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적 일본ㆍ복병 이란까지…아시안컵 우승을 위한 관문 [이슈크래커]

입력 2024-01-09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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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피파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대한민국 대 싱가포르 경기, 후반 손흥민이 팀의 세번째 골을 넣고 활짝 웃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11월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피파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대한민국 대 싱가포르 경기, 후반 손흥민이 팀의 세번째 골을 넣고 활짝 웃고 있다. (뉴시스)
한국 축구대표팀 결전의 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12일(현지시간) 카타르에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이 개막하는데요. 한국은 64년 만의 우승에 도전합니다. 한국은 ‘아시아 최강’을 자처하면서도 1956년 제1회 대회, 1960년 제2회 대회에서 2연패를 달성한 뒤로는 아시안컵에서 매번 고배를 마셔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엔 분위기가 다릅니다. ‘역대 최강 팀을 꾸렸다’는 평가가 나오는가 하면, 아시안컵 개막을 앞두고 온갖 호재가 쏟아지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죠.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6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뉴욕대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라크와 평가전에서 이재성(마인츠)의 선제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뒀습니다.

클린스만호는 지난해 9월 치른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 때부터 매 경기 승전고를 울려왔는데요. 이날 승리까지 ‘A매치 6연승’을 내달렸죠.

이 6경기에서 클린스만호는 모두 ‘무실점’으로 승리했고, 총 20골을 퍼부었는데요. 지난해 9월 0-0 무승부로 마친 웨일스와의 평가전까지 더하면 무실점 행진은 총 7경기째 이어집니다.

이라크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63위로 한국(23위)보다 40계단이 낮습니다. 그러나 쉬운 상대는 아닙니다. 이라크는 아시아 국가 중 랭킹 10위권 수준을 유지해왔고, 2007년 동남아 아시안컵에서는 우승을 차지한 전력도 있죠.

이번 아시안컵의 최종 무대는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일본과의 결승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요. 결승에 도달하기까지 녹록지 않은 관문들이 클린스만호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싱가포르와의 경기를 하루 앞둔 지난해 11월 15일 오후 서울 목동운동장에서 열린 축구 대표팀 공개 훈련에서 황희찬, 황인범, 손흥민, 김민재가 훈련하고 있다. (뉴시스)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싱가포르와의 경기를 하루 앞둔 지난해 11월 15일 오후 서울 목동운동장에서 열린 축구 대표팀 공개 훈련에서 황희찬, 황인범, 손흥민, 김민재가 훈련하고 있다. (뉴시스)
‘역대 최강 전력’ 한국…‘판타스틱4’ 필두로 아시안컵 출격

한국 축구대표팀의 이번 전력은 역대 최강으로 평가받습니다. 유럽파 선수들이 즐비한데다 최근 뛰어난 경기력을 선보인 때문인데요.

우선 ‘캡틴’ 손흥민(토트넘)은 지난해 프리미어리그 통산 100호 골, 유럽 리그 통산 200호 골을 연달아 터뜨린 데 이어 올 시즌도 프리미어리그에서 12골을 터뜨리며 기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득점 랭킹은 3위로 최상위권 수준입니다.

황희찬(울버햄프턴)도 올 시즌 리그 10호 골을 넣었습니다. 이는 2019-2020시즌 이후 울버햄프턴 선수 중 최다 득점 기록이기도 한데요. AFC는 공식 사이트에 “이번 아시안컵에서 가장 위협적인 골잡이로 떠오를 수 있는 5명을 소개한다”며 황희찬을 5명 중 3번째로 조명했습니다. AFC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보여준 활약을 이어갈 수 있다면 황희찬은 1960년 후 처음으로 우승을 노리는 한국 대표팀에서 맹활약할 것”이라며 “황희찬의 활약은 대표팀 동료이자 잉글랜드에서 이미 많은 골을 넣은 손흥민에 비교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강인(파리 생제르맹·PSG)은 3일 트로페 데 샹피옹(프랑스 슈퍼컵) 결승전에서 승리해 입단 후 첫 우승 트로피를 안게 됐는데요. 경기 시작 3분 만에 선제 결승골을 터뜨리면서 우승을 견인, 최우수선수(Man of the match)로도 선정됐습니다. AFC가 뽑은 ‘베스트 영스타’ 5인에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연맹은 “이강인은 킬리안 음바페, 우스만 뎀벨레 등과 더불어 PSG의 핵심 멤버로 자리 잡았다”며 그를 과거 한국을 대표했던 박지성(43· 현 전북 테크니컬 디렉터)의 바통을 이어받을 유망주로 거론했죠.

바이에른 뮌헨에서 핵심 센터백으로 활약 중인 김민재는 팬 선정 2023-2024시즌 전반기 베스트 11에 선정됐는데요. 이에 앞서 대한축구협회가 선정한 2023년 올해의 선수에도 이 부문 5연속 수상을 노린 손흥민을 제치고 뽑혔습니다. 2021년, 2022년 2년 연속 손흥민에 이어 2위에 머물렀지만, 전 소속팀 나폴리를 36년 만에 이탈리아 세리에A 정상에 올려놓고 뮌헨으로 이적해 맹활약한 성과를 조명받은 겁니다.

이들을 필두로 이재성(마인츠), 조규성(미트윌란), 황인범(즈베즈다), 오현규·양현준(이상 셀틱) 등 해외파 선수들이 다수 포함되면서 아시안컵 정상 탈환에 유리한 진용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지난해 10월 17일 오후 경기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베트남의 경기, 손흥민과 이강인이 프리킥 준비를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10월 17일 오후 경기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베트남의 경기, 손흥민과 이강인이 프리킥 준비를 하고 있다. (뉴시스)
“우승 후보 1순위는 일본”…아시아 맹주를 가려라

다만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건 한국이 아닌 일본입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바레인, 말레이시아, 요르단과 같은 E조에 속해 있는데요.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한다면 일본이 속한 D조 2위와 맞붙게 됩니다.

