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업은 전화 통화음만 나오고 연결이 되지 않고, 어떤 기업은 담당자가 몇 날 며칠을 부재중이다. 심지어는 연락처가 사용하지 않는 번호인 경우도 있다.
기업공개까지 한 기업이 기재한 연락처로도 담당자와 연결이 어려운 경우도 다반사다. 물론 연락처를 알아내는 것도 취재의 한 과정이다.
그러나 일반 투자자나 고객이 회사에 궁금한 게 있어 연락을 시도했다면 답답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회사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심어줄 수도 있다. 공교롭게도 연락이 안 되는 기업 중 상당수의 실적이 아주 좋지 않았다.
대외 소통 창구가 막혀있는데도 작은 기업은 누가 신경이나 쓰겠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규모가 작다고 해서 대외 소통 창구가 없어도 된다는 생각은 오산이다. 소비자와 투자자의 문의를 답변하는 과정에서 제품의 품질을 개선하는 아이디어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어떤 식품기업은 파우치 죽을 전자레인지에 세워 조리할 때 패키지 윗부분이 걸려 넘어진다는 고객 목소리를 반영해 파우치 개봉선 높이를 낮췄다. 케첩과 마요네즈를 생산하는 다른 기업은 고객들의 요청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케첩과 마요네즈를 합친 제품을 출시했다. 또 과자 생산기업이 홈페이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고객센터 등에 접수된 소비자의 요청에 단종 과자를 재출시해 3년간 1억 개 이상 판매한 사례도 있다.
LG경영연구원에 따르면 기업은 기술과 고객(니즈)이라는 핵심 프로세스로 상품을 개발한다. 기술은 어떤 기술이 무엇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고, 니즈는 어떤 요구가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데 기술과 니즈가 대응될 때 상품개발이 진행된다고 한다. 기술이 고객의 요구를 반영해야만 만족스러운 상품개발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작은 기업으로선 투자자나 고객과의 소통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런데도 소통은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취재 중 알게 된 한 기업 관계자는 “기업이 외부 문의에 응대를 안 하면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는 것 아니냐”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