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신설·확장에 평택·인천 부동산 '그린라이트'…"지나친 기대는 금물"[철길따라 달리는 집값③]

입력 2023-08-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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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도(KTX) 확충으로 수도권 서남부 일대의 부동산 시장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주요 거점을 연결하는 고속철도는 이동시간을 단축해 유동인구 증가와 인프라 확충으로 이어져 변두리였던 곳을 지역의 핵심지로 탈바꿈시키기도 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주변의 부동산 가격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대다수다.

다만 고속철도의 경우 경제활동이 집중된 수도권 내 이동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인천과 경기의 서울 접근성을 높일 전철 연장선과 비교하면 그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지나친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23일 본지 취재 결과 현재 시행 중인 고속철도 사업은 호남고속철도 2단계(광주 소정~목포)와 수원·인천발 KTX 등이다. 평택~오송 2복선화 사업도 진행되고 있다.

호남고속철도 2단계는 광주 송정에서 무안국제공항을 경유해 목포까지 연결하는 사업으로 2025년 완공 예정이다. 이번 사업으로 무안국제공항 정거장이 신설되지만, 용산·수서~목포 간 이동 시간은 기존보다 2분 줄어든 2시간 11분이 될 전망이다.

또한 수인선과 경부고속선을 연결하는 인천발 KTX 사업은 수인선 송도역을 출발해 화성고속연결선에서 경부고속선과 합류하는 노선으로 2024년 완공이 목표다. 이 노선은 송도역(인천 연수구 옥련동)-어천역(경기 화성시 매송면)-초지역(안산 단원구 원곡동)을 운행한다. 공사를 마치면 그동안 KTX를 이용하기 위해 서울이나 광명으로 이동해야 했던 인천·안산·화성시민의 불편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노선을 이용하면 송도에서 부산까지 약 2시간 20분이 소요될 전망이다.

수원발 KTX는 경부선과 수도권 고속철도를 연계해 수원을 비롯한 수도권 동남부 지역의 고속철도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사업이다. 서정리역(경기 평택시 서정동)과 평택지제역(경기도 평택시 지제동) 사이에 직결선을 부설하는 게 핵심인데 개통되면 수원에서 부산이나 목포까지 2시간 10분 정도면 이동 가능하다. 이 노선은 수원역에서 출발하며 완공 목표 시점은 인천발 KTX와 같은 2024년이다.

뿐만 아니라 평택~오송 2복선화 사업은 지난 6월 착공식을 하고 2028년 개통을 목표로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했다. 평택~오송 구간 지하에 고속철도를 신설하는 데 이를 통해 고속열차 운행을 2배로 늘릴 수 있게 된다. 인천·수원발 KTX, 남부내륙철도와 연계해 고속철도 서비스 수혜지역이 확대되고 경남(창원·진주), 전남(순천·여수), 동해(포항)의 수도권 접근성도 향상될 전망이다.

이같은 고속철도 확충은 관련 지역 부동산에 호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정거장 위치나 지역 여건 등에 따라 어느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접근성과 유동인구 확대, 그에 따른 주변 지역 개발 및 활성화 등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는 분명하다"며 "다른 교통편과의 연계성이 뛰어나다면 정차역 주변이 해당 지역의 중심지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현재 추진되는 고속철도 확충으로 수혜 가능성이 큰 곳으로는 수원발 KTX 노선인 서정리역과 평택지제역 주변이 꼽힌다.

권 팀장은 "평택은 반도체크러스터 조성으로 주목받고 있는 데다 고덕신도시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라 생활인프라와 교육환경 등이 계속 개선될 곳"이라며 "서정리역 주변은 평택지제역보다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 했던 곳이란 점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와 신도시 개발에 KTX란 교통 호재가 더해지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수원발 KTX는 경제활동이 이뤄지는 일터가 많은 업무중심지를 연결한다는 점에서 유동인구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고, 특히 평택지제역은 GTX 연결 논의가 있는 곳이라 현재 사업이 진행 중인 노선 가운데 가장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을 보면 평택지제역 바로 앞에 자리 잡은 '지제역더샵센트럴시티' 전용면적 84㎡는 지난 6월 말 9억 원으로 최고가를 경신했고 최근에도 8억1000만~3000만 원 사이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 3월 7억3000만 원과 비교하면 1억 원가량 오른 것이다.

송도역은 복합환승센터를 비롯한 역세권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수혜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인천발 KTX 노선인 어천역 주변도 기대감을 품을 만한 곳으로 꼽힌다. 윤수민 NH농협금융 부동산전문위원은 "철도의 파급력과 오송역의 사례를 보면 어천역 주변은 크게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다만 아직은 구체적인 개발계획이 세워지지 않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철도 노선이 주변 부동산 가격에 긍정적인 것은 맞지만, 고속철도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은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 대표는 "KTX는 집값에 영향을 미치지만, 부차적 요인이라고 봐야 하고 특히나 KTX 도입 초창기인 2000년대 초만큼의 파급력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며 "GTX보다는 기대감을 낮추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KTX 정차역이 들어서는 것보다는 해당 지역의 입지나 경제활동 수준 등 다른 여건이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진형 공정경제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KTX는 이미 체계가 충분히 갖춰졌고 지금은 부가 노선을 추가하는 상황 시장을 들썩이게 할만큼의 힘은 없다고 평가한다"며 "어떤 교통망이든 그 가치는 서울 강남과의 연결성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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