예전 같지 않다. 영국의 패션 플랫폼 사이트 LYST가 가장 최근 발표한 명품 브랜드 순위에서 구찌는 2022년 1위에서 2023년 3분기 프라다, 미우미우 등에도 뒤처진 12위까지 떨어졌다.

▲케링그룹을 이끄는 프랑수아 앙리 피노(FHP)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3월 10일 아내 셀마 헤이엑과 미국 캘리포니아주 비벌리 힐스에서 열린 배너티 페어 오스카 파티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뉴시스
▲케링그룹을 이끄는 프랑수아 앙리 피노(FHP)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3월 10일 아내 셀마 헤이엑과 미국 캘리포니아주 비벌리 힐스에서 열린 배너티 페어 오스카 파티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뉴시스

또 FHP가 기업 경영에 매진하고 있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FHP는 각각의 브랜드 운영에 자유방임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아르노 회장이 파리의 르봉마르셰백화점이나 런던의 해롯백화점을 즉흥적으로 방문해 자신의 브랜드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직접 챙기는 것과 대조된다. 이에 케링의 한 전직 임원은 FHP의 영향력이 제대로 미치지 못해 하위 브랜드들과 중간 관리자 간에 불협화음이 발생했다고 풀이했다.

최근 케링 가문의 지주사인 아르테미스가 작년에 수십억 달러에 인재관리회사인 ‘크리에이티브 아티스트 에이전시(CAA)’를 인수한 것도 FHP가 회사 운영에 매진하고 있지 않다는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CAA는 FHP의 아내이자 배우 겸 프로듀서인 셀마 헤이엑이 대표로 있다. 헤이엑은 인스타그램의 2800만 팔로워에게 정기적으로 미국 서부 해안에서 가족에 대한 소식을 전하고 있다. 3월에는 턱시도를 입은 남편과 함께 은색 스팽글 구찌 드레스를 입고 배너티 페어 오스카 파티에 참석한 사진을 올렸다. 케링은 CAA 인수가 FHP의 주의를 분산시키지 않으며, FHP가 과거보다 아르테미스에 더 이상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케링은 최근 발렌티노 지분 매입과 그룹 아이웨어 사업부에 대한 투자를 유망하게 보고 있다. 현재 에실로룩소티카에 이어 럭셔리 아이웨어 업계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발렌티노를 완전히 인수하면 구찌와 함께 그룹에 고급 브랜드를 추가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탈리아 보코니대의 스테파니아 사비올로 강사는 “전략이 불명확하고 집중력이 부족하다”면서 “경쟁을 원한다면 여러 사람에게 조금씩, 조금씩 사랑을 받는 것이 아니라 해당 카테고리의 리더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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