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소득세 부과 대상인 35세 이하 대학 졸업자는 재학기간만큼 매년 697유로(약 100만 원), 석사의 경우 1500유로(약 217만 원)를 정부가 개인통장에 꽂아준다. 이 정도 금액이면 국공립대학의 인문사회 계열 1년 수업료와 맞먹는 수준이다. 대상자들의 관심도 뜨거워 환급 신청 개시 일주일 만에 5만5000건이 넘게 접수했다고 한다.
고등 학문 추구에 대한 보상과 국내 취업 청년들의 소득 증대에 기여한다는 목적으로 시행된 이번 조치는 ‘취업 후 5년간 소득세 감면’과 함께 사임을 앞둔 안토니오 코스타 총리가 젊은이들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로 평가받고 있다.
포르투갈 정부가 이 같은 조치를 꺼낸 이면엔 청년 인재들의 해외 유출을 막고 국내에서 경제활동에 참여하게 하려는 고민이 깔려있다.
민간기업 단체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포르투갈(Business Roundtable Portugal)’에 따르면 매년 국내 대학 졸업생의 약 40%가 더 나은 직장과 생활 조건을 찾아 다른 나라로 떠나고 있다.
포르투갈 상업은행 관계자는 “인터넷 뱅킹 플랫폼 구축을 위해 엔지니어, 수학자, 디지털 마케팅 담당자가 필요하지만 국가 부도 위기 이후 10년 동안 인재 유출로 인해 수학과 정보기술 능력을 갖춘 젊은 인력을 채용하는 데 놀라울 정도로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포르투갈 이민관측소가 집계한 데이터에서도 현재 포르투갈 인구의 약 25%인 230만 명이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데 그중 70%가 15~39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청년들의 해외 유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무료 보육, 주택 임대료 지원, 공공 부문 근로자의 초급 인상 등 더 많은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리스본에서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하는 한 학생은 “우리가 대학을 졸업할 때쯤 많은 것이 변할 거라고 낙관하지 않는다. 나뿐만 아니라 동급생 중 절반 이상이 졸업하면 다른 곳에서 일자리를 찾을 계획”이라며 “미래를 위해선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이 서야 나라가 산다.’ 한국에서 심심찮게 들리는 말 중 하나인데, 현재 포르투갈 상황을 대입해 보면 ‘청년이 남아야 나라가 산다’가 되지 않을까 싶다.코임브라(포르투갈)=장영환 통신원 cheho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