D조에서는 일본의 조 1위 진출이 유력한데요. 이라크와 베트남, 인도네시아가 2위를 놓고 다툴 것으로 보이죠. 일본이 D조 1위로 토너먼트에 간다면 아랍에미리트(UAE)와 8강전, 호주-이란전 승자와 4강전을 치르고 결승에 오를 확률이 높습니다. 한국과 일본이 각각 조 1위로 진출한다면 결승에서나 맞붙게 된다는 겁니다.

다만 해외 베팅 사이트들은 일본의 승리를 점쳤습니다. 해외 주요 축구 베팅사이트의 예측 평균치를 종합하는 오즈피디아에 따르면 8일 일본의 우승 배당률은 3.19로 이번 아시안컵 참가국 중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습니다.

이 말은 일본이 우승하면 판돈의 3.19배를 가져갈 수 있다는 건데, 일본의 우승 확률이 가장 높다는 뜻입니다. 특히 영국 베팅 사이트 윌리엄 힐은 일본 배당률을 계속 낮춰 3.0까지 내려 잡았습니다.

일본 다음으로 우승 확률이 높은 건 한국입니다. 우승 배당률이 5.45인데요. 영국 베팅 사이트 베트365 등은 개막일이 다가올수록 한국의 우승 확률을 점차 높이는 추세지만, 일본과의 격차는 상당하죠.

배당률을 살펴보면 일본과 한국 다음으로는 호주(7.50), 사우디아라비아(8.00), 이란(8.00), 개최국 카타르(11.00), UAE(26.00) 등이 뒤를 이었는데요. 현지 전망도 이와 비슷합니다. 카타르 매체 알카스TV는 결승에서 한국과 일본이 맞붙고 일본이 우승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실제로 일본은 최근 A매치에서 승승장구를 이어왔습니다. 친선전을 포함해 최근 8번의 A매치에서 전승을 거뒀는데요. 지난해 9월 독일 원정 친선 경기에서는 4-1 대승을 거뒀고, 지난해 11월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에서도 미얀마, 시리아를 연달아 5-0으로 눌렀습니다.

▲지난해 10월 17일 오후 경기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베트남의 경기, 후반전 한국 이강인이 팀의 다섯 번째 골을 넣은 뒤 손흥민과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10월 17일 오후 경기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베트남의 경기, 후반전 한국 이강인이 팀의 다섯 번째 골을 넣은 뒤 손흥민과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일본만 문제 아냐…중동 ‘모래 바람’ 꺾어야

한국이 64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기 위해선 일본을 반드시 꺾어야 하는데요. 이에 앞서 승부를 펼쳐야 할 ‘복병’이 있습니다. 바로 중동팀이죠. 우리나라는 그간 상당수 대회에서 중동팀에 발목을 잡히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습니다.

특히 전통 강호 이란과는 ‘최고의 악연’을 형성하고 있는데요. 한국은 1996년부터 2011년까지 5회 연속 이란과 맞대결했는데, 모두 8강전이었습니다. 1996년 대회에서는 2-6 참패를 겪어야 했죠.

5개 대회 연속 8강전에서 만난 것만 해도 이례적인 일인데, 8강 이후 결과도 관심을 끕니다. 한국과 이란 어느 쪽이든 8강에서 승리한 팀은 4강전에서 패배한 바 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이란은 C조에 속해 있는데, 상대적인 전력을 고려했을 때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과 이란이 16강전에서도 각각 승리하게 되면 이번에도 양 팀은 8강에서 만나게 되는 기묘한(?) 상황이 연출될 전망이죠.

이란은 역대 아시안컵에서 통산 41승 19무 8패를 기록했고, 통산 우승은 3회입니다. 조별예선에선 탈락한 적이 한 번도 없고 가장 최근인 2019년 대회에서는 준결승까지 진출했습니다.

만약 한국이 조 2위로 16강에 오른다면 사우디아라비아, 태국, 키르기스스탄, 오만이 속한 F조 1위와 경기하게 되는데요. 이땐 사우디아라비아와 대결할 가능성이 큽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아시안컵에서 3회 우승하며 이란과 마찬가지로 2회 우승한 한국보다 한 계단 위에 올라 있습니다.

준결승에선 카타르를 마주할 가능성이 큰데요. 카타르 역시 까다로운 상대입니다. 한국은 2019년 대회 8강에서 카타르에 0-1로 지면서 탈락하는 설욕을 겪기도 했습니다. 당시 자신감을 얻은 카타르는 결승에서 일본까지 꺾고 아시안컵 정상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죠.

시나리오대로 흐른다면 한국과 일본은 결승에서 만나게 됩니다. 유력 우승 후보인 일본과의 경기를 치르기 위해선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우즈베키스탄, 카타르 등 쟁쟁한 상대들을 꺾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한국은 주전과 비주전의 실력 격차가 일본이나 이란 등에 비해 큰 편이라 매 경기 기용하는 선수들과 부상, 경고 등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컵 우승은 충분히 가능하다”며 “단순히 자신감에 넘친 말이 아니라 정말 여러분이 자랑스러워할 만한 뛰어난 선수들이 있는 훌륭한 팀”이라고 자부했는데요. 과연 한국 축구가 숙원과도 같은 아시안컵 트로피를 거머쥘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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