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영중인 tvN의 인기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뇌종양에 걸린 재벌가 여주인공 홍해인(배우 김지원)이 독일의 한 암센터를 찾는 장면이 나왔다. 국내에선 치료가 어려워 독일로 건너간 여주인공이 유일한 희망으로 찾은 것이 바로 차세대 항암제로 꼽히는 ‘키메릭항원수용체-T(CAR-T)’ 세포치료제다.
CAR-T는 환자에게서 얻은 면역세포의 유전자를 변형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만든 세포치료제다. 환자에게서 면역세포인 T 세포를 추출한 뒤 특정 항원을 인지해 공격하는 유전자인 ‘키메라 항원 수용체(CAR)’를 부착해 환자의 몸에 재주입하면 체내에서 CAR-T 세포가 암세포 표면의 특이 항원을 인지해 공격한다.
현재 글로벌 CAR-T 치료제 개발 관련 현황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사용이 등록된 자가 CAR-T 치료제는 아베크마(Abecma), 브레얀지(Breyanzi), 킴리아(Kymriah), 테카투스(Tecartus), 예스카타(Yescarta), 카빅티(Carvykti) 총 6개 품목이다. 국내는 노바티스의 킴리아(Kymriah)와 J&J의 카빅티(Carvykti)가 사용승인을 받았다.
지금까지 개발된 CAR-T 세포치료제는 백혈병, 림프종과 같은 혈액암 대상 치료제로만 사용돼왔으며, 드라마 속 여주인공의 질환인 ‘뇌종양’과 같은 고형암을 표적으로 하는 CAR-T 세포치료제는 아직 허가되지 않아,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 상태다.
고형암을 대상으로 한 세포치료제 연구는 현재 위암, 유방암, 간암, 폐암 등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미국 내 임상시험 중인 고형암 대상 세포 기반 면역항암제의 수는 2020년 384개에서 2022년에는 953개로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고형암은 전체 암 사망률의 9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종양미세환경(TME) 극복 등 고형암 타깃 세포치료제의 개발이 쉽지 않아 업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T 세포치료제 중 CAR 타깃이 아닌 자가 세포치료제까지 확장해보면 고형암 대상 세포치료제가 승인받은 사례가 있다. 국내에선 지씨셀이 ‘이뮨셀엘씨주(Immuncell-LC)’를 개발해 국내 1호 신약 세포치료제로 허가받았다. 2007년 식품의약품안전처를 통해 간암 수술 후 치료제로 품목허가를 획득했고, 2021년 첨단재생바이오의약품으로 재승인받아 현재까지 처방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아이오반스 바이오테라퓨틱스사의 TIL 치료제인 암타그비(Amtagvi)를 또 다른 고형암인 흑색종(melanoma) 세포치료제로 승인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현재까지 고형암 세포치료제로 승인된 제품이 이뮨셀엘씨주와 암타그비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면, 고형암을 대상으로 한 세포치료제 개발이 쉽지 않은 과정임을 알 수 있다.
지씨셀 관계자는 “지씨셀은 이뮨셀엘씨주뿐만 아니라 CIK, T, NK 세포 등 세포·유전자치료 분야 전반에 걸친 연구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면서 “국내 및 호주에서 임상 1상 진행을 승인받은 HER2 타깃 동종 CAR-NK ‘GCC2003’를 비롯해 미국 관계사인 아티바가 연구 중인 NK세포치료제 ‘GCC4001’, ‘GCC2005’ 등 국내외 암 치료제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글로벌 진출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 2월 개정된 첨단재생바이오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내 세포유전자치료제 연구 개발사들이 각 파이프라인 임상 및 상업화에 속도를 붙을 전망이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선 중증 희귀 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 연구의 폭이 넓어져 국내 고형암 세포치료제 개발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