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AI 공습’에…IT 인력 혹독한 겨울나기

입력 2023-12-27 05:00 수정 2023-12-2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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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계에서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고 있다. 코로나 특수가 끝난 후 길어지는 실적 부진에 기업들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사업을 정리하고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구글 등 빅테크를 시작으로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게 현실화되면서 국내 IT업계에도 감원을 본격화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퍼지며 노조 설립 바람이 불고 있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실적이 저조한 IT기업들을 중심으로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고 수익성 개선을 위해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경영 효율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카카오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빠진 카카오는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카카오 단독 내표로 내정하며 인적쇄신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IT 투자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 정 내정자는 카카오 쇄신 이끌며 인공지능(AI), 엔터, 헬스케어 등 신성장동력 사업 주도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와 함께 카카오는 실적이 저조한 계열사를 중심으로 일부 사업을 정리하고 인력 재배치에 나서는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7월부터 9월까지 1차 희망퇴직으로 전체 인력의 30%를 줄인 데 이어 10월 2차 희망퇴직을 추진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6월부터 8월까지 10년 이상 연차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카카오스타일은 인원 감축을 통한 구조조정 대신 선택과 집중을 통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지난해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1406억 원, 카카오스타일 518억 원, 카카오페이 455억 원, 카카오엔터테인먼트 138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실적 부진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엔씨소프트는 야심작으로 내놓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쓰론앤리버티(TL)까지 흥행에 실패하자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를 구원투수로 기용해 창사 이후 처음으로 공동대표 체제를 도입했다.

엔씨는 앞서 캐시카우인 리니지M, 리니지2M, 리니지W의 매출이 하락하자 10월 변화경영위원회를 출범해 조직개편 및 비용 절감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당시 엔씨는 인위적 구조조정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이미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정리하는 등 경영 효율화를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엔씨는 이달 중순 신사업으로 추진해온 AI 금융 사업을 정리하고 소속 직원을 상대로 전환 배치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해당 사업의 성과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엔씨는 AI 금융 사업 정리를 시작으로 내실 다지기에 집중할 방침이다. 연초 엔씨소프트는 북미 법인 엔씨웨스트의 전체 인력의 20%를 해고했다.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도 정리하면서 해당 사업실 팀원 70여 명에게 권고사직을 제안하는 등 인력 재배치도 단행했다. 이 외에도 데브시스터즈, 엔픽셀, 라인게임즈 등 중견 게임사들은 단일 지식재산권(IP) 의존도를 탈피하지 못하고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잇단 구조조정으로 업계 전반에 불안감이 퍼지자 ‘노조 무풍지대’로 불렸던 IT업계에 노조 설립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NHN은 사측이 일방적으로 복지, 근무제도를 축소 및 변경하자 이달 노조를 설립했다. 엔씨도 올해 4월 가족 경영에 대한 우려, 임직원 간 과도한 임금 격차, 불안정한 조직문화 등으로 인해 노조를 설립했다.

IT업계 관계자는 “IT업계에서는 코로나 특수 때 대폭 상승한 인건비를 감내하지 못하고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노조 설립에 탄력이 붙었다”며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사업을 확장하기보다는 비용 통제, 조직 통폐합이나 인력 감축 등 추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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