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육아·주거 등 전방위 지원하고
정부·기업·마을 함께 총력전 펼쳐야
2월 28일 통계청 발표는 한마디로 충격이었다. 2023년 출생아 수가 23만 명, 합계출산율은 0.72로 세계 최저수준이라는 것이다. 서울은 특히 0.55를 기록하여 전국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까지 출산율 1을 상회하던 세종시(1.12명)마저 0.97로 모든 광역시도가 1명 미만을 기록하여 초저출산은 전국적 현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인 스피드로 고령화가 진행되는 우리 사회임을 고려해볼 때 우리 경제의 암울한 앞날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거리에서 아이들 구경하기가 힘들고, 기업은 젊은 인력 구하기가 어려워 노인들이 남아 일하고 있고 가정에는 아기 울음소리가 끊긴 지 오래된 그런 모습이다.
2016년까지 40만 명을 초과하던 연간 출생아수는 2020년 30만 명 선이, 2022년에는 25만 명 선이 무너졌고 초산 엄마의 나이도 33세로 OECD 평균인 29.7세보다 3.3세나 높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올해의 합계출산율이 0.68 정도로 작년보다 낮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런 초저출산율이 초래할 극단적 결과는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종국에는 ‘한반도 인구멸종’이라는 시나리오다. 그 과정에서 경제는 활력을 잃고 노인부양을 위해 엄청난 조세부담을 지게 되는 젊은이들이 종국에는 이 땅을 떠나는 비극이 한반도에 닥치는 모습이다.
이런 비극적 전망하에서 지금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선 출산을 막는 요인을 파악하고 이를 직접 공략하여 부작용 없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 그 과정에서 우리와 동일한 문제를 먼저 겪은 나라들의 극복사례를 참조하여 제도를 마련하고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저출산대책 예산으로 380조 원을 사용하였다. 다행히도 우리보다 먼저 경험한 이웃 일본을 포함한 몇몇 유럽국가에서 저출산 극복 사례를 발견할 수 있다.
이들 사례는 공통적으로 제도 도입이나 정책을 지금 바로 시행해도 효과는 10년 후에나 나타남을 보여준다. 2022년 합계출산율이 1.26명으로 우리의 1.6배가 넘는 일본에는 현재 ‘국가소멸’의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는 상황이다. 현재 인구 1억2200만 명인 일본의 목표는 2100년 인구 8000만 명을 지키는 것이라 한다. 2060년까지 합계출산율을 2.07명으로 끌어올려야 가능한 수치다.
결국 멸종을 막기 위해서는 사례가 제시하고 있는 대책을 지금 바로 시행해야 함을 의미한다. 모 일간지가 2019년 합계출산율 2.95를 기록한 일본의 소도시 나기초의 예를 소개한 적이 있다. 인구 5751명의 나기초는 자녀 있는 760가구 중 48%가 3자녀 이상으로 최근 10년간 평균출산율이 2.4명이라 한다. 나기초는 2007년부터 무료육아시설을 운영하여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끼리 자녀를 공동육아하고 60대 이상의 어르신들을 육아도우미로 자원봉사하도록 연결하는 제도를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젊은이들의 출산을 저해하는 주거(저렴한 주택임대사업), 의료(의료지원카드 발급), 교육(보육비, 통학교통비 지원) 전반에 걸친 총력전을 펼친 결과라 한다.
저출산 극복을 위해서는 기업의 참여 또한 필수적이다. 스웨덴의 볼보자동차는 ‘패밀리본드’ 제도를 도입, 운영하여 일과 가정의 병립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이 제도는 기업이 정부와 협력하여 육아휴직을 쓰는 직원에게 아이 1명당 6개월간 기존임금의 80%를 지급하는데 육아휴직의 70%를 남자가 쓰고 있다고 한다. 이런 가족친화적 기업문화로 세계의 인재들이 볼보에 지원하여 도입 2년 후인 2023년에는 역대 최대의 매출을 기록하였다고 한다.
이런 사례들을 종합해 볼 때 저출산대책이 성공하려면 정부(중앙 및 지자체)와 기업은 물론 마을공동체 모두가 참여하는 총력전을 펼쳐 젊은이들의 출산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제거해주고, 아이낳는 것이 수치가 아닌 보람있는 일이라는 사회문화